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혜선이라는 장르의 집대성, '레이디 두아' 신혜선② "결말에 대한 답? 이름은 중요하지 않다"

▶ 〈레이디 두아〉 배우 신혜선 인터뷰는 1부에서 이어집니다.


〈레이디 두아〉
〈레이디 두아〉

부두아의 가방 디자인도 인상적입니다. 타 명품 브랜드와는 다르게, 부두아 백은 굉장히 반짝반짝하고 화려하잖아요. 실제로 부두아 백을 처음 봤을 때 어떤 생각을 하셨는지 궁금해요.

부두아는 사라킴이라는 인물을 투영해서 만든 브랜드잖아요. 사라킴이라는 사람 자체가 실속 없이, 본질이 없이 얼기설기 화려한 것만 갖다 붙이는 게 익숙해져 있는 사람이 된 거예요. 그래서 부두아 백을 보면 화려함만이 엄청 강조되어 있어요. 사라킴이 잡지책에서 사진을 오려서 자신이 원하는 가방을 디자인하는 신이 있어요. 화려한 것만, 반짝반짝거리는 것만, 큰 보석들만 막 얼기설기 붙여서 만들어요. 그래서 저는 부두아 백이 이 친구의 모습을 투영하는 것 같아요. 미술 팀에서도 ‘사라킴이 만든다면 이런 가방이 나왔을 것 같아’라고 의도하신 것 같아요.

〈레이디 두아〉 비하인드 스틸
〈레이디 두아〉 비하인드 스틸

스타일링에 대해서도 여쭤보고 싶은데요. 목가희가 그린 코트를 입고 자살을 하잖아요. 목가희는 집에서도 그린 컬러 가디건을 입고 있고요. 마지막에 사라킴이 잡혀갈 때, 초록색 모자를 두곤 “이거 말고 다른 모자는 없나요?”라고 말하는 장면도 있고요. 그런 것처럼, 페르소나별로 상징적인 색깔이나 콘셉트를 잡으신 것 같은데요.

의상 실장님께 여쭤보고 싶네요. (웃음) 사실 제가 시원하게는 답변을 못 드릴 것 같은데, 목가희의 코트와 마지막 사라킴의 모자는 같은 색으로 하기로 했던 것이 맞아요. 각 페르소나별 콘셉트는 확실히 있었어요. 사라 킴은 화려한 것, 반짝반짝거리는 것. 그리고 은재는 부잣집 청순. 그리고 두아는 정말 화류계에서 일하는 친구처럼. 그리고 목가희는 ‘촌스럽게’가 키워드였어요.

그렇다면 신혜선 배우는 어떤 페르소나의 외형이 가장 마음에 드셨어요?

저는 사라킴 파티 때가 굉장히 마음에 들었어요. 일단 사라킴의 히피펌은 원래 제 추구미였어가지고, 그런 머리를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테스트 촬영을 하면서 저에게 어울리는 의상과 헤어에 대해 의논했죠. 그런데 워낙 의상과 분장 팀에서 알아서 잘 해주셨어요. 그리고 제가 초록색 퍼 코트를 입은 장면이 있는데, 저희 분장팀 언니 말로는 약간 유랑 가수단 같다고, 그런 얘기를 했었어요. 근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그게 썩 마음에 들었었어요. 제가 정말로 평상시에는 아예 해볼 생각도 안 했을뿐더러, 지금까지 작품을 했을 때도 그런 식의 룩을 해본 적은 전혀 없었거든요.

그렇다면 성격적인 면에서는 어떤 페르소나에게 가장 정이 가세요?

저는 이들이 다 삐뚤어졌다고 생각하거든요. 너무나 극단적이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애착이 가는 인물이라면, 그래도 목가희인 것 같네요. 목가희가 미리 좋은 사람을 만났더라면, 그 사람이 목가희를 올바른 길로 인도해 줬더라면 참 좋았을 텐데. 왜냐하면 삐뚤어져 있으니까요.

〈레이디 두아〉
〈레이디 두아〉

사라킴의 다양한 페르소나를 둘러싼 인물들과의 관계도 인상적입니다. 김은재는 홍성신(정진영)에게 신장 이식을 해주는데요. 정말 은재는 홍성신에게 진심에서 비롯된 선의를 보여준 것일까요.

