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야말로 옥에 티…다 좋은 흥행작 '오디세이'에서 살짝 마음에 걸리는 부분

오디세우스는 역풍을 맞아 10년을 떠돌았지만, 〈오디세이〉는 순풍을 달고 흥행의 항로로 나아간다. 크리스토퍼 놀란이 〈오펜하이머〉의 차기작으로 선택한 〈오디세이〉는 그리스 대서사시 「오디세이아」를 영상으로 옮겼다. 그리스 연합군과 트로이의 장기전에 마침표를 찍은 이타카의 왕 오디세우스가 고향으로 돌아가며 겪는 일을 담은 이 영화는 호평과 흥행 모두를 잡으며 전 세계를 휘어잡고 있다. 씨네플레이 기자들 역시 시사로 접한 후 별점과 후기로 호평한 바 있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할수록 〈오디세이〉는 분명 맹점이 있는 작품이란 것도 확실했다. 그리하여 그 옥에 티가 무엇인지, 씨네플레이 기자들이 불편한 점을 최대한 강조한 개개인의 감상을 전해본다. 아래 내용은 일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으며, 어디까지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점을 서술했다는 점을 명시한다.


성찬얼 _ 전 세계 40개 극장에서만 볼 수 있는 원본?

〈오디세이〉를, 정확히 말하면 크리스토퍼 놀란이 애지중지하는 〈오디세이〉를 우리는 못 봤다.. 지금 한국에 개봉해서 300만 관객을 돌파했는데 무슨 소리야 싶겠지만, 그것은 ‘원본’이 아니다. 본래 영화는 원본이란 개념이 가장 희박한 예술 중 하나다. 영화는 기본적으로 ‘언제’ ‘어디서든’ ‘원본과 동일한 것’으로 복제돼 반복적으로 유희하는 예술이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는 다른 예술 분야보다 더 빠르게, 더 크게 산업화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표준 모델이 바로 할리우드다. 그만큼 다양한 곳에 그대로 전달돼 관객들을 만날 수 있기에 할리우드식 블록버스터는 지속할 수 있었다.

〈오디세이〉 포맷별 상영의 예시 이미지
〈오디세이〉 포맷별 상영의 예시 이미지

그런 점에서 크리스토퍼 놀란의 아이맥스 사랑은 언제나 경외로우면서 버겁다. 대부분의 영화는 아이맥스 필름을 사용하지 않는다. 디지털 시대 산업적 시각에서 보면 아이맥스 필름 사용은 상대적으로 제작비와 시간을 낭비하는 일이니까. 그래서 다른 영화들은 대체로 아이맥스 디지털 카메라를 사용하거나 일반 카메라로 촬영 후 아이맥스 포맷으로 컨버팅한다. 그래서 아아맥스용으로 화면비가 넓어지는 영화라고 해도 보통은 일반 상영 판본을 원본으로 보고 아이맥스는 일종의 팬서비스 정도로만 여긴다.

그러나 놀란의 영화는 다르다. 놀란은 지독할 정도로 아이맥스 ‘필름’ 촬영을 고수했고 지금껏 다양한 노하우를 쌓아 마침내 〈오디세이〉에서 분량 100%을 촬영하는 데 성공했다. 이 지점에서 그동안의 아이맥스 영화와 다른 문제가 생긴다. ‘무엇이 원본인가’. 일부분만 필름 촬영을 했다면, 해당 파트를 부각하는 팬서비스 정도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모든 장면을 아이맥스 필름으로 촬영했다면, 그것은 아이맥스 필름 영화가 아닐까? 거기다가 전해진 이야기에 따르면 아이맥스 필름 영사기에 3시간 이상 분량의 필름을 거치할 수 없어서 3시간 내로 편집했다고 한다. 결국 〈오디세이〉는 전적으로 아이맥스라는 특수한 포맷을 기준으로 제작된 영화라고 봐도 무방하다.

그리고 그렇게 생각했을 때 이어지는 문제. 전 세계에서 아이맥스 필름을 상영하는 극장은 딱 41개 관뿐이다. 한국인으로서 더 최악은 아시아에 단 1개도 없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우리는 우리도 모르는 새에 〈오디세이〉 사각지대에 있었던 것이다.

현재 아이맥스 70mm 상영이 가능한 극장 위치. 보시다시피 북미에 몰려있다.
현재 아이맥스 70mm 상영이 가능한 극장 위치. 보시다시피 북미에 몰려있다.

〈오디세이〉를 아이맥스관에서 본 입장에서(그리고 놀란 영화 대부분을 아이맥스에서 본 입장에서) 그의 아이맥스 사랑, 이해 못하는 건 아니다. 압도적으로 섬세한 화질과 널찍한 화면비, 극장에서 느낄 수 있는 극한의 사운드. 자신의 영화를 사랑하는 작가라면, 탐낼 만한 무기다. 그러나 어느 순간 ‘아이맥스 전용’처럼 아이맥스 촬영 분량을 점점 넓혀간 놀란의 작품에 비해 그것을 접할 수 있는 경로는 전무하다. 심지어 그는 2차 매체나 OTT 플랫폼에서도 1.43:1 비율 버전을 공개하지 않는다. 극장에서 내리는 순간, 그것은 영영 관계자들 품에서나 원본을 볼 수 있는 귀중한 사료가 되는 것이다.

