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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년 후〉 시리즈의 정상화, 혹은 완전히 새로운 세계… 분노 바이러스 좀비들의 귀환

성찬얼기자
〈28년 후〉 포스터
〈28년 후〉 포스터

영원히 오지 않을 것 같은 ‘분노 바이러스’가 다시 한번 세상을 점령할 예정이다. 6월 19일 개봉한 <28년 후>는 2002년 <28일 후>, 2007년 <28주 후>에 이어 18년 만에 나온 신작으로, 분노 바이러스가 영국을 집어삼킨 미래를 그리고 있다. 과연 분노 바이러스로 격리된 영국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그리고 그들은 어떤 일을 마주하게 될까. 좀비영화의 새 지평을 연 <28일 후>만큼 파격적으로 돌아온 <28년 후>의 세계를 먼저 들여다본 후기를 전한다.


〈28년 후〉 제이미(왼, 애런 존슨)와 스파이크(알피 윌리엄스)
〈28년 후〉 제이미(왼, 애런 존슨)와 스파이크(알피 윌리엄스)

스코틀랜드 하일랜드의 생존자 마을. 아빠 제이미(애런 존슨)와 아들 스파이크(알피 윌리엄스)는 극심한 병세에 시달리는 엄마 아일라(조디 코머)와 살고 있다. 때때로 환각과 발작, 기억 혼동에 시달리는 엄마를 두고 스파이크는 제이미와 ‘첫 출정’에 나선다. 하일랜드에서 본토를 오가는 이 여정에서 스파이크는 본토에 의사가 있단 사실을 알게 된다. 스파이크는 엄마 아일라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다시 한번 본토로 향한다.


〈28년 후〉
〈28년 후〉

이번 <28년 후>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역시 시리즈의 ‘정상화’다. 이번 영화의 연출과 각본을 맡은 대니 보일과 알렉스 가랜드는 시리즈의 1편 <28일 후>에서 같은 역할을 담당했다. 이후 속편 <28주 후>는 기획에 이름을 올리긴 했으나 사실상 새로운 제작진이 만든 속편에 가까웠고, 그래서 극중 ‘분노 바이러스 감염자의 아사’와 ‘파리까지 뻗어나간 감염자들’이란 설정은 대니 보일과 알렉스 가랜드의 아이디어가 아니었다. 두 사람은 이번 속편에서 그 설정을 부정한다. 도입부에서 ‘유럽 대륙은 바이러스를 막았고, 영국을 봉쇄했다’고 설명하며 이 폐허가 된 영국의 풍경을 그리는 발판을 마련한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는 좀비영화이면서 동시에 포스트 아포칼립스를 경유한다. 어떤 의미에선 후자에 더 가깝다. 문명에서 동떨어져버린 생존자들은 총이 아닌 활을 주력 무기로 사용하고, 어떻게든 자급자족하며 공동체 생활을 이룬다. 영화는 이런 풍경을 꽤 세세하게 그리는데, 이 설정이 영화의 거친 영상미와 스코틀랜드의 목가적 풍경에 뒤섞이며 독특한 시너지를 발휘한다.

 

 

〈28년 후〉
〈28년 후〉

영화는 전작들처럼 특이한 촬영 방식을 선택했다. 1편이 DV, 2편이 16mm으로 촬영했는데 이번 영화는 아이폰을 메인 기기로 삼았다. 물론 ‘쌩폰’ 촬영이 아닌 마운트와 렌즈를 사용한 촬영이지만 일반 상업영화와 다르게 간소화된 장비이므로 영화 속에서 획기적인 영상 연출을 과시한다. 극단적인 클로즈업이나 좁은 실내를 담아내는 화면은 관객마저 폐소공포증을 느낄 정도. 정반대로 인류가 사라진 본토의 자연 풍광을 담는 장면들은 넓은 화각과 선명한 화질을 극대화해 대비를 일으킨다.

촬영 장비뿐만 아니라 영화를 구성하는 방식 또한 분명 파격적이다. 여러 차례 점프컷을 사용해 극단적인 감정 표현이나 상황을 전달한다. 또 일부 장면에서 역사적 푸티지를 삽입함으로써 <28년 후>의 세계적 위기가 단순히 영화적 과장이 아니며, 동시대의 위기가 과거 인류가 지나온 정복의 역사와도 일맥상통한다는 것을 암시한다. 예고편에서 사용한 러디어드 키플링의 시 ‘부츠’(Boots)를 영화에서도 사용한 것 또한 이런 연출 의도를 부각한다. 전혀 다른 분위기의 장면을 병치해 이질감을 유발하는 방식도 <28년 후>가 의도하는 불쾌감을 담아낸다.

