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 세계를 흔든 호러가 마침내 한국 관객들을 만난다. 커리 바커 감독의 〈옵세션〉은 지난 7월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관객을 만났던 후 오는 9월 2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8월 20일 언론배급시사회로 먼저 만난 〈옵세션〉은 관객들에게 호평받으며 북미에서만 2억 달러 수익으로 ‘대박’을 터뜨린 이유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미 올해의 데뷔작, 올해의 신인 감독으로 뽑힐 만큼 강렬한 인상을 남긴 〈옵세션〉을 시사회로 만난 후기를 전한다.

베어(마이클 존스턴)는 니키(인디 네버레티)를 짝사랑한다. 같은 직장에 친구 모임에서도 보는 가까운 사이라서, 베어는 니키와 멀어질까 고백하지 못한다. 그러던 중 베어는 소원을 들어준다는 ‘원 위시 윌로우’라는 상품으로 니키가 자신을 사랑하게 해달라는 소원을 빈다. 거짓말처럼 니키는 베어와 사랑에 빠지지만 그때부터 사랑 이상의 집착과 이상행동을 보인다.
내가 소원을 빌어서 이뤄진 사랑과 그에 따른 부작용. 〈옵세션〉은 단출하다 싶을 정도로 간결한 소재를 끝까지 밀어붙인다. 다만 ‘집착적인 사랑’이란 표면적인 현상에서 그치지 않는다. 사실 그동안 소비된 ‘얀데레’나 ‘멘헤라’ 등의 캐릭터성과 〈옵세션〉의 니키가 보이는 모습이 결이 살짝 다르다. 니키는 종종 발작에 가깝게 놀라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는 베어의 소원대로 사랑에 빠진 니키와 원래의 니키가 별개인 것을 암시한다. 그래서 연인에게 집착하는 캐릭터에만 매몰되지 않고 초현실적인 공포와 현실적인 공포를 모두 담아낸다.

이를 한층 더 끌어올리는 것은 마이클 존스턴과 인디 네버레티의 연기다. 소원을 빌어서 사랑이 이뤄졌지만 역으로 그 강압적인 사랑에 시달리게 된 베어의 상황은 마이클 존스턴이 베어의 우유부단한 성격을 정확히 드러내기에 더욱 몰입하게 된다. 좋아하는 이 앞에서 뚝딱거리는 마이클 존스턴의 연기에서부터 어쩌면 이 〈옵세션〉의 비극을 내다보는 관객도 있으리라. 반대로 분열적인 연기를 펼쳐야 했던 인디 네버레티는 베어가 사랑할 수밖에 없는 니키의 러블리함과 스스로 인지하지 못하며 폭력적 사랑을 휘두르는 인물의 양면성을 모두 소화한다.
그럼에도 〈옵세션〉의 가장 큰 공은 메가폰을 잡은 커리 바커의 영리함에 있다. 일반적인 영화 화면비보다 상하가 넓은 1.50:1이란 독특한 화면비는 공간의 여백까지 포착함으로써 언제 어디서든 니키가 베어를 지켜보고 있다는 압박을 배가한다. 또 화면 구도와 프레임 내 조명을 통해 인물의 얼굴 표현을 제어해 보여줘야 할 순간과 보여주지 않을 순간을 적절하게 배합, 상상력을 자극하고 공포를 끌어올린다. 또 블룸하우스표 호러의 특징을 물려받듯, 실재하는 것이 만드는 공포를 탁월하게 짚어낸다. 니키라는 실제 인간의 몸에서 표현할 수 있는 기이함과 기괴함을 담는 방식은 공포는 물론이고 오컬트 호러가 짚기 어려운 안타까움까지 유발한다. 장면을 맺고 여는 리듬감 역시 관객의 예상을 깨면서도 유효타를 날리는 데 성공한다. 영화 전체에서 신인 감독의 재기발랄함과 베테랑 감독의 능수능란함이 모두 느껴져 감탄이 나온다.

〈옵세션〉은 훌륭하고 유려한 호러다. 다만 한 가지 걸리는 부분은 이 영화가 위압적인 연인의 관계를 풍자하는 듯하면서도 우스꽝스럽게 그리는 장면들이다. 시종일관 호러로서 작동했다면 현 세대의 문제를 제대로 드러내는 역할을 수행했을 테지만, 그 과정에서 위압적인 순간을 코미디로 승화하는 부분이 있어 그런 관계에 대한 성찰을 유도하는 역할은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 물론 이 문제점은 어디까지나 현실의 맥락에서 영화를 읽었을 때의 문제지, 이런 양가적인 감정을 유도하는 코미디가 〈옵세션〉를 더욱 재밌게 만드는 요소 중 하나다. 그럼에도 ‘집착적인 연인 관계’라는 현실에 있을 법한 소재와 상황을 선택한 만큼 그 비판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귀신보다 사람이 무서운, ‘죽을 만큼 사랑해’라는 로맨틱한 문장을 진짜 호러로 승화한 〈옵세션〉은 9월 2일 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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