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을린 사랑>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
<컨택트>

쉬운 퀴즈. <컨택트>의 감독은? 정답은 드니 빌뇌브다. 단박에 감독의 이름을 떠올리지 못했다고?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이후 <시카리오>), <그을린 사랑>의 감독이라고 하면 어떤가. 사실 드니 빌뇌브라는 이름이 입에 착 붙는 사람이 아직은 많이 없을 것 같다. <컨택트>를 재밌게 봤으나 드니 빌뇌브라는 이름이 아직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을 위한 포스트를 준비했다. 지금 드니 빌뇌브는 할리우드에서 가장 잘나가는 감독 가운데 한 명이다.

주요 필모그래피
<폴리테크닉> 2009
<그을린 사랑> 2010
<프리즈너스> 2013
<에너미> 2013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 2015
<컨택트> 2016
<블레이드 러너 2049> 2017 개봉 예정


<컨택트> 촬영 현장의 드니 빌뇌브 감독

캐나다에서 유명한 감독

드니 빌뇌브는 프랑스계 캐나다인이다. 1967년 10월 3일 퀘벡 주의 트루아리비에르라는 도시에서 태어났다. 그는 퀘백대(UQAM)에서 영화를 공부했다. 퀘벡 주는 프랑스어를 공용어로 사용한다. 빌뇌브 감독의 초기작들이 다 프랑스어 영화인 이유다. 참고로 <단지 세상의 끝>의 자비에 돌란 감독도 퀘벡 출신이다.

빌뇌브는 1998년 <지구에서의 8월 32일>이라는 영화로 데뷔했다. 이 영화는 칸국제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됐다. 차기작 <마엘스트롬>은 2000년에 개봉했다. 토론토영화제를 비롯해 각종 영화제에서 수상했다. 이후 빌뇌브는 한동안 영화 연출을 하지 못했다.

<폴리테크닉>은 공대에서 벌어진 여성혐오 범죄가 소재인 영화다.

9년 뒤. 빌뇌브는 <폴리테크닉>이라는 영화로 복귀했다. <폴리테크닉>은 캐나다 역사상 가장 끔찍한 ‘폴리테크닉 학살’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1989년 12월 몬트리올의 에콜 폴리테크닉 공대에서 마크 르팽이라는 기계공학도가 여대생만을 대상으로 무차별 총격전을 벌였고, 14명의 소녀가 목숨을 잃었다. <폴리테크닉>은 캐나다의 권위 있는 영화상 지니 어워드에서 최우수영화상을 비롯해 9개 부문의 상을 받았다.

퀘벡에서 할리우드로

캐나다에서 유명했지만 빌뇌브는 여전히 퀘벡을 벗어나지 못했다. 그런 그를 할리우드에 입성시킨 작품이 바로 2010년에 공개된 <그을린 사랑>이다. 아카데미 시상식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중동 내전(아마도 레바논 내전)의 비극을 담은 <그을린 사랑>은 충격적인 반전으로 유명하다. 지금도 그 반전을 생각하면 소름이 끼칠 정도다. 1+1은 왜 2가 아닌가? <그을린 사랑>으로 주목 받을 당시 <씨네21>에 실린 인터뷰를 소개한다. <그을린 사랑> 이후 빌뇌브 감독의 영화에서 보이는 그만의 스타일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을린 사랑>에서 가장 잔인한 장면들은 매우 ‘고요하게’ 처리된다. 
=미장센에 있어서 미니멀리즘을 선호한다. 내가 이제까지 영화에서 본 가장 강력한 장면들은 모두 매우 단순하게 연출되었다. (중략) 나의 목표는 야만성의 추악함을 과시적이고 요란스럽지 않은 방식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영화 데이터베이스 사이트인 IMDb에는 빌뇌브 감독에 대해 ‘라디오헤드의 음악을 많이 사용한다’고 썻다. 이 부분에 대한 문답도 소개한다.

-오프닝신부터 라디오헤드의 음악이 대단히 인상적으로 사용된다. 
=시나리오를 처음 쓰기 시작한 순간부터 라디오헤드의 노래들을 염두에 뒀다. 오프닝 시퀀스에 사용할 우울하면서도 몽환적인 음악을 찾던 중 곧바로 ‘You and Whose Army?’가 떠올랐다. (중략) 내게 멜랑콜리는 굉장히 중요한 요소다. 내 인성의 아주 큰 부분을 차지한다. 멜랑콜리는 물론 즉각적으로 위안을 필요로 한다. <그을린 사랑>의 주된 정서적 목표는 위안이다.

이 인터뷰를 통해 빌뇌브 감독이 추구하는 지점은 미니멀리즘과 멜랑콜리라는 걸 짐작할 수 있다. <그을린 사랑>에 대한 인터뷰 전문은 아래에서 확인할 수 있다.

<프리즈너스>에서 <시카리오>까지

“내가 할리우드에 처음 도착했을 때 내 주위엔 아무도 없었다. 혼자 휴 잭맨에게 가서 <프리즈너스>에 참여해 달라고 확신을 심어줘야 했다. 휴 잭맨은 항상 나를 믿어줬고 그 뒤 모든 게 빠르게 진행됐다.”
-2014년 <씨네21> 인터뷰 중
<프리즈너스> 촬영현장. (왼쪽부터) 휴 잭맨, 제이크 질렌할, 드니 빌뇌브.

<그을린 사랑>으로 단박에 전세계에 자신의 이름을 알린 빌뇌브는 할리우드로 갔다. 할리우드에서 그가 처음으로 연출한 영화는 휴 잭맨과 제이크 질렌할이 출연한 스릴러 영화 <프리즈너스>다. 이 영화는 보스턴 여아 실종사건을 다룬다.

