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밤티’라는 신조어가 유행했다. 유래부터 용법까지 웃픈 밤티는, 모 소셜 게임에서 밤티라는 닉네임의 유저가 캐릭터 커스터마이징을 유독 독특하게 한 것에서 온 말이다. 좋게 말하면 개성 있는데 어우러지지 않는, 나쁘게 말하면 그냥 너무 못생겨서 인상적인 것을 뜻한다고 할까. 그런 밤티 유행이 현재 중국에서도 퍼지고 있다. 그 주인공은 〈뉴라이〉(牛来, 우래)이다. 8월 5일 현지에서 개봉한 〈뉴라이〉는 그야말로 밤티여서 유행하고, 심지어 흥행까지 성공해 전 세계 관객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도대체 무슨 영화길래 이렇게 입소문(?)이 난 것일까.

〈뉴라이〉의 포스터를 보면 수묵화풍의 아트워크가 장인 정신을 기대하게 한다. 그리고 5년간 2인 제작으로 완성했다는 제작 일화에서도 굉장한 영화력이 녹아들었을 것만 같다. 그러나 예고편, 아니면 스틸컷 단 하나만 봐도 ‘이게 극장에서 개봉했다고?’라는 생각을 절로 나게 하는데, 바로 그 퀄리티 때문이다. 1995년, 세계 최초 3D 극장판 애니메이션이란 타이틀을 가진 〈토이 스토리〉와 비교해도 발끝에도 못 따를 지경이다. 지금 상영 중인 영화라는 설명보다 CG가 막 탄생한 시기에 만든 테스트 영상이라는 설명이 더 그럴싸하게 들린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 못생김이 너무 인상 깊은 나머지, 중국 SNS를 흔들었다. 〈뉴라이〉는 오직 포스터만 홍보물로 만들어서 개봉했기에, 극장에서 누군가 몰래 찍은 영화 장면으로 그 실체가 드러났다. 일단 소로는 보이지만, 피부가 누렇고 사뭇 진지한 얼굴의 주인공부터 사람들의 궁금증을 자극한다. 〈뉴라이〉는 겁이 많은 뉴라이가 표범과 친구가 돼 늑대들에 맞서며 용감한 소로 거듭난다는 내용을 다뤘다. 굉장히 정형화된 애니메이션처럼 보이지만, 홍보나 마케팅이 전혀 없었기에 사람들은 이 애니메이션을 직접 보는 것 말고는 어떤 작품인지 알 방법이 없었다.
그렇게 SNS에서 화제가 된 〈뉴라이〉는 개봉하자마자 손님이 없어 종영 수준을 밟다가 다시 상영횟수를 늘리는 ‘역주행‘에 성공했고, 10일 만에 1000만 위안(약 20억 원) 흥행 성적을 남겼다. 더불어 이 영화와 관련한 제작자들의 이야기까지 보도될 정도로 눈길을 끌게 된다.
앞서 말했듯 〈뉴라이〉는 2인 제작 작품이다. 이 두 사람은 애니메이션이나 관련 학문을 전공한 사람이 아니다. 감독 및 제작 및 성우 신위멍(信雨萌)과 각본 및 성우 쑨리팡(孙丽芳)은 모자지간이다. 신위멍은 원래 조경학을 배워 해당 사업을 하는 기업을 운영했는데, 2021년부터 사업체를 미디어 제작으로 업종을 바꾸고 애니메이션 제작에 착수했다. 그의 어머니 쑨리팡이 함께 제작을 도우며 적극적으로 지원에 나섰다(심지어 영화의 엔딩곡도 불렀다). 제작에 착수한 2021년이 소의 해였고, 신위멍의 아버지가 소띠라는 것에서 행운을 얻고자 소의 이야기를 구상했다는, 기획 이유부터 특이하다.


그렇게 5년간 제작한 애니메이션은 밤티 그 자체였는데, 어떻게 극장 개봉을 하게 된 걸까. 이것 역시 배급업을 하고 있는 ‘지인 찬스’를 활용했다고 알려졌다. 〈뉴라이〉의 배급사는 개봉하지 않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지만, 신위멍 감독의 의지가 결연해 결국 극장 개봉을 강행했다. 대신 그만큼 홍보 등에는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는데, 수려한 포스터와 영화의 엉망인 완성도가 오히려 시너지를 내서 흥행에 성공했으니 (의도하지 않았겠지만) 신비주의 홍보가 정확히 적중한 것이다. 신위멍 감독은 〈뉴라이〉의 완성은 99.9%가 행운이라고 말했지만, 지금도 가족 제작 시스템으로 신작을 제작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번에도 외부 자본 없이 오로지 가정에서 만들 예정이라고.


성공신화 같은 〈뉴라이〉는 갑작스러운 흥행에 다양한 의혹이 따라붙고 있다. 혹자는 신위멍이 사업이 잘 안 풀리자 정부의 애니메이션 제작 지원을 받기 위해 업종을 변경하고 제작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모자가 사는 다롄(大连)은 반도체 산업이 강세를 보이며 기존의 산업은 점차 하락세를 걷고 있는 추세다. 중국은 애니메이션 제작에 최대 2억 원 상당의 지원금을 주는데, 현재 제작사는 지원금 여부를 정확하게 밝히지 않았다고 한다. 또 중국은 극장 개봉을 위해 사전 심의를 거쳐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이 과정 역시 녹록지 않기에 배급 과정이 심상치 않다는 의심의 눈초리도 이어졌다. 무엇보다 이런 완성도의 영화가 극장에 걸린다는 건, 결국 일종의 거름망 역할을 해야 할 극장·배급사의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진다는 맹렬한 비판까지 나왔다.
그럼에도 〈뉴라이〉의 성공은 21세기 극장 문화를 새로운 형태를 명백하게 보여주는 사례이다. ‘밈’으로 조롱 받으며 실패하는 경우는 있어도 그것으로 대박을 터뜨리는 경우는 그렇지 많지 않다. 〈뉴라이〉는 비록 저열한 퀄리티로 사람들에게 알려졌지만, ‘한 공간에서 같은 것을 보며 즐기는’ 극장 문화의 새로운 단면을 드러냈다고도 볼 수 있다. 언젠가 넷플릭스가 용기 있게 구매해서 전 세계에 밤티의 매력을 살포해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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