이런 식으로 연출적 의도가 도드라지긴 하지만, <28년 후>는 상업영화의 본분도 놓치지 않는다. 좀비라는 카테고리에서 포스트 아포칼립스로까지 확장한 영화는 여기에 ‘고어’라는 태그를 슬그머니 덧붙인다. 좀비가 활을 맞는 장면 등에서 신체 훼손을 무척 파격적으로 담는데, 그 묘사 수위만 파격이 아니다. 신체가 훼손되는 순간을 다각도로 포착한 ‘킬캠’은 숨을 멎게 한다. <28년 후>에는 긴 시간 감염을 거듭하는 과정에서 보다 강력한 감염자 ‘알파’가 등장하는데, 거대한 체구에 맨손으로 인류를 제압하는 그의 활약은 ‘슬래셔’가 아닌 맨손 고어의 정점을 찍는다. (스포일러이므로 설명할 수 없지만) 어쩌면 액션신보다 더 관객들의 비위를 상하게 할 장면도 일부 존재한다.

 

 

〈28년 후〉 랄프 파인즈
〈28년 후〉 랄프 파인즈
〈28년 후〉 조디 코머
〈28년 후〉 조디 코머

이번 영화에서는 조디 코머의 연기와 랄프 파인즈의 변신이 특히 돋보인다. 조디 코머는 작중 극심한 병세에 시달리는 아일라에 완벽히 빙의한 듯 점차 기억을 잃어가는 모습으로 스파이크와 관객들을 고통스럽게 한다. 랄프 파인즈는 본인이 공언한 대로 ‘선역’이지만 작중 세계에서 홀로 살아남으면서 괴상해진 인물로 등장, 충격 변신을 보여준다. 특히 그의 전작 <콘클라베>를 떠올리면 그의 연기가 더욱 충격적으로 다가온다.

<28년 후>는 개봉 이후 꽤 극렬한 논쟁의 대상이 되지 않을까 싶다. 좋게 말하면 장르의 저변을 넓힌 이 영화는 반대로 말하면 이야기 전개나 표현 수위가 무척 위태롭다. 특히 좀비영화의 쾌감을 즐기러 영화를 찾은 관객이라면 이 영화가 보여주는 파격 행보에 어안이 벙벙해질지도. 이 위태로운 줄타기가 누군가에겐 신선한 재미가 되겠지만, 분명 거부감이 드는 관객도 있으리라 예상된다. (예를 들어 필자는 그런 줄타기가 무척 재밌으면서도 감정 몰입을 깬다고 느꼈다)

 

 

〈28년 후〉
〈28년 후〉

또 어떻게 보면 전작의 단점을 고스란히 계승했는데, 이번에도 아이가 문제이기 때문. 물론 이번 주인공 스파이크는 마냥 사고뭉치가 아니고 문제 해결 능력도 뛰어난 능동적인 인물이지만, ‘스스로 불러온 재앙’을 만든다는 점에서 분명 ‘고구마’를 느끼는 관객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거기에 덧붙이면 영화를 보는 동안 적잖은 기시감이 드는 것도 관객에 따라 단점일 것이다. <28일 후>가 좀비영화의 지평을 넓힌 작품이지만, 그 이후 20여 년간 수많은 좀비영화가 등장했고 <28년 후>도 그 그늘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좀비와 포스트 아포칼립스 조합은 게임과 드라마로 유명한 <라스트 오브 어스>가 떠오르고, 세월의 풍화를 그대로 맞아 누더기 혹은 알몸으로 뛰어다니는 좀비들은 만화 원작 일본 애니메이션 <진격의 거인>의 잔상이 겹쳐지곤 한다. 대표적인 예시만 든 것이지만, 그만큼 장르적으로 소비된 이미지에 기시감이 든다는 건 사실이다. 또 이번 영화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삼부작의 1편이라는 점에서 속편을 기다려야만 한다는 것도 단점 아닌 단점.

대니 보일과 알렉스 가랜드의 (진정한) <28일 후> 세계는 이제 다시 첫발을 내디뎠다. 기존 시리즈의 장점을 받아들이면서 도전에 나선 이번 영화. 먼저 본 입장에서 관객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굉장히 궁금하다. 이 위험천만 줄타기가 좀비영화의 새로운 영역으로 정착할지, 아니면 기존의 팬들마저 ‘공식이 뭘 알아’ 같은 태도로 손사래를 칠지. 6월 19일 개봉한 <28년 후>를 직접 만나보라고 권하고 싶은 이유이다.

+ 쿠키 영상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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