
또 한 번의 ‘떡상’이 왔다. 앗, 미리 말하자면 주식 얘기 아니다. 배우 얘기다. 니콜라스 케이지가 최근 공개한 〈스파이더 누아르〉가 압도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으며 그의 히어로 팬심이 다시금 조명을 받고 있다. 연기파 배우에서 사생활 논란 등으로 파산 직전까지 갔던 그를 구원한 건 결국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이란 마음이었다. 그렇게 그는 여러 저예산 영화에서 재기의 행보를 보이다가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에서 스파이더맨 누아르 역으로 자신의 팬심과 대중의 기대를 모두 만족시켰다. 할리우드에서 알아주는 히어로 마니아로 유명한 니콜라스 케이지에 관한 일화를 소개한다.
성덕이 될 뻔한 슈퍼맨의 찐찐찐찐팬
니콜라스 케이지의 히어로 팬심은 사실 이거 하나로 증명이 가능하다. 그의 자녀 중 차남의 이름이 ‘칼엘’이다. 알 만한 사람은 다 알 법한 이 칼엘이란 이름은 슈퍼맨의 본명이다. 지구인으로서의 본명이 클라크 켄트이고, 크립토니안으로서의 이름은 칼-엘 이다. 이렇게 자녀의 이름으로 팬심을 표현한 사람은 니콜라스 케이지가 대표적인데, 그에 견줄 만한 배우는 故 로빈 윌리엄스다. 로빈 윌리엄스는 게임 ‘젤다의 전설’ 광팬이라서 딸에게 ‘젤다’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아무튼 이 정도로 슈퍼맨을 좋아하는 니콜라스 케이지는 진정한 성덕이 될 뻔했는데, 1997년 제작에 들어간 〈슈퍼맨 리브즈〉다. 〈슈퍼맨 리브즈〉는 끝내 완성되지 않은 미완성 프로젝트로 전설이 된 작품이다. 〈배트맨〉(1989)으로 짭짤한 수익을 맛본 워너 브러더스가 팀 버튼에게 슈퍼맨 연출을 맡겼는데, 이때 팀 버튼이 기용한 배우가 바로 니콜라스 케이지다. 당시 니콜라스 케이지는 의상 리허설과 카메라 테스트까지 모두 마치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촬영만 기다리고 있었는데 이게 웬걸. 제작 규모에서 제작진과 이견이 생겨 프로젝트가 통째로 취소되고 만다. 당시 기획에 따르면 이 작품에 마이클 키튼 배트맨이 출연할 예정이었다고 하니, 성사만 됐다면 DC가 마블보다 훨씬 빨리 유니버스를 구축했을지도 모른다.
다행히 그의 팬심은 아주 먼 미래에 완성될 수 있었다. 2018년 개봉한 애니메이션 〈틴 타이탄 고! 투 더 무비〉에서 슈퍼맨 목소리를 맡았던 것. 그리고 이후 니콜라스 케이지판 슈퍼맨은 〈플래시〉(2023)에 와서야 그 결실을 맛보는데, 플래시들이 맞붙는 과정에서 일어난 ‘충돌’에서 멀티버스 중 하나로 등장한 것. 니콜라스 케이지가 거대한 거미와 싸우는 장면은 〈슈퍼맨 리브즈〉 시나리오에 쓰여진 장면이라 고증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플래시〉의 처참한 VFX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슴벅참보다 어이없다는 감정을 느꼈다는 것이 아쉬울 뿐.

히어로 전문가다운 분석과 노력


슈퍼맨 관련 일화가 많지만, 니콜라스 케이지는 명백한 ‘히어로 덕후’다. 일단 활동명 ‘케이지’가 마블의 히어로 ‘루크 케이지’에서 따온 것이다. 그의 본명은 니콜라스 킴 코폴라다. 그는 왼쪽 어깨에 고스트 라이더 문신이 있다. 그래서 〈고스트 라이더〉를 촬영할 당시 그 고스트 라이더 문신을 분장으로 가려야 했다. ‘고스트 라이더’ 영화화 소식이 들리자마자 니콜라스 케이지가 적극적으로 러브콜을 보냈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고, 진짜 고스트 라이더처럼 보이기 위해 열심히 운동까지 해서 복근을 완성하기도 했다(정작 모두가 CG로 믿는 바람에 삐져서 다시는 운동을 열심히 하지 않겠다고 투덜거렸단다).

이외에도 그는 그 넘치는 덕심으로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며 자신의 히어로 캐릭터를 디테일하게 만들었다. 〈킥 애스: 영웅의 탄생〉에서 빅 대디 역은 1960년대 배트맨을 연기한 아담 웨스트의 말투를 최대한 반영했다. 배트맨에서 영감받은 점과 데이먼 맥크레디의 나이를 생각하면 꽤 적절한 접근이다. 스파이더 누아르로 처음 등장한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에서는 탐정 누아르 장르의 아이콘 험프리 보가트(〈카사블랑카〉, 〈말타의 매〉)를 최대한 되살린다는 느낌으로 연기를 했다.

이번에 공개한 〈스파이더 누아르〉 역시 니콜라스 케이지 나름의 결단이 있었는데, 배우 활동을 시작하고 처음으로 TV 시리즈에 출연한 것이다. 그동안 그는 TV 시리즈엔 절대로 출연하지 않겠다는 원칙이 있었는데, 마블과 소니 등 여러 기업이 얽힌 상황에서 스파이더 누아르의 이야기는 오직 시리즈로만 제작될 수 있는 조건이었다. 그래서 니콜라스 케이지도 자신의 원칙을 처음으로 꺾고 다시 스파이더 누아르가 되기로 결심했다. 참고로 이 작품에 이어 ‘뉴 유니버스’ 시리즈의 마지막을 장식한 〈스파이더맨: 비욘드 더 유니버스〉에도 출연할 예정이라고 하니 그 작품을 만나기 전 빠르게 정주행할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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