그게 제가 정말 어렵다고 생각한 지점이에요. 보는 사람에 따라서 인물의 감정을 다르게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 많은데요. 그런데, 진심도 있고, 선의도 있고, 복수도 있고, 저는 모든 감정이 다 혼합적으로 들어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렇다면 사라킴은 강지훤(김재원)을 진심으로 사랑했을까요? 강지훤은 김은재 혹은 사라킴을 진심으로 사랑했잖아요.

흠, 잠깐만요. 지훤이는 정말 모르겠어요. 사라킴은 모든 사람에게 이중적인 감정을 느낀다고 생각했는데요. 지훤이는 정말로… 너무 안타깝네요. (웃음) 같이 지내면서 진심은 있었을 수도 있겠지만, 사라킴을 둘러싼 모든 인물들 중 가장 ‘이용’, 그리고 거짓의 비중이 높았던 사람은 강지훤일 거예요. 왜냐하면 지훤이는 사라가 궁극적으로 원하는 걸 줄 수 있는 사람이 아니거든요. 그래서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으로 가기 위한 브릿지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정도였기 때문에, 사라에게 지훤은 정말 ‘이용’의 개념이 굉장히 큰 것 같아요.

〈레이디 두아〉 비하인드 스틸
〈레이디 두아〉 비하인드 스틸

〈레이디 두아〉 후반부의 취조실 장면이 가장 어려웠고, 배우님이 가장 많이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무경을 연기한 이준혁 배우와 해당 장면을 어떻게 준비하셨나요.

이 신 자체가 혼자 준비할 수 있는 게 아니라 둘의 호흡이 너무 중요해서, 대기 중에도 모니터 앞에서 어떻게 주고받을지 계속 의견을 나눴어요. 취조실 신은 촬영 후반부에 몰아서 찍었어요. 일주일 정도 거기에 갇혀 있었던 것 같아요. 이준혁 선배님에게도 저에게도, 취조실 신은 정말 어려웠기 때문에, 일련의 사건들이 다 끝나고 난 다음에 한 번에 찍는 게 저희에게도 도움이 되겠다 싶어서 후반부에 몰아서 찍었어요.

사라킴의 무경의 관계도 인상적이었어요. 사실 둘이 닮아있기도 해서 서로 연민하거나 존중하는 것 같으면서도, 마지막에는 무경이 사라킴이 잘못된 선택을 하도록 유도하는 것 같기도 하고요.

사실 생각해보면, 사라킴을 만났던 사람 중에 망가진 사람은 없어요. 무경도 마찬가지예요. 무경이조차 사라킴을 만나서 승진을 했거든요. 무경이가 물론 굉장히 유능하다고 표현되어 있지만, 이 무경이가 그렇게 정의로운 친구는 아니거든요. 무경이 옆에 있는 막내 형사 재현(신현승)은 무경이의 결핍을 보여주는 캐릭터예요. 무경이도 살면서 자기가 넘어설 수 없는 벽, 아니면 이상의 높이까지 가지 못하는 현실에 많이 부딪혔을 거란 말이죠. 그래서 사라킴은 그런 것을 잘 간파해서 잘 긁었고, 결국에는 아이러니하게도, 모두가 원하는 결말이 된 거예요.

배우 신혜선(사진제공=넷플릭스)
배우 신혜선(사진제공=넷플릭스)

결말에 대해서도 묻고 싶어요. 마지막에 무경이 이름을 묻는데 대답하지 않는 결말은 어떻게 해석하셨나요?

작가님을 모셔오고 싶어요. (웃음) 제가 계속 말씀드렸던 것처럼, 이 드라마는 정체성에 관한 이야기잖아요. 마지막에 이름을 묻지만 말하지 않는 뒷모습, 그 배경으로 부두아가 펼쳐지면서 끝나잖아요. 이 친구가 결국 찾고 싶었던 건 부두아를 넘어서 진짜인 정체성이었던 것 같아요. 그러니까 명품이었든 뭐가 됐든, 그 친구는 명품 같은 자기의 정체성을 갖고 싶었던 거죠.

그럼 연기한 입장에서, 만약 본인이 사라킴이었다면, 이름을 묻는 질문에 어떻게 대답했을 것 같나요.

답변 안 했을 것 같은데요. 저는 이름이 무엇인지가 사실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물론 그냥 장난으로 “이름이 뭐예요~♬” 그러긴 했는데 그 이름 자체가 중요하지는 않은 것 같아요.

〈레이디 두아〉에는 굉장히 주옥같은 대사들이 많이 나옵니다. 신혜선 배우에게 가장 와닿았던 대사가 있다면요.

