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연을 맡은 첫 번째 영화였고 첫 영화제에서 첫 수상이다. 방금까지 베네치아였다가, 덴마크 구직 센터의 조그만 사무실에 있다는 점이 기묘한 불균형으로 느껴졌다."
제83회 '베네치아국제영화제'에서 영화 '마리가 뭐 어때서'로 여우주연상을 거머쥔 덴마크 배우 '마틸데 아르셀'(30)의 회고다. 첫 주연작으로 세계 주요 영화제 최고 영예를 안은 직후 실업급여 수급을 위해 구직 센터를 찾았다는 흥미로운 일화로 이목을 집중시킨 그가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아 한국 관객들과 조우했다.

세계 최고 무대 석권 후 마주한 현실의 기묘한 불균형
지난달 12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리도섬에서 거행된 제83회 '베네치아국제영화제' 폐막식에서 여우주연상(볼피컵) 수상자로 호명된 '마틸데 아르셀'은 떨리는 목소리로 기념비적인 소감을 전했다. 트로피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바닥에 내려놓는 모습은 좌중에 유쾌한 웃음을 안기기도 했다.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차지한 '마리가 뭐 어때서'는 황금사자상 수상작에 주요 부문 다른 상을 수여하지 않는 오랜 관행을 깨고 여우주연상까지 동시에 석권하는 기염을 토했다. 심사위원장 매기 질런홀은 만장일치 결정이었음을 천명하며 "아르셀은 우리를 깜짝 놀라게 할 것"이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섬세한 감정선으로 직조해 낸 1945년 덴마크의 초상
'마틸데 아르셀'은 "믿기지 않고 어안이 벙벙하다. 수상은 상상조차 못 했고 초청받은 사실만으로도 영광이었다. 아직도 꿈만 같다"고 감격을 표했다. 11일 '부산국제영화제' 현장에서 만난 그는 생애 처음 방문한 한국에서 진중하면서도 쾌활한 태도로 인터뷰에 임했다.
'마리가 뭐 어때서'는 부유한 사업가 린드와의 결혼을 앞둔 가정부 마리가 제2차 세계대전 종전 후 나치 독일이 물러난 덴마크에서 해방을 맞이하며 겪는 심리적 격랑을 그린다. 이번 '부산국제영화제'의 '월드 시네마' 부문에 공식 초청되며 국내 영화 팬들에게 첫선을 보였다.
![영화 '마리가 뭐 어때서' 속 장면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https://cdn.www.cineplay.co.kr/w900/q75/article-images/2026-10-11/73de2670-bea1-4dd3-bc69-86b632f45922.jpg)
전쟁의 상흔과 개인의 비극이 교차하는 서사
극 중 마리는 수려한 외모와 성실함으로 고용주 린드의 신임을 얻어 결혼을 약속하지만, 옛 동창 칼의 등장으로 절체절명의 위기에 직면한다. 칼은 마리가 과거 나치 독일 병사와 내밀한 관계를 맺고 아이까지 잉태했다는 치명적인 과거를 폭로하겠다며 숨통을 조인다.
![영화 '마리가 뭐 어때서' 속 장면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https://cdn.www.cineplay.co.kr/w900/q75/article-images/2026-10-11/c635b853-7556-40ed-8426-8dd25b1fa0b7.jpg)
숨소리조차 통제한 완벽주의 연기 철학
'마틸데 아르셀'은 "마리는 자신의 본모습을 철저히 감추고 기만에 능한 인물"이라며 "감정을 일차원적으로 표출하기보다 호흡과 같은 신체의 미세한 움직임을 통해 내면의 파동을 표현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 촬영 직전 제자리뛰기로 심장 박동을 급격히 끌어올린 뒤, 숨을 참고 연기에 돌입하는 등 극도의 몰입을 보여주었다.
![영화 '마리가 뭐 어때서' 속 장면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https://cdn.www.cineplay.co.kr/w900/q75/article-images/2026-10-11/d482413a-7330-4eef-bf59-e3f04cfbd949.jpg)
역사의 무게를 감당해 낸 묵직한 진정성
시대적 배경을 체화하기 위한 치열한 노력도 수반됐다. 영화에는 나치 병사와 관계를 맺은 여성들의 머리카락을 강제로 자르고 군중 앞에서 모욕하는 참혹한 장면이 묘사된다. '마틸데 아르셀'은 "사건의 당사자 대부분이 현재 90대 고령임에도 여전히 자신의 과거가 드러나기를 극도로 꺼린다는 사실이 가슴 깊이 남았다. 결코 가벼이 다룰 수 없는 심오한 역사적 무게를 실감했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미시적 디테일을 세밀하게 엮어낸 작품은 베네치아 현지 평단의 압도적인 찬사를 이끌어냈다.

열린 문 너머, 한국 영화계와의 협업을 꿈꾸다
'베네치아국제영화제' 상영 직후 덴마크로 귀국해 구직 센터를 방문한 '마틸데 아르셀'의 행보는 전 세계적인 이목을 집중시켰다. 덴마크 예술계에서는 배우가 작품 활동을 쉬는 기간에 실업급여를 수령하는 것이 일반적인 관행이며, 수급 요건 충족을 위해 구직 센터 방문이 필수적이었던 까닭이다.
그는 "담당 직원이 현재 구직 중이냐고 묻기에 '일은 안 하고 있지만, 방금 베네치아에 다녀왔다'고 답했다. 무척 흥미로운 상황이었다"며 미소 지었다. 이어 "이달 말 새로운 작품 촬영에 돌입하기 때문에 더 이상 실업급여는 받지 않는다"며 "수상 이후 확실히 달라진 위상을 체감한다. 굳게 닫혀 있던 기회의 문들이 일제히 열린 기분"이라고 밝혔다.

"기묘하고 불안한 여정, 한국 관객과 나누고파"
한국 영화를 향한 깊은 애정과 존경심도 감추지 않았다.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 셀린 송 감독의 '패스트 라이브즈'를 인생작으로 꼽은 '마틸데 아르셀'은 "한국에는 경이로운 명작들이 즐비하고 독보적인 영화적 전통이 숨 쉰다. 당연히 한국의 훌륭한 감독님들과 협업할 기회를 고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그는 "마리가 겪어내는 기묘하고도 불안한 여정에 한국 관객들이 기꺼이 동참해 주신다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할 것"이라는 진심 어린 당부를 남겼다. 압도적인 연기력으로 전 세계를 매료시킨 '마리가 뭐 어때서'는 조만간 국내 극장가에 정식 개봉해 관객들을 찾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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