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줄에 걸린 남자> 포스터

<거미줄에 걸린 남자>는 10월 31일(목) 올레 TV를 통해 볼 수 있습니다.

※ 극장에 걸리지 않았지만 이대로 놓치기 아쉬운 영화들을 한 주에 한 편씩 소개합니다.


<거미줄에 걸린 남자>

synopsis

40년이 넘는 경력을 자랑하는 베테랑 스파이 애더러스(벤 킹슬리)는 과거의 실수로 정부의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 그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중첩자라는 의심까지 받게 되고, 이를 해결할 마지막 기회를 얻는다. 바로 비밀스러운 환경 변호사 앤절라(모니카 벨루치)에게 접근해 시리아에서 벌어진 화학 무기 테러의 배후를 찾아내는 것. 벼랑 끝에 몰린 아더레스는 정부에서 보낸 감시 요원 대니얼(이타이 티란)과 임무를 수행한다.


<거미줄에 걸린 남자>

실화 배경의 무게

영화를 살펴보기 전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거미줄에 걸린 남자>는 시리아에서 벌어졌던 실제 테러 사건을 모티브로 제작됐다.(스포일러 방지를 위해 정확한 사건의 언급은 피한다) 심지어 아직까지도 현재 진행형인, 그 상흔이 아물지 않은 시리아 내전과 맞닿아 있는 사건이다. <시리아인 신부>로 몬트리올국제영화제 최고상을, <레몬 트리>로 베를린국제영화제 관객상을 거머쥐었던 이스라엘의 에란 리클리스 감독. 전작에서도 실제 상황을 캐릭터에 투영해 강한 드라마를 자아냈던 그는 이번에도 장기를 살려 <거미줄에 걸린 남자>를 완성했다.


왼쪽부터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리틀 드러머 걸> 포스터

존 르 카레의 향기

실화를 바탕으로 했지만 <거미줄에 걸린 남자>는 다큐멘터리가 아닌 명백한 극 영화. 리클리스 감독은 그 묘미를 살리기 위해 장르적 재미를 끌어올렸다. 다만 스파이 영화하면 먼저 떠오르는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 <007> 시리즈처럼 화려한 액션과 볼거리가 아니다. 총성 없는 전쟁이라는 말에 부합하는 스파이 스릴러로서의 재미다.

이 분야에서 빠질 수 없는 인물이 스파이 소설의 대가 존 르 카레. 토마스 알프레드슨 감독의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박찬욱 감독의 TV 시리즈 <리틀 드러머 걸> 등도 그의 소설이 원작이다. <거미줄에 걸린 남자>는 존 르 카레와는 무관한 작품이지만 그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말하기는 힘들 듯하다. 첨예한 첩보전, 복잡하게 뒤엉킨 관계 속에서 고뇌하는 캐릭터 등 존 르 카레의 향기가 강하게 풍겼다.


<거미줄에 걸린 남자>

벤 킹슬리의 주름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에 게리 올드만이 있었다면 <거미줄에 걸린 남자>를 이끄는 배우는 무려 50년 이상의 경력을 자랑하는 벤 킹슬리. <간디>(1980), <쉰들러 리스트>(1993), <올리버 트위스트>, <아이언맨 3> 등 100건이 넘는 필모를 거친 그는 <거미줄에 걸린 남자>에서 노익장 투혼을 발휘했다. 그가 연기한 애더러스도 한 가지 분야에서 40년 넘게 일한 장인. 덕분에 자연스레 묻어 나오는 여유로움부터 세월이 담긴 무게감까지 완벽하게 소화했다. 클로즈업에서 드러나는 깊게 팬 주름, 도드라진 혈관까지도 연기의 일환인 듯한 느낌. 겉은 꺼져가지만 속은 타오르는 듯한 묘한 모습을 자랑했다.


<거미줄에 걸린 남자>

익숙한 코드

익숙한 코드도 등장한다. 부성애선택의 기로다. 그 중심에 있는 캐릭터는 애더러스를 감시하는 동시에 보좌하는 신입 요원 대니얼. 사실 죽은 대니얼의 아버지는 애더러스의 막역한 동료였다. 어디서 많이 본 설정이라고? 그렇다. <킹스맨> 시리즈의 에그시(태런 에저튼)와 해리(콜린 퍼스)의 관계와 동일하다. 그러나 코미디 요소가 강한 <킹스맨> 시리즈와 달리 <거미줄에 걸린 남자>에서는 훨씬 어둡고 진중하게 두 사람의 애증 관계가 담겼다. 자신을 아들처럼 챙기는 애더러스에게 마음이 동하지만 반대 지점의 임무도 부여받은 대니얼. 그 간극 사이에서 대니얼은 짠내카리스마를 동시에 담당했다. 거친 성격의 소유자지만 상처와 고뇌를 간직한, 전형적이면서도 빠져들 수밖에 없는 캐릭터다.


<거미줄에 걸린 남자>

거미줄 속 거미들

그래서, 과연 제목에서 나타난 거미줄에 걸린 남자는 누구인가. 주인공 애더러스일까, 그의 곁에서 고뇌하는 대니얼일까. 우스운 대답일 수 있지만 정답은 의미 없다. <거미줄에 걸린 남자>의 원제는 <Spider in the Web>(거미줄 속 거미). 중요한 것은 누가 속았나가 아닌 스파이들의 생태계였다. 자신들이 열심히 짜놓은 그물망에서 허우적대는 인물은 보는 시각에 따라 애더러스도, 대니얼도, 앤절라도 될 수 있었다.

그 결과 반전도 저 사람이?하는 놀라움보다는 올 것이 오고야 만 씁쓸함을 자아냈다. 스파이 영화를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한 번쯤은 상상해봤을 나도 저렇게 폼 나게 살아보고 싶다. 그러나 <거미줄에 걸린 남자>의 크레딧이 올라갈 즘이면 그 생각은 180도 바뀌어 있을 것이다. 겉보기에는 멋진 삶을 살 수 있어도 저 속에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이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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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