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레이드 러너 2049> 상영관을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개봉(10월 12일)한 지 거의 한 달 가까이 됐으니 당연한 일이다. 그럼에도 어딘가 아쉬움이 느껴진다. 이 걸작을 왜 많은 사람들이 보지 않았을까. <블레이드 러너 2049>를 보기 위해 극장을 찾은 약 31만 5000명(이하,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 11월 3일 기준)이라는 국내 관객 수가 많아 보이지 않는다. 이 영화의 가치를 두고 보면 분명 적은 숫자라고 생각한다. <블레이드 러너 2049>는 이른바 ‘저주받은 걸작’이라 불리는 전작 <블레이드 러너>의 속편이다. <블레이드 러너 2049>는 전작이 보여준 영화적 성취와 흥행 부진을 모두 물려받았다.
<블레이드 러너 2049>에 대한 아쉬움을 붙들며 저주받은 걸작이라 불린 영화들을 찾아봤다. 흥행 실패, 제작사의 간섭 등으로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가 뒤늦게 걸작으로 인정받은 작품들을 만나보자.
- 블레이드 러너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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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드니 빌뇌브
출연 라이언 고슬링, 해리슨 포드
개봉 2017 영국, 캐나다, 미국
블레이드 러너 (1982)
<블레이드 러너 2049>의 DNA에는 저주가 남아 있었던 걸까. 리들리 스콧 감독의 <블레이드 러너>는 여러 버전이 존재한다. 처음 개봉했을 때는 흥행에 실패했다. 평론가들의 평가도 최악이었다. 당시 미국 영화 평론계의 스타였던 로저 에버트와 진 시스켈의 TV평론에서 혹평을 들어야 했다. 무겁고 난해한 분위기가 흥행 참패의 원인이었을 거다. 비슷한 시기 <E.T.>가 개봉하기도 했다.
극장에서 사라진 이후 <블레이드 러너>는 새로운 버전으로 진화하기 시작했다. 1992년 재편집된 감독판이 등장하면서 이 영화에 대한 평가는 달라졌다. 무려 10년이 걸렸다. 로저 에버트와 진 시스켈은 이 영화에 대한 평가를 수정하기에 이르렀다. 이때부터 <블레이드 러너>는 SF 영화의 걸작으로 불린다.
- 블레이드 러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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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리들리 스콧
출연 해리슨 포드
개봉 1982 미국
천국의 문 (1980)
영화 역사에서 저주받은 걸작을 얘기할 때 제일 앞에 둬야 할 영화는 <천국의 문>이다. 이 영화는 마이클 치미노 감독의 야심작이었다. <디어 헌터>로 아카데미 시상식을 휩쓴 마이클 치미노 감독은 당시로는 엄청난 금액인 4400만 달러의 제작비를 들여 러닝타임 219분짜리의 대서사시를 만들었다. 일찌감치 미국에 도착해 기득권을 쥔 부유한 농장주들과 나중에 도착한 가난한 이민 농부들 사이에서 일어난 백인들끼리의 전쟁을 다룬 수정주의 서부극인 <천국의 문>은 그냥 망하고 말았다. 망해도 크게 망했다. 이 영화 한 편으로 할리우드의 유서 깊은 제작사 유나이트 아티스트가 부도를 맞고 MGM에게 팔렸다. 고작 350만 달러를 벌어들인 흥행 실패와 더불어 평단의 혹평도 들어야 했다.
반전은 미국이 아닌 유럽에서 시작됐다. 미국의 어둡고 추악한 역사와 아메리칸드림의 허상을 까발린 이 영화는 프랑스의 영화지 ‘카이에 뒤 시네마’에서 그해 최고의 영화 가운데 하나로 선정했다. <천국의 문>에 대한 재평가는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크게 달라졌다. 지금 <천국의 문>은 걸작의 반열에 올랐다.
