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엔틴 타란티노는 <킬 빌> 시리즈(2003~4), <데스 프루프>(2007),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2009) 등 연달아 엔니오 모리꼬네가 남겨 놓은 과거의 명곡들을 영화 곳곳에 사용했다. <장고: 분노의 추적자>(2015)는 모리꼬네의 오리지널 신곡 ‘앙코라 퀴’(Ancora Qui)를 사용하기에 이르렀다. <장고: 분노의 추적자>를 본 이후 모리꼬네는 다시금 타란티노와 작업하지 않겠노라고 밝힌 바 있지만, 그 다음 영화 <헤이트풀 8>의 오리지널 스코어를 모리꼬네가 맡게 됐다. 데뷔작 <저수지의 개들>(1992) 이래 줄곧 기존의 음악들로만 영화음악을 구성했던 타란티노에게도 첫 오리지널 스코어인 셈이다.
십자가에 못박힌 예수가 눈을 이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목상을 클로즈업 하는 것에서 시작해 저 멀리서 힘차게 달려오는 마차가 프레임을 빠져나가는 과정을 롱테이크로 담은 <헤이트풀 8>의 2분 30초 간의 오프닝 시퀀스 속 ‘룰티마 딜리젠사 페르 레드 락’(L'ultima diligenza per Red Rock)은 모리꼬네와 타란티노 세계에 입성했음을 자명하게 알려준다. 눈(雪)을 뜻하는 제목의 ‘네베’(Neve)는 여러 버전이 영화 곳곳에 삽입돼 <헤이트풀 8>의 서스펜스를 극대화한다. 수차례 아카데미 시상식 영화음악 부문에 노미네이트 됐지만 번번이 고배를 마셨던 모리꼬네는 <헤이트풀 8>으로 오스카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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