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아담

DC 실사화 프로젝트는 이제 빌런에 집중할 모양인 걸까? 드웨인 존슨이 캐스팅된 것으로도 유명해진 <블랙 아담>이 촬영 일정 및 개봉일을 확정하면서 슬슬 궤도에 오를 준비를 하고 있다.

개봉일은 북미 기준 2021년 12월 22일이니 앞으로 꼬박 2년이 남은 셈이지만, 가볍고 캐주얼한 느낌으로 흥행에 성공한 <샤잠!>과의 관련성 등으로 촬영 시작 전부터 화제가 되고 있다.

올해 4월 개봉했던 <샤잠!>은 어린이들의 꿈과 희망을 강력하게 어필하며 3억 달러를 돌파하며 손익분기점을 상회하는 성공을 거뒀다. 슈퍼히어로 코믹스가 대중적인 장르인 미국 문화의 감성이 짙어 국내에서는 그리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샤잠!>

<블랙 아담>은 이 <샤잠!>의 스핀 오프 작품으로, 원작 코믹스에서 두 캐릭터는 유구한 숙적 관계를 오랫동안 지속해 온 사이다. 블랙 아담은 샤잠과 유사한 능력을 갖고 있고 번개와 관련된 마법을 쓸 수 있다는 것도 비슷하지만, 10대 소년인 샤잠과는 비교할 수 없는 경험과 능력치를 갖고 있다는 점이 차이라고 할 수 있겠다.

개봉까지는 시간이 많이 남았지만, 실사화 프로젝트로는 처음 소개되는 블랙 아담의 이모저모를 소개해 본다.


1) 블랙 아담은 누구인가

과거 코믹스의 샤잠과 블랙 아담

블랙 아담은 1945년에 첫 등장한 캐릭터로 샤잠의 아치 에너미(Archenemy)로 등장했기 때문에 샤잠과 관련된 ‘어른의 사정’을 똑같이 겪어야 했던 캐릭터이기도 하다.

첫 등장 당시에는 샤잠과 블랙 아담은 포셋 코믹스 소속이었다. 당시 ‘캡틴 마블’이란 이름이었던 샤잠의 특징이 슈퍼맨과 닮았으며 실제 스토리를 표절했다는 이유로 포셋과 DC는 기나긴 송사를 벌이게 된다.

결국 포셋은 DC에 캐릭터 판권을 팔게 되었는데, 마무리까지 장장 10년 넘는 시간이 걸렸다. 그 와중에 샤잠 캐릭터는 등장할 수 없었는데 마블 코믹스에서 완전히 다른 캐릭터인 ‘캡틴 마블’을 내놓았다. 거기에 DC코믹스는 저작권 등록을 따로 하지 않고 있었기 때문에 결국 캐릭터 이름을 빼앗기고 말았다.

어쩔 수 없이 DC는 캐릭터의 이름을 ‘샤잠’으로 변경하고 새로운 설정을 도입해서 코믹스를 발행했는데, 이 과정에서 샤잠과 함께 블랙 아담의 설정도 여러 번 변경됐다.

블랙 아담(왼쪽)은 이집트 신화, 샤잠은 그리스 신화에 기원을 두고 있다.

블랙 아담은 기원전부터 살아온 마법사로 이집트 문명과 깊은 관계를 갖고 있다. 능력의 기원도 이집트 신화에 등장하는 호루스, 아톤, 토트, 메헨, 슈 등의 신들에서 비롯되었다. 한때 람세스 2세의 아들이었던 적도 있으나 세계관 리부트 NEW 52 이후로는 칸다크라는 가상의 국가에 살고 있던 마법사라는 설정으로 변경되었다.

대마법사 샤잠은 아만이라는 소년의 선량함을 알아보고 아만에게 힘을 주었는데, 아만의 삼촌인 아담이 자신을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다 죽을 위기에 처하자 샤잠이 자신의 가족에게 했듯 힘을 나눠주어 아담을 살리게 된다. 때문에 아담의 힘은 샤잠과 근본적으로 같은 셈.

