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오덴커크 주연의 액션영화 <노바디>가 절찬 상영 중이다. <존 윅>의 키아누 리브스처럼 월드스타는 없지만, 크레딧을 차근차근 살펴보면 꽤나 반가운 실력자들이 참여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액션의 쾌감으로 가득한 <노바디>를 만든 이들의 면면을 살펴보자.


허치 맨셀

밥 오덴커크

회사-펍-집 동선을 반복하고, 일주일에 한 번 오는 쓰레기차를 몇 주째 놓치는 평범한 가장... 이지만 사실 어마무시한 과거를 감추고 살고 있는 허치. 불의를 보면서도 겨우겨우 억눌렀던 살상의 기운이 봉인해제 되면 걷잡을 수 없이 적을 향해 돌진하는 수밖에 없다. 허술한 가장에서 살벌한 킬러로 단번에 변신이 가능한 허치 역의 배우는 밥 오덴커크다.<SNL> 작가로 커리어를 시작해 벤 스틸러와 코난 오브라이언의 쇼 작가로 활동하는 가운데, 저예산의 코미디 영화에 작은 역할로 출연하며, 종종 직접 연출도 맡았다. 밥 오덴커크보다 '사울 굿맨'이라는 이름이 더 익숙할 것이다. AMC 드라마 <브레이킹 배드> 두 번째 시즌에서 교활하면서도 우스꽝스러운 변호사 사울 굿맨으로 출연하기 시작해, 다음 시즌부터 메인 캐릭터로 활약해 2015년엔 그를 주인공으로 한 스핀오프 <베터 콜 사울>이 제작돼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더 포스트> <롱 샷> <작은 아씨들> 등 근래의 수작에서도 작은 역할을 맡은 오덴커크를 만날 수 있었다.

<브레이킹 배드>


데이비드 맨셀

크리스토퍼 로이드

허치의 아버지 데이비드 맨셀은 양로원에서 가만히 TV만 보면서 여생을 보내는 것 같아 보이지만, 전직 FBI 요원이라는 범상치 않은 경력은 언젠가 그의 활약상이 도드라질 거라는 걸 예감케 한다. 데이비드의 배우가 바로 <빽 투 더 퓨쳐> 시리즈의 브라운 박사 크리스토퍼 로이드라는 걸 눈치챘다면 예감이 아닌 확신이 됐을 터. 드디어 데이비드의 진면목이 나타날 때 <노바디>의 클라이맥스도 시작한다. 연극 무대에서 연기를 시작한 로이드는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1975)를 통해 영화계에 입성해, 니콜슨의 또 다른 출연작 <바람둥이 길들이기>(1978), <포스트맨은 벨을 두 번 울린다>(1981) 등에 참여하면서 얼굴을 알렸다. <빽 투 더 퓨쳐> 시리즈의 어마어마한 성공에 힘입어 주연급 배우로 발돋움해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의 <누가 로져 래빗을 모함했나>의 둠 판사 역을 맡았다. <아담스 패밀리> 시리즈의 페스터 삼촌도 로이드를 대표하는 캐릭터다. 이후에도 쉬지 않고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해왔으나 이른바 인기작에서는 도통 얼굴을 보기 힘들었던 게 사실인데, <노바디>가 터닝포인트가 되길 기대한다.

<빽 투 더 퓨쳐>


율리안 쿠즈네초프

알렉세이 세레브랴코프

<노바디>의 빌런은 러시아 마피아의 자금을 책임지는 율리안이다. 허치의 킬러 본능이 다시 터졌던 버스 안 불한당들 중 하나가 율리안의 동생이었고, 그는 곧장 동생을 박살낸 허치에게 복수하기로 한다. 율리안이 얼마나 살벌한 인간인지는 그가 처음 등장하는 클럽 신에서 대번에 드러난다. 러시아 배우 알렉세이 세레브랴코프는 일리야 나이슐러 감독의 율리안 역 1순위 배우였다. 80년대 중반부터 활동해온 그는 수많은 러시아 감독들의 작품에 출연하면서 현재 러시아 배우들 중 가장 몸값이 높은 배우로 알려져 있다.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돼 극찬받은 <리바이어던>(2014), 영국 BBC 드라마 <맥마피아>가 한국 관객에게도 비교적 익숙한 출연작이다.