- 천국의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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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마이클 치미노
출연 크리스 크리스토퍼슨, 이자벨 위페르, 크리스토퍼 월켄
개봉 1980 미국
아비정전 (1990)
<아비정전>은 왕가위 감독의 두 번째 연출작이다. 데뷔작 <열혈남아>의 성공으로 왕가위 감독은 자신이 진짜 하고 싶은 영화 <아비정전>에 공을 들였다. 편집권도 보장받고, 장국영, 장만옥, 유가령, 장학우, 유덕화, 양조위를 캐스팅했다. 필리핀 로케이션도 다녀왔다. 그렇게 완성된 영화는 <열혈남아> 같은 홍콩 액션 누아르가 아니었다. 관객은 이 새로운 스타일에 난감해했다. 심지어 국내 관객들은 극장을 찾았다가 환불을 요구하기도 했다. 홍콩의 영화 제작사는 <아비정전>으로 인해 망하고 말았다. 1994년 <동사서독>, <중경삼림>이 개봉한 뒤에는 <아비정전>을 다시 보기 시작했다. <아비정전>은 시대를 조금 앞섰던 것 같다.
- 아비정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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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왕가위
출연 장국영, 유덕화, 장만옥
개봉 1990 홍콩
지구를 지켜라! (2003)
국내 영화 가운데 가장 유명한 저주받은 걸작으로는 <지구를 지켜라!>가 손에 꼽힌다. 포스터만으로는 도무지 어떤 영화인지 짐작할 수 없는 이 영화를 7만 3000여 명만이 극장에서 봤다. 이분들은 영화를 선택하는 혜안을 가졌다고 해야 할까. 어쩌면 그냥 시간이 맞아서 선택했다가 걸작을 발견했을 수도 있고, 욕을 하면서 극장을 나섰을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지구를 지켜라!>는 흥행 참패 이후 장준환 감독에게 ‘천재’라는 수식어를 남겼다. <지구를 지켜라!>는 영화 마케팅 실패 사례로 늘 언급이 되곤 한다. 어떻게 홍보를 해야 했을까. 그 어떤 홍보 전문가에게도 힘든 일이지 않았을까. <지구를 지켜라!> 이전까지 이런 영화는 없었다.
- 지구를 지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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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장준환
출연 신하균, 백윤식
개봉 2003 대한민국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1984)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의 저주는 조금 약한 편이다. 금세 진가를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저주의 원흉은 제작사 워너브라더스였다.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의 역작이었던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의 촬영본은 무려 10시간에 가까웠다. 첫 편집본은 6시간이었고 워너브라더스는 이대로는 흥행에 실패할 것을 우려해 감독의 동의 없이 139분짜리 편집본을 만들었다. 결과는 참담했다. 3000만 달러의 제작비에서 고작 532만 달러만 회수했다. 비평가들도 냉담했다.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에 출연한 배우 제임스 우즈에 따르면 그해 최악의 영화라는 평가를 받았다고 한다.
유럽에서는 달랐다. 유럽 개봉 버전은 229분짜리였다. 1984년 칸영화제에서 공개된 편집본이었다. 미국 버전과 유럽 버전은 전혀 다른 영화라고 봐야 할 것이다. 영화에 대한 평가는 완전히 역전됐다. <원스 어폰 어 타임 이 아메리카>는 국내에서 1984년 12월 개봉했다. 139분 편집본이었다.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키라>의 영화음악을 담당한 엔니오 모리코네는 미국 배급사가 서류 작업을 제대로 하지 못해 아카데미 후보에 오르지 못하기도 했다.
-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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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세르지오 레오네
출연 로버트 드 니로
개봉 1984 미국
다음부터 소개할 영화는 저주라고 명명하기에는 다소 약할지 모르겠다. 개봉 당시 흥행에 실패했으나 걸작, 명작으로 불리는 영화들이다.
시민 케인 (1941)
<시민 케인>은 거대한 상징처럼 느껴지는 영화다. 걸작이라는 단어와 가장 잘 어울리기도 하다. 걸작의 대명사로 사용해도 무리가 없다. 예컨대 “<블레이드 러너 2049>는 21세기의 <시민 케인> 같은 작품”이라고 말한다면 엄청난 걸작이 탄생했다고 받아들이게 된다. 말하자면 <시민 케인>은 공식(오피셜) 걸작이다. 그런 <시민 케인> 역시 개봉 당시 관객으로부터 외면을 당했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시민 케인>은 9개 부문의 후보에 올랐지만 각본상 하나만 가져갔다.