블랙 아담

하지만 아담은 힘을 얻고 난 후 아만과 자신을 비롯한 가족들을 노예로 만들었던 원수들에게 복수하기를 원했다. 근본적으로 선했던 아만은 아담을 막아섰지만 아담을 당해내지 못했고 결국 죽음을 맞게 된다. 아담은 이 사건 이후 아만이 가지고 있던 힘까지 흡수해 블랙 아담이라는 타락한 마법사가 되고 만다.

블랙 아담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고 세상을 좌지우지하려 했고, 이를 막기 위해 대마법사 샤잠을 비롯한 서클 오브 이터니티는 그를 바위 속에 봉인시켜 놓았다. 이 상태로 장장 5000년간 봉인돼 있었지만, 닥터 시바나에 의해 봉인이 풀리면서 현대 사회에 등장하게 된다.


2) 빌런도 히어로도 아닌 안티 히어로

샤잠과 블랙 아담

블랙 아담의 힘도 서클 오브 이터니티에서 왔기 때문에 근본적으로는 샤잠과 같다. 하지만 봉인되어 있는 동안 빌리 뱃슨이라는 어린 소년이 대마법사 샤잠에게 선택받아 힘을 받게 된 것을 알게 되자 빌리를 죽이고 힘을 되찾으려 한다.

아담이 빌리의 가족들까지 위협하기 시작하자 빌리는 블랙 아담을 막기 위해 싸움을 벌이게 되었으며 분투 끝에 블랙 아담을 죽음까지 몰고 가는 데 성공한다. 하지만 칸다크의 혁명세력이 궁지에 몰린 끝에 오래전부터 전해 내려오던 블랙 아담의 전설을 믿고 아담을 부활시키고 만다.

블랙 아담은 근본적으로 악인이라기보다는 나름대로 정의로운 가치관의 소유자인데, 문제는 그 정의를 실현하는 방법이 가차없다는 점이다. 블랙 아담의 근본적인 목표는 세상을 평화롭게 만드는 것이고, 인간들을 괴롭히는 독재자를 매우 싫어하는 특성도 갖고 있다. 처음 현대의 도시에 왔을 때 사람들이 시위하고 있는 모습을 보자 이 시대의 악인은 기업인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그를 바로 죽여버린다.

칸다크에서의 블랙 아담

즉 블랙 아담 자신이 생각하는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물불 가리지 않는다는 것인데, 이 과정에서 그를 막아서는 인물이 있다면 가차 없이 숙청해 버리기도 한다. 목적은 악의 처단이지만 그 과정에서 희생자가 나와도 개의치 않는다는 점에서 샤잠 같은 일반적인 히어로와는 대척점에 설 수밖에 없는 것.

샤잠에 의해 한번 죽음을 맞기는 했지만 부활에 성공한 블랙 아담은 먼저 자신을 부활시킨 칸다크 혁명군의 목표이자, 고국인 칸다크를 어지럽게 만들고 있었던 칸다크 정부를 처참하게 몰살시킨다. 이후 블랙 아담은 칸다크의 왕으로 즉위하고, 아이러니하게도 그가 가장 혐오했던 독재자가 된다.


3) 드웨인 존슨, 8년의 기다림

드웨인 존슨

이런 복잡한 역사와 성정의 캐릭터 블랙 아담 역으로 캐스팅된 배우는 다름 아닌 드웨인 존슨이다. 워너브러더스는 <샤잠>과 <블랙 아담>을 오래전부터 준비해 왔지만 우리도 잘 알고 있듯이 DCEU가 생각처럼 진행되지 않았던 탓에 예정보다 꽤 늦게 제작에 돌입하게 됐다.

그 덕분에 드웨인 존슨은 장장 7년 전에 이미 캐스팅된 상태로 기다림의 세월을 보내야 했다고 한다. 당초 계획은 <샤잠>의 첫 영화에 블랙 아담이 등장하는 것이었는데, 영화가 초기 계획과는 다른 형태가 되면서 드웨인 존슨의 기다림은 다시 길어졌다.