<리바이어던>


제작

데이비드 리치

<노바디>의 옆엔 '<존 윅> 제작진 작품'이라는 문구가 따라다닌다. 프로듀서를 맡은 데이비드 리치의 영향이 크다. 리치는 <매트릭스 리로디드/레볼루션> <300> <본 얼터메이텀> 등 수많은 액션영화의 스턴트맨으로 활약해, 동료 채드 스타헬스키와 함께 <존 윅>을 공동연출(크레딧엔 프로듀서로만 이름을 올렸다)하면서 감독 데뷔했다. <존 윅>으로 2010년대 액션 영화의 새로운 지평을 연 그는 샤를리즈 테론 주연의 <아토믹 블론드>에 이어 <데드풀 2>와 <분노의 질주: 홉스 앤 쇼>를 연달아 연출하면서 당대 대표적인 액션영화 감독으로 입지를 탄탄히 다졌다. <존 윅> 이후 오랜만에 <노바디> 프로듀서로 활약한 데이비드 리치는, 과거 자신이 스턴트 대역을 맡았던 브래드 피트 주연의 기차 액션 영화 <불렛 트레인>을 촬영 중이다.

<데드풀 2>


감독

일리야 나이슐러

<노바디>는 러시아 출신의 일리야 나이슐러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자국에서 인디 밴드 '비팅 엘보우스'의 보컬로 활동한 나이슐러는 밴드의 뮤직비디오들을 직접 연출하면서 남다른 감각을 뽐냈다. <블랙 스완>의 대런 아로노프스키가 그의 재능을 극찬했고, <원티드>의 티무르 베크맘베토프는 그에게 1인칭 액션영화 <하드코어 헨리>(2015)의 연출을 맡겨 나이슐러는 연출, 각본, 촬영, 연기를 도맡아 <하드코어 헨리>를 완성했다. <하드코어 헨리>가 자국 러시아에서 큰 성공을 거둔 후 R&B 뮤지션 위켄드의 'False Alarm' 뮤직비디오도 연출한 나이슐러는 두 번째 영화 <노바디>로 할리우드에 입성했다.

<하드코어 헨리>


각본

데릭 콜스태드

<노바디>와 <존 윅>의 유사점은 비단 데이비드 리치의 영향 때문만은 아니다. <존 윅> 세계관의 창조자라 할 만한 시나리오 작가 데릭 콜스태드가 <노바디>의 각본까지 썼다. 과거 무시무시한 경력을 가진 킬러가 조용히 평화로운 삶을 살다가 애완동물과 관련한 사건으로 인해 결국 참지 못하고 다시 어둠의 세계로 뛰어든다는 뼈대부터 같은 작가의 그림자가 엿보이는 게 사실이다. 내년 개봉 예정인 <존 윅> 4편의 시나리오를 10년 이상 줄기차게 액션영화의 시나리오만 써온 마이클 핀치가 쓴다고 발표된 걸 보자면, 콜스태드는 앞으로 게임 원작의 <저스트 커즈>와 더불어 (아마도 제작될 확률이 높은) <노바디> 속편에 매진할 것으로 보인다.

<존 윅>


촬영

파웰 포고젤스키

<노바디>의 촬영감독은 폴란드 출신의 파웰 포고젤스키다. 주로 호러/스릴러 영화들의 카메라를 관장해온 그는 아리 애스터 감독의 <유전>과 <미드소마>의 촬영감독을 맡으면서 제대로 이름을 알렸다. <노바디>는 장르나 분위기의 무게나 전혀 딴판이긴 하지만, <유전> <미드소마> 속 갑작스럽게 끼어드는 신체 훼손의 임팩트를 떠올려 보면, 일단 액션이 시작되는 순간 별별 독특한 방법으로 상대를 공격하는 기술을 쏟아내는 <노바디>의 쾌감이 포고젤스키가 포착한 이미지에서 비롯됐다는 걸 가늠해볼 수 있다.

<유전>


씨네플레이 문동명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