나 스스로도 놀란 영화를 애호하면서 이렇게 비난하는 이중적인 태도는 피하고 싶다. 그러나 〈오디세이〉를 떠올릴 때마다 이 불편한 마음은 사라지지 않는다. 영화는 한때 노동자들의 가장 큰 즐거움이었다. 적은 돈으로 극장에서 빈부나 직위 구분 없이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최고의 예술이었고 그렇기에 대중문화이자 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었다. 그러나 놀란의 아이맥스 사랑은 볼 수 있는 환경을 제한하면서 관객들 사이에 거대한 간극을 만들고 말았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영화 관람에 계급이 형성된 것이다. 아이맥스 필름을 볼 수 있는 자, 볼 수 없는 자. 현재 한국 상황을 말하자면 용아맥을 잡을 수 있는 자, 못 잡는 자. 훌륭하게 고대 서사시를 재현한 〈오디세이〉에게 옥에 티는 그 불평등함이 아닐까.


김지연 _ 반만 들춘 영웅 이야기의 뒷면

놀란의 이번 영화는 분명 훌륭한 블록버스터이자 대서사시다. 다만 딴지를 걸고 싶은 지점이 하나 있다면, 후반부 오디세우스(맷 데이먼)가 참회를 하고도 페넬로페(앤 해서웨이)의 구혼자들을 전부 죽이는 장면이다.

〈오디세이〉
〈오디세이〉

〈오디세이〉는 「오디세이아」라는 원전을 빌려오되 영웅 서사를 해체하며 영웅의 뒷면을 비춘다. 영화는 오디세우스의 텅 빈 눈빛과 그의 내면의 환영인 아테나(젠데이아)의 모습을 반복해서 보여준다. 이는 그가 집으로 돌아가는 여정 내내 겪는 고난이 사실은 신의 분노에 의해서가 아니라 자신을 짓누르는 죄책감 때문이었음을 암시한다. 불길에 잠기는 트로이를 보며 ‘내가 지금 무슨 짓을 저지른 것인가’라는 생각에 빠진 그의 모습은, 그는 집으로 돌아가는 물리적인 길을 잃은 것이 아니라 사실 내면의 길을 잃었음을 드러낸다.

더 이상 전쟁과 영웅의 이야기가 무비판적으로 환영받지만은 못하는 21세기에서, 원전을 반전(反戰) 영화로 각색한 영화의 방향에는 동의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말부에 이르면 영화의 메시지와 스펙터클 사이의 묘한 어긋남이 발생한다. 그간 선과 악의 구분을 고의로 흩뜨려놓고, 영웅의 허울을 벗어던지기 위해 그토록 안간힘을 썼던 영화는 마지막에 이르러 다시 영웅의 이야기로 회귀한다.

거지의 행색을 하고 소박한 인간으로 돌아와 참회의 말들을 내뱉은 오디세우스가, 원전과 마찬가지로 구혼자들을 모조리 몰살하는 장면은 참으로 의아하다. 영웅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 그토록 몸부림치던 인간은, 왜 다시 구혼자들을 모조리 처단하고 아내를 되찾는 ‘전통적인 승리자’의 모습으로 회귀하는가? 오디세우스의 뼈저린 참회와 마지막의 ‘악에 대한 통쾌한 응징’이 빚어내는 불협화음은 다소 이질감을 낳는다. 이는 원전의 큰 줄기를 따르기 위한 선택이었겠으나, 영화가 직전까지 쌓아 올린 참회의 정서와는 상반된 느낌을 준다. 전쟁을 비판하며 개인의 내면에 집중하던 영화가 갑자기 스케일 큰 학살 장면과 함께 통쾌한 악의 응징으로 태세를 전환할 때, 우리는 들추다 만 영웅 이야기의 뒷면을 목도하게 된다. 반전(反戰) 영화지만, 반전(反轉)은 없었다.


주성철 _ 크리스토퍼 놀란에게는 여전히 멀고 먼 벡델 테스트

“남자를 내게 말하라.” 영화 〈오디세이〉의 원작인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는 그렇게 시작한다. 인용한 「오뒷세이아」(옮긴이 김헌, 을유문화사) 외에도 다른 수많은 원작 판본들 역시 하나같이 한 남자에 대해 들려달라는 말로 시작한다. 그리고 트로이 전쟁 이후 주인공 오디세우스가 고향 이타카로 돌아가는 10년간의 험난한 여정이 이어진다. 그렇다, 「오디세이아」는 방랑하고 참회하고 각성하는 남성 서사의 가장 오래된 원형이자 그 결정판이다. 오디세이아는 여정 중 기억을 잊게 해주는 로투스를 건넨 칼립소도 만나고, 영화에서 묘사된 것과 달리 꽤 오래 함께 살았던 키르케도 만나지만, 페넬로페는 오직 남편이 돌아오기만을 하염없이 기다린다.