<에너미>

<프리즈너스> 이후에 빌뇌브가 연출한 영화는 주제 사라마구의 소설 <도플갱어>가 원작인 <에너미>다. 제이크 질렌할이 다시 한번 출연해 1인2역을 연기했다. 조금은 난해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 촬영현장의 드니 빌뇌브 감독.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 촬영현장의 조슈 브롤린(왼쪽)과 드니 빌뇌브 감독.

2013년 <프리즈너스>와 <에너미>를 공개한 이후 빌뇌브는 쉬지 않고 <시카리오>에 참여했다. 앞의 두 영화에 비해 <시카리오>에 대한 평가는 압도적인 극찬이었다. <시카리오>는 미국과 멕시코의 국경 도시에서 일어나는 폭력의 고리를 차가운 시선으로 보여준다.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짧은 시간 동안 빌뇌브는 완전히 할리우드를 사로잡은 감독으로 성장했다.

포스트 놀란? 포스트 스콧!

레딧의 한 사용자가 “드니 빌뇌브가 우리 세대의 크리스토퍼 놀란”이라고 생각한다는 글을 올렸다.
미국의 영화 매체 ‘인디와이어’는 “드니 빌뇌브가 넥스트 크리스토퍼 놀란일까”라는 트윗을 남겼다.

<컨택트>가 공개되면서 빌뇌브는 크리스토퍼 놀란과 비교됐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놀란 감독의 <인터스렐라>와 비교됐다고 하는 게 옳겠다. 그러면서 빌뇌브를 두고 ‘포스트 놀란’ ‘넥스트 놀란’이라고 부르는 표현이 등장했다. 빌뇌브 입장에서 이 표현은 어떨까. 우선 나이로 보면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1970년생으로 빌뇌브에 비해 3살 어리다. 나이가 중요한 건 아니다. ‘포스트’, ‘제2의’, ‘넥스트’라는 수식어를 달려면 두 감독이 비슷한 스타일을 보여줘야 한다. 두 사람의 스타일이 비슷한가. 잘 모르겠다.

빌뇌브는 밴 에플렉이 하차를 선언한 배트맨 영화 감독의 물망에 오르기도 했다. 빌뇌브가 배트맨 영화를 맡게 되고 <다크나이트>를 뛰어 넘는 혹은 필적하는 영화를 만들어낸다면 얘기는 또 달라질 수도 있다.

<블레이드 러너 2049>. 10월 개봉 예정이다.
<블레이드 러너 2049>에 참여한 (왼쪽부터) 드니 빌뇌브, 리들리 스콧, 해리슨 포드, 라이언 고슬링.

‘포스트 놀란’ 대신 ‘포스트 스콧’은 어떨까. <컨택트> 이후 드니 빌뇌브 감독의 프로젝트는 <블레이드 러너 2049>다. 리들리 스콧 감독의 1982년작 <블레이드 러너>의 속편이다. 빌뇌브 감독은 기꺼이 이 프로젝트를 받아들인 듯하다. 빌뇌브 감독의 말을 들어보자.

“어릴 때 <블레이드 러너>를 보면서 영화 매체를 배웠다. 영화의 세계관, 캐릭터 모두 좋아해 속편의 연출을 맡았고, 진정 영광이다. 자세하게 얘기할 순 없지만… 시나리오가 잘 나와 만족스럽다.”
-<씨네21> 1091호 특집 기사 중

리들리 스콧과 빌뇌브의 스타일이 비슷하지는 않지만 그가 스콧 감독의 뒤를 잇는 건 맞다. <블레이드 러너 2049>는 스콧 감독이 직접 제작하는 영화이기 때문이다. 스콧 감독이 빌뇌브를 섭외했다는 말이다.

오스카에 대한 사랑?

<컨택트>

다시 <컨택트>로 돌아오자. <컨택트>는 2월26일(현지시간) 열리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등 8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라라랜드>, <문라이트> 등 쟁쟁한 경쟁작이 있긴 하지만 빌뇌브 감독은 자신이 오스카 트로피를 직접 받을 수 있는 작품상이나 감독상 수상을 간절히 바라고 있을 듯하다. 과거 <그을린 사랑>이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올랐을 당시 인터뷰를 보니 오스카에 대한 애정이 묻어난다.

“영화는 아름다움, 시, 그리고 산업의 합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영화를 만들 때 가장 행복하고 편하다. 영화를 만들 때 영화제를 생각하거나 상을 받는 것을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저 더 많은 대중과 공유하고 싶을 뿐이다. 하지만 오스카를 생각하면 12살 소년의 마음이 되곤 한다. (웃음)”
-2011년 <씨네21> 몬트리올 현지 통신원 인터뷰 중

영화평론가 이동진은 빌뇌브를 두고 “앞으로 미국에서 영화를 만드는 감독 중 가장 기대되는 인물”이라고 말했다. 그는 할리우드에서 스튜디오의 간섭을 받지 않는 감독 가운데 한 명이다. <시카리오> <컨택트>의 연이은 호평은 <블레이드 러너 2049>애 대한 기대감도 한껏 높여놓았다. 빌뇌브 감독이 영화사에 한 획을 남긴 SF영화 <블레이드 러너>의 속편을 어떻게 연출했는지에 따라 그의 명성을 달라지지 않을까. 어쩌면 ‘포스트 놀란’이라는 표현이 무색해질지도 모르겠다.

씨네플레이 에디터 신두영(두두)

재밌으셨나요? 내 손 안의 모바일 영화매거진 '네이버 영화'를 설정하면 더 많은 영화 콘텐츠를 매일 받아볼 수 있어요. 설정법이 궁금하다면 아래 배너를 눌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