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짓'과 '진실'의 경계, '김도연'이 마주한 인물의 깊은 고독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갈라 프레젠테이션 부문에 초청된 영화 '도라'의 주연 배우 '김도연'이 캐릭터가 지닌 내면의 깊은 고독을 마주하며 끝내 눈물을 보였다. 9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김도연'은 "도라는 계속해서 진실만을 이야기한다는 '정주리' 감독의 말을 듣고 머리가 띵해질 정도로 깊은 여운을 느꼈다"고 고백하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이날 '김도연'은 첫 오디션 당시를 회상하며 "발췌 대본을 읽고 감독에게 '도라는 지금 거짓말을 하는 건가요?'라고 물었을 만큼, 연기하는 스스로조차 인물의 진실을 의심했다"고 밝혔다. 이어 "도라의 입장에서 그가 얼마나 외롭고 고통스러웠을지 깨닫는 순간 큰 슬픔이 밀려왔다"며 "제3자의 관점이 아닌 도라의 온전한 마음을 이해하기 위해 기존의 사고방식 자체를 완전히 허무는 치열한 작업이 필요했다"고 덧붙였다.

12년의 세월을 넘어선 앙상블, '송새벽'이 증명한 연출의 품격
극 중 등장하는 수위 높은 스킨십 장면에 대해서도 '김도연'은 배우로서의 단단한 소신을 드러냈다. 그는 "처음 경험하는 촬영이었지만, 대본을 읽는 순간부터 인물들의 서사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큰 고민 없이 받아들였다"며 "도라와 나미가 각자의 깊은 상처와 아픔을 처음으로 서로에게 드러내는 결정적이고 중요한 장면이었기에, 감독과 끊임없이 소통하며 그 본질적 의미를 담아내려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영화 '도희야'(2014) 이후 무려 12년 만에 '정주리' 감독과 재회한 배우 '송새벽'은 이번 작품에서 '연수' 역을 맡아 극의 무게감을 더한다. '송새벽'은 "전날 감독이 보내준 과거 스틸사진을 보며 세월의 흐름을 실감했다"면서도 "오랜만에 돌아온 현장이었지만, 인물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섬세함과 감독 특유의 깊이 있는 세계관은 여전히 묵직하게 다가왔다"고 찬사를 보냈다. 아울러 "배우에게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결정적인 순간에는 명확한 방향을 제시하는 연출력이 탁월하다"며 "현장 전체가 대본의 깊은 감정에 동화된 채 작업한 만큼, 관객들에게도 특별한 에너지가 전달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20년의 집념이 빚어낸 시선의 전복, '정주리'가 재해석한 '프로이트'
올해 칸국제영화제 심사위원주간 초청에 이어 부산국제영화제까지 사로잡은 '도라'는 '정주리' 감독이 20대 초반부터 약 20여 년간 가슴에 품어온 야심 찬 프로젝트다. 정신분석학자 '프로이트'의 '도라 사례'에서 영감을 받은 이 작품은, 주변 어른들과의 복잡하게 얽힌 관계 속에서 상처받은 소녀 도라가 주체적으로 자신을 회복해 나가는 과정을 치밀하게 그려낸다.
'정주리' 감독은 "스무 살 무렵 '프로이트' 전집을 읽으며 도라의 히스테리 연구 사례에 강렬한 흥미를 느꼈고, 이를 장편 시나리오로 완성하고 싶다는 열망을 품었다"고 회고했다. 이어 "시간이 흘러 그 기록을 다시 분석해 보니, 모든 서술이 철저히 '분석가(남성)의 시선'에 갇힌 도라의 모습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며 "그 안에 도라의 진짜 목소리가 존재하는지, 그가 진정으로 원했던 바가 무엇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창작의 기폭제가 됐다"고 강조했다.
결과적으로 '도라'는 '프로이트'의 권위적인 시선을 과감히 전복시키고, 미완의 치료로 남았던 사례를 소녀 스스로 극복하고 일어서는 주체적인 서사로 재탄생시켰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경쟁 부문 심사위원으로도 활약 중인 '정주리' 감독은 "심사를 하며 '나를 강렬하게 흔들어놓는 영화'를 만나길 고대했다"며 "이번 신작 역시 관객들의 마음을 깊이 파고들어 다채로운 담론과 반향을 이끌어내는 작품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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