<블랙 아담> 역시 꽤 오래전부터 제작 계획이 있었던 영화였지만 개발 계획이 있다 정도로만 발표되었을 뿐 정확한 정보는 오랫동안 없었다. 드웨인 존슨은 <샤잠>의 제작 총괄로도 참여하고 있었지만, 출연은 기약 없이 멀어지기만 했다.

드웨인 존슨

그러던 중 지난 11월 14일 드디어 워너브러더스의 공식 발표로 드웨인 존슨의 <블랙 아담> 주인공 블랙 아담 역 캐스팅 확정 소식과 함께 2021년 12월 개봉 예정이라는 것이 확인되었다.

‘더 락’이라는 링네임으로도 유명한 프로레슬러 출신의 영화배우 드웨인 존슨은 <분노의 질주> 시리즈의 대히트는 물론이고 최근 <램페이지>와 <쥬만지> 시리즈 등에서 호연을 보여주면서 성공한 헐리우드 배우로도 자리 잡았으며, 지난해부터는 제작에도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다.

드웨인 존슨은 <블랙 아담> 캐스팅과 관련해 히어로 무비 출연은 어린 시절부터 자신의 오랜 꿈이었으며 이제 그 꿈이 이루어졌다고 기쁨을 숨기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영화 <샤잠>이 흥행에 성공하지 못했다면 <블랙 아담>도 폐기될 확률이 높았을 테니 드웨인에게는 여러모로 다행인 일일 듯.


4) 샤잠과의 만남은?

블랙 아담

영화 <블랙 아담>은 관객들에게는 처음 선보이는 캐릭터인 데다 <샤잠> 후속편이 아닌 별개의 솔로 무비이기 때문에, 샤잠과의 관계성보다는 블랙 아담이라는 캐릭터가 어떻게 탄생했고 왜 샤잠과 대척하게 되는가에 대한 단초를 제공하는 기원 이야기를 풀 것으로 보인다. 아무래도 샤잠과 직접적으로 대립하는 장면은 영화 속에서 만나보기 어려울 것 같지만, 두 캐릭터가 깊은 관계인 만큼 접점 정도는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영화의 분위기는 <샤잠>보다는 어둡고 비관적일 것이라고 하는데, 캐릭터의 특성상 당연한 일일 듯하다. 하지만 영화 <샤잠>이 꽤 밝고 명랑한 분위기였기 때문에 두 캐릭터가 어울리기 위해서는 지나치게 어두워지면 안 될 것 같기도 하다.

블랙 아담

DC 실사화 프로젝트에서 큰 단점 중 하나로 지적되었던 부분이 거대한 세계관 속에서 캐릭터들이 만나는 과정에서 어떤 사건이나 그 진행을 위해 캐릭터 설정이 붕괴되는 비극이 일어나는 것이었다는 사실을 돌이켜 보면 우려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근래에는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니 걱정은 좀 일러 보인다.

이번 영화의 메가폰을 쥐게 된 자움 콜렛 세라 감독은 <오펀: 천사의 비밀>과 <언더워터>등을 연출했던 인물로, 기막힌 반전과 긴장감 있는 스릴러 장르에서 걸출한 실력을 보여준 바 있다. 드웨인 존슨과는 <정글 크루즈>에서 감독과 배우 관계로 함께 일한 적이 있으니 이번이 두 번째 만남이다.

자움 콜렛 세라 감독

블랙 아담의 원작 스토리나 설정에 비추어 볼 때 비밀스럽고 환상적인 장면이 다수 등장할 것이고, 다소 위협적이면서 화려한 액션신도 러닝타임을 채워 즐 것임을 예상해 볼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액션배우로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던 드웨인 존슨과 자움 콜렛 세라 감독의 만남은 꽤 매력적인 조합인 듯하다.

우여곡절이 참 많았던 DC 실사화 프로젝트지만, 앞으로 보여줄 것이 더 많기에 충분한 고민을 거쳐 좋은 영화로 관객을 찾아와 주기를 바라본다. 더불어 <블랙 아담>이 <샤잠>과는 다른 매력을 보여줄 수 있기를, 나아가 DC 실사화 프로젝트가 지난날의 오명을 완전히 벗고 꽃길만 걸어 주기를!


희재 / PNN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