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갑자기 넷플릭스에 불러온 ‘용’의 바람. 한국영화 〈디 워〉가 넷플릭스 인기 순위에 이름을 올렸다. OTT 플랫폼 시청 집계를 제공하는 ‘플릭스패트롤’(flixpatrol)에 따르면, 〈디 워〉는 8월 10일 19개국에서 공개된 후 무려 영화 인기 순위 6위에 등극했다. 사탄들의 학교에 루시퍼의 등장도 아니고, 콘텐츠 뷔페에 〈디 워〉의 등장은 여러모로 충격(?)적일 수밖에 없다. 2007년 개봉해 국내외 모두 엄청난 화제를 만들었던 〈디 워〉를 다시 한번 돌아보고, 전 세계 시청자가 찾게 된 이유를 들여다본다.
800만 관객 돌파, 100분 토론 입성한 그때 그 화제작

〈디 워〉는 2007년 8월 1일 개봉했다. LA 도심 한복판에서 벌어진 난장판이 사실은 500년 전 조선에서 있었던 상황이 다시 벌어진 것이며, 동양의 이무기 전설에 따라 악한 이무기와 선한 이무기가 여의주를 두고 격돌한다는 내용이다. 당시 〈디 워〉는 어마어마한 반응을 모았는데 하나는 외국인 배우를 기용해 해외에서 촬영한 작품이란 점(어디까지나 촬영이지, 한국 자본으로 제작한 한국영화다), 그리고 〈용가리〉에 이은 심형래 감독의 대작이란 점이었다. 개봉 직후 한국 사회 전반에 파장이 이어졌다. 보통 정치나 시사 문제를 다루는 〈100분 토론〉에서 〈디 워〉를 주제로 토론을 진행했을 정도니까. 특히 영화 엔딩 크레딧에 삽입된 ‘아리랑’과 심형래 감독의 편지(국내에만 수록됐다)가 ‘국뽕 마케팅’인지가 뜨거운 감자였다.

그런 뜨거운 반응에 관객몰이 역시 화끈했는데, 800만 관객을 돌파하며 그해 최고 흥행작으로 기록됐다. 다만 흥행과 별개로 작품 완성도에 대한 비판이 많아지면서 ‘대중적 재미 vs. 완성도’라는 화두가 관객 사이에서 거듭 논쟁이 됐다. 최근 〈괴물〉(봉준호 감독)과 〈디워〉가 〈호프〉 개봉으로 재조명되었는데, 전자가 ‘미지의 존재가 나타나 혼란을 가져오는 상황’이 유사해 소환됐다면 후자가 관객 각자가 느끼는 극심한 온도차가 닮아 화제에 올았다.
다만 이쯤에서 분명히 넘어갈 것은 〈디 워〉는 결코 흥행 대박 영화가 아니었단 사실이다. 영화를 제작한 영구아트무비는 이후 직원들에게 임금 지급을 제때 하지 않아 고소를 당했으며 투자자들조차 투자금 회수를 하지 못해 법정에서 시시비비를 가려야 했다. 800만 관객이란 기록은 분명 일반적인 상업 영화에서 충분히 수익을 남길 흥행 기록이지만 〈디 워〉의 무지막지한 제작 규모와 기술 개발력에 소비된 비용을 고려하면 간신히 본전을 쳤다고 알려졌다. 결국 뉴스 등으로 이 사실들이 알려지면서 〈디 워〉는 당시의 뜨거웠던 반응은 잊히고 지금은 작품보다 그 다채로운 반응과 반향으로 기억되고 있다.
아마도 소문의 명작(?) 찾아본 넷플릭스 시청자들


넷플릭스에서 7위를 했다고 외국인 입맛에 맞는 건가, 그렇게 생각하기엔 지난 10여 년간 쌓인 외국 관객들의 평가를 보면 또 그렇진 않다. 서구권에서 많이 쓰는 영화 평가 플랫폼 ‘레터박스’를 봐도 평균 점수가 1.8점에 불과하다. 그렇다는 것은 해외 시청자들이 정말 재밌어서, 혹은 그렇다고 소문이 나있어서 봤다고 생각하긴 어렵다. 이 같은 인기는 OTT 플랫폼의 특성 덕분일 가능성이 크다. 넷플릭스는 구독을 하면 콘텐츠를 무제한 이용할 수 있으니 인지도가 없는 작품이라도 시놉시스로 흥미를 끌어 대박을 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디 워〉 역시 현재 글로벌 단위에서 유행하고 있는 ‘한국’ 콘텐츠라는 점, 그리고 어느 문화권이든 보고 즐기기 좋은 ‘괴수물’이란 점에서 시청자들의 눈에 들었을지 모른다.
용과 현대 무기의 격돌? 호기심이 동할 만하다.
또 이렇게 인기를 끈 이유는 그동안 〈디 워〉가 베일에 싸인(?) 영화였단 것이다. 오랜 시간 〈디 워〉는 글로벌 OTT 플랫폼에 등록되지 않았다. 국내에서는 VOD나 OTT 플랫폼 등으로 볼 수 있었지만, 해외 시청자는 2차 매체(DVD, 블루레이)를 구매하지 않는 이상 볼 수 없는 영화였던 것. 그렇기에 집에서 편하게, 별도의 추가 비용 없는 넷플릭스의 〈디 워〉 공개가 화제를 모았다고 할 수 있다. 프랑스, 독일, 그리스, 이탈리아 등 유럽권에선 최고 2위까지 기록하는 저력을 과시했으니까.
아무튼 〈디 워〉는 이렇게 십여 년 만에 다시 역주행에 성공했다. 당시 속편 제작에 강력한 의지를 내비쳤던 심형래 감독은 여전히 〈디 워 2〉에 대한 꿈을 꾸고 있다. 2026년 2월 방송 출연 당시 “올해(2026년) 안에 제작발표회를 열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번 〈디 워〉의 넷플릭스 반등이 그의 꿈을 실현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지만, 〈디 워〉를 접한 시청자들의 반응이 본격적으로 드러날 때 그 방향이 보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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