영화 '오디세이' 속 장면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영화 '오디세이' 속 장면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흥미롭게도 ‘귀향’이라는 테마에 더해, 크리스토퍼 놀란의 영화들이 지금껏 ‘벡델 테스트’와 거리가 멀었음을 떠올려 보면 〈오디세이〉의 전 세계적인 흥행은 사뭇 놀랍다. 그의 필모그래피에서 벡델 테스트의 일반적인 기준, ① 이름을 가진 여성 인물이 두 명 이상 등장하고, ② 두 여성이 서로 대화하며, ③ 그 대화가 남성에 관한 것이 아니어야 한다는 세 가지 조건을 충족하는 영화들이 사실상 없다. 물론 논란이 있을 수도 있지만, 두 편이 있긴 하다. 〈인셉션〉(2010)에서 아리아드네(엘리엇 페이지)와 맬(마리온 꼬띠아르)이 서로 대화하지만 그 내용은 사실상 코브(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에 대한 것이다. 그나마 〈다크 나이트 라이즈〉(2012)에서 셀리나 카일(앤 해서웨이)과 여러 여성 캐릭터들과 남성과 무관한 대화를 나눈다. 그 외 〈인터스텔라〉(2014)와 〈테넷〉(2020)과 〈오펜하이머〉(2023)은 여성 캐릭터가 여럿 등장하지만 서로 대화하는 장면이 없고, 〈덩케르크〉(2017)에는 딱히 대사를 가진 여성 캐릭터 자체가 없다.

〈오디세이〉 칼립소
〈오디세이〉 키르케
〈오디세이〉 페넬로페
〈오디세이〉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칼립소, 키르케, 페넬로페

크리스토퍼 놀란의 영화에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여성 캐릭터는 자주 등장하지만, 딱히 서로 만나지 않는다. 그가 여성 캐릭터 활용에 무관심하고 인색하다기보다 주로 남성 주인공의 활동반경과 기억 안에 머무르는 존재들로 남긴다. 그런 그가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 서사의 원형이라고도 할 수 있는 〈오디세이〉 서사에 다다른 것은 어쩌면 당연한 귀결이었을지도 모른다. 오디세우스(맷 데이먼)의 아내 페넬로페(앤 해서웨이)를 비롯해 칼립소(샤를리즈 테론), 키르케(사만다 모튼) 모두 그의 이전 영화 여성 캐릭터들처럼 강하고 매력적이지만 서로 만나지 않는다. 오직 주인공 남성과만 연결 지점이 생긴다. 특히 〈오디세이〉에서 페넬로페에게 주어진 가장 중요한 덕목은 기다림과 정절이다. 마치 「춘향전」에서 이몽룡이 성춘향을 떠보는 것처럼, 오디세우스가 거지꼴을 하고 돌아와 정체를 숨긴 채 페넬로페의 본심을 청취하는 장면도 있다. 말 한마디 잘못했다간 큰일이다.

앞서 오디세우스가 키르케를 만났을 때, 전쟁을 겪은 키르케의 울부짖음을 들으며 2015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의 대표작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가 떠올랐다. 제2차 세계대전을 겪은 소비에트 여성 200명을 인터뷰해서 여성의 목소리만으로 전쟁을 기록한 다큐멘터리 산문이다. 〈오디세이〉가 어쩌면 ‘외도’라고도 부를 수 있는 원작 속 오디세우스의 여정을 지금 시점에 맞게끔 포장하고 미화하는 가운데, 사만다 모튼이 연기한 키르케의 목소리만큼은 강렬했다. 어쩌면 그래서 페넬로페 역시 다른 모습을 보여주지 않을까 기대했던 것 같다. 칼립소와 키르케의 비중을 줄이거나 다른 방향으로 비튼 것처럼, 남성 중심적 귀환담의 말미를 장식하는 페넬로페에게 뭔가 다른 시점을 부여할지 살짝 기대하긴 했다. 물론 원작과 달리 클라이맥스에 이르러 페넬로페가 주체가 되어 시험의 출제자가 되지만, 한 학생만 풀 수 있게끔 미리 정답을 보여준 것이나 다름없는 시험이긴 했다.

이처럼 고전의 변형은 힘들고도 고되다. 우리에게 익숙하고도 거대한 이야기일수록 더 그럴 것이다. 한편으로 크리스토퍼 놀란은 하나의 주제를 더 깊게 파고드는 것이 최선이라 생각하지 않았을까. 그래서 긴 여정을 끝내고 돌아온 ‘거지’ 오디세우스의 성찰을 통해 그 유명한 ‘트로이 목마’가 위대한 전략, 전술이 아니라 ‘신들께 바치는 공물’이라는 거짓말로 상호 간의 신뢰를 무너트린 행위일 수도 있을 것이라 반성하는 것도, 여전히 미국 이란 전쟁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크나큰 울림을 준다. 아무튼 무려 3천 년 전의 고전을 두고 구구절절 벡델 테스트의 관점을 들이대는 것이 무슨 소용 있겠냐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오디세이〉를 보며 최근 할리우드에서 기를 펴지 못하고 살아온 남성 서사의 반격을 느꼈다고 하면 지나친 것일까.

电影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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