25살의 어린 감독 오손 웰스는 이 놀라운 데뷔작의 제작, 연출, 주연을 모두 맡았다. <시민 케인>은 촬영, 미장센, 각본, 사운드, 연기, 특수효과 등 영화의 거의 모든 요소에서 혁신적인 스타일을 보여줬다. <시민 케인>은 미국영화연구소(AFI) 선정 100대 영화 1위를 차지하고 있다.
- 시민 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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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오손 웰즈
출연 오손 웰즈, 도로시 코민고어, 조셉 거튼, 아그네스 무어헤드, 루스 워릭
개봉 1941 미국
파이트 클럽 (1999)
데이빗 핀처 감독의 <파이트 클럽> 역시 흥행에서 쓴맛을 본 영화다. 6300만 달러를 들여서 미국 내에서 3700만 달러를 거둬들였다. 이 정도면 쓴맛이 아니라 그냥 ‘폭망’이라고 해도 무방하겠다. 갑자기 에드워드 노튼이 관객을 보며 말을 걸기도 하니까 일부 관객들은 당황했을지도 모르겠다. 미국에서 망했지만 전 세계 수익까지 더하면 1억 달러를 넘겼다. 아마도 DVD 등 부가판권으로 벌어들인 수익이 아닐까 짐작해본다. 2000년 무렵 DVD 시장이 활성화되던 시기 덕분에 <파이트 클럽>을 금방 걸작의 이름을 갖게 만들었다. 또 데이빗 핀처의 추종자들을 만들어냈다.
- 파이트 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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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데이빗 핀처
출연 브래드 피트, 에드워드 노튼, 헬레나 본햄 카터
개봉 1999 미국, 독일
칠드런 오브 맨 (2006)
<칠드런 오브 맨>의 흥행도 시원찮았다. 그래서인지 당시 국내에서 정식 개봉하지도 못했다.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이 SF 영화는 2016년 <BBC>에서 발표한 ‘21세기의 위대한 영화 100편’ 가운데 13위에 이름을 올렸다. <칠드런 오브 맨>은 21세기 이후 SF 영화의 명작으로 인정받고 있는 셈이다. 인류가 더 이상 아이를 가질 수 없다는 설정의 <칠드런 오브 맨>은 국내에서는 2016년에야 정식 개봉했다. 명성만큼이나 많은 사람들이 봤을까? 1만 9000여 명이 극장을 찾았다.
- 칠드런 오브 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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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알폰소 쿠아론
출연 클라이브 오웬, 줄리안 무어, 마이클 케인
개봉 2006 영국, 미국
판의 미로: 오필리아와 세 개의 열쇠 (2006)
<판의 미로: 오필리아와 세 개의 열쇠>는 국내에서 저주받은 경우다. 해외의 경우 나쁜 흥행 성적이 아니었다. 다만 국내에서는 많은 관객을 만나지 못했다. 약 53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약간 애매한 숫자이긴 하다. 문제는 이 관객 가운데 영화의 진정한 가치를 잘 모르는 관객이 많았을 걸로 추정된다는 데 있다. 왜냐면 국내에서 <판의 미로: 오필리아와 세 개의 열쇠>는 가족용 판타지 영화로 홍보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저 부제는 원래 제목에서 나온 것도 아니다. 길예르모 델 토로가 누군지도 모르고 극장을 찾았을 어린 관객들이 영화를 보면서 기겁을 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스페인 내전이 끝난 1944년을 배경으로 한 잔혹하고 기괴한 판타지 영화에 적응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 판의 미로 - 오필리아와 세 개의 열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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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길예르모 델 토로
출연 이바나 바쿠에로, 더그 존스
개봉 2006 미국, 멕시코, 스페인
씨네플레이 에디터 신두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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