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석한 소피 마르소.

브룩 쉴즈, 피비 케이츠, 왕조현 그리고 소피 마르소. 이 배우들은 1980~90년대 한국의 학생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남학생들의 책받침 속에 살고 있었으니까.

책받침에 등장할 법한 모습의 소피 마르소.

오늘은 책받침 배우 가운데 소피 마르소에 대해 알아보려고 한다. 11월10일 개봉한 <뷰티풀 레이디스>에서 소피 마르소의 얼굴을 찾아볼 수 있다. 부조리한 교도소 내 여성의 모습을 담은 <뷰티풀 레이디스>에서 소피 마르소는 남편의 탈옥을 도운 죄목으로 수감된 문학교사 마틸드를 연기한다. 아, 그리고 11월17일, 오늘은 그녀의 생일이라고 한다.

<뷰티풀 레이디스>의 소피 마르소(오른쪽).

1966년생인 소피 마르소는 한국 나이로 51세다. ‘벌써 그렇게 됐나’ 싶었는데, 에디터의 나이를 생각해보니 ‘소피 마르소가 이제 쉰이라고?’ 싶은 생각이 든다. 소피 마르소는 데뷔를 이른 나이에 했다. 그녀는 15살이던 1980년, <라붐>으로 전 세계 남학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라붐>: 영원한 첫사랑의 아이콘
소피 마르소라는 이름은 여전히 <라붐>에 연결된다. 저 유명한 장면과 음악을 쉽게 잊기 어렵다.

<라붐>

그런데 솔직하게 말해보자. <라붐>을 본 사람이 얼마나 될까. 실제로 당시 <라붐>은 국내에 정식 개봉하지 않았다. 2013년에야 정식 개봉했다. 사실 우리에게 익숙한 것은 <라붐>의 노래 '리얼리티'(Reality)와 1편의 엄청난 성공으로 제작된 <라붐2>의 노래 '유어 아이즈'(Your Eyes)였다. 하나 더 보태면 1988년에 제작된 <여학생>(L'Etudiante)이 있다. 이 영화에 사용된 노래는 '유 콜 잇 러브'(You call it love)다. 이 노래가 너무 유명해서 아예 영화의 제목을 <유 콜 잇 러브>라고 부르기도 했다.

<여학생>에 삽입된 노래 <유 콜 잇 러브>(You call it Love)

1980년대 전세계적인 소피 마르소의 열풍에 당시 한국도 동참했다. 그녀는 국내 화장품 브랜드 ‘드봉’ 광고를 촬영했다. 광고에서 소피 마르소는 화사한 표정으로 “드보옹~”이라고 말한다. 주윤발이 사랑해요, 밀키스를 장국영이 투유를 외칠 때다.

<브레이브 하트>: 할리우드로 진출
프랑스인들의 사랑을 받긴 했지만 아이돌 취급을 받았던 소피 마르소는 파격적인 전라 연기(<지옥에 빠진 육체>)도 불사하며 배우로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했다. 반(半)자전 소설 <거짓말쟁이>를 쓰기도 했다. 1985년, 자신보다 26살이 많은 폴란드 출신의 감독 안드레이 줄랍스키와의 동거는 큰 충격이었다.

줄랍스키와의 만남으로 배우로서 차곡차곡 성장하던 소피 마르소는 1995년 제작된 <브레이브 하트>에서 이사벨라 공주를 연기한다. 멜 깁슨이 직접 연출하고 주연을 맡은 <브레이브 하트>를 통해 소피 마르소는 국제적인 인지도를 갖게 됐다. 이후 그녀는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 빔 벤더스 공동 연출의 <구름 저편에>, 버나즈 로즈 감독의 <안나 카레니나> 등에 출연했다.

<브레이브 하트>에 출연한 소피 마르소.

<007 언리미티드>: 섹시한 변신
맙소사! 1999년, 소피 마르소가 본드걸이 됐다. <007 언리미티드>에 출연한 것이다. 그전까지 소피 마르소가 (노출을 많이 하긴 했지만) 여전히 청순한 이미지의 배우였다면 <007 언리미티드>에서는 달랐다. 그녀는 제임스 본드를 사랑하지 않는 악역 일렉트라 킹을 연기했고, 피어스 브로스넌 버전의 제임스 본드를 없애기 위해 유혹하기도 한다. 어린 시절 책받침 속 그녀의 변신을 보는 건, <007 언리미티드>의 유일한 관람 포인트였다. 좀 과장해서 말하면 <007 언리미티드>의 소피 마르소는 <수어사이드 스쿼드>의 마고 로비 같은 존재라고 할까. 소피 마르소는 “다리 때문에 캐스팅되진 않았다”고 했지만 <007> 시리즈, 특히 <007 카지노 로얄> 이전의 영화에서 본드걸의 역할은 그 정도에 머물러 있었다.

<007 언리미티드>에 출연한 소피 마르소.

소피 마르소는 지금도 여전히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2002년에는 <사랑한다고 말해줘>라는 작품을 직접 연출하기도 했다. 이 영화로 몬트리올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았다. 2011년 개봉한 영화 <디어 미>에서는 상큼한 프랑스식 코미디를 선보였고, 2014년에 개봉한 <어떤 만남>에서는 격정적인 베드신을 보여주기도 했다.

<어떤 만남>에 출연한 소피 마르소.

2000년 이후 소피 마르소가 출연한 영화가 꾸준히 국내에 소개되고 있지만 마음에 콕 박히는 인상적인 작품이 없는 건 사실이다. 세월의 무게에 주름은 생겼지만 여전히 아름다운 소피 마르소의 다음 대표작을 손꼽아 기다린다.

씨네플레이 에디터 두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