꽤 많았는데요. 목가희의 유서 중,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습니다. 왜 하필 제가 그 어둠입니까?’라는 말이 많은 생각을 들게 했죠. 너무 어렸을 때의 사적인 감정이라 민망하긴 하지만, 제가 사춘기였을 때, 뭔가 '나는 뭣도 안 될 것 같고, 나는 뭐 잘난 것도 없고, 그냥 내 인생 뭐 재미도 없고' 이런 느낌이 들 때가 있었어요. 그러니까 나는 너무 특별해지고 싶은데, 나는 이 지구상에서 특별한 존재가 아니고, 세상에 다른 반짝거리는 건 너무 많은 거야. 그래서 약간 피해의식 같은 게 막 생길 때가 있잖아요. 사춘기 때니까. 지금 제가 피해의식이 있다는 건 절대 아닙니다. 전 저를 사랑해요. (웃음) 그런 자괴감, 아니면 자존감이 떨어지는 느낌을 질풍노도의 시기에 많이 느꼈던 적이 있거든요. 그래서 이해는 간다고 생각했어요.

〈비밀의 숲〉 이후로 이준혁 배우와 재회하셨어요. 이준혁 배우와의 호흡은 어땠나요? 비하인드를 보거나, 홍보 활동을 하시는 걸 보면 신혜선 배우가 많이 웃으시더라고요. 편해 보였어요.

취조실 장면 때문에 걱정을 많이 했었죠. 이준혁 선배님이랑 아마 10회 차가 안 되게 만났을 거예요. 그런데 사실 내적 친밀감이 굉장하거든요. 저는 〈비밀의 숲〉 했을 때부터 왠지 준혁 선배님이 편했어요. 선배님은 아니실 수 있지만요. 그런데 〈레이디 두아〉와 같은 이인극으로 끌고 가는 호흡을 주고받을 때는, 편한 것이 정말 큰 강점인 것 같거든요. 그래서 서로 자주 연락하고 본 사이는 아니지만, 서로 내적 친밀감이 있다는 게 정말 큰 자산이 됐던 것 같아요. 사실 선배님도 마찬가지겠지만, 저는 티 안 내려고 하는데 속으로 좀 낯을 좀 가리는 편이에요. 근데 낯을 가리지 않아도 되는 게 이렇게 편한 거구나 싶을 정도로 너무 편했어요. 원래 초반에는 왜, 괜히 막 좀 친해지려고 말도 걸고 괜히 막 장난도 치고 이런 과정들이 필요하거든요. 그런데 선배님이랑은 그런 걸 하지 않아도 돼서 너무 편했어요. 저는 호감인 사람에게는 웃음이 좀 후한 편이에요. 제가 억지로 웃지는 못하거든요. 그런데 너무 재미있어요. 이번에도 선배님 성격을 잘 알게 됐어요. 묘하게, 연예인 이준혁, 사람 이준혁 그 차이에서 오는 재미가 있거든요. 묘하게 힘들어하시는 그 느낌이 저는 너무 재미있더라고요.

어떤 장면에서 특히 시너지가 잘 난다고 느끼셨나요? 또, 어떻게 서로 얘기하고 호흡을 맞추며 현장에서 연기를 완성해나갔나요.

매 컷마다 준혁 선배님이 믿음직스럽다고 느꼈어요. 선배님이 앞에서 그렇게 연기를 안 해주셨으면, 저는 제가 어떻게 연기를 해야 될지 몰랐을 것 같아요. 약간 오글거려서 얘기해도 되는지 모르겠는데, 선배님과 제가 (사라킴과 무경 사이에) 재미를 조금 줘볼까 해서, 약간 묘한 텐션의 터치를 조금 줘볼까 싶어서 현장에서 아이디어를 의논하고 즉석으로 여러 가지를 시도해 보기도 했어요. 그런데 그게 그대로 나왔더라고요.

배우 신혜선(사진제공=넷플릭스)
배우 신혜선(사진제공=넷플릭스)

최근에 팟캐스트에 출연해서 하신 말씀이 인상 깊었어요. 어릴 때는 주도적으로 끌고 가는, 주인공 캐릭터에 대한 열망이 있었다고요. 그래서 당차고, 요즘 말로 ‘테토녀’스러운 캐릭터를 많이 했다고 밝혔는데요. 〈레이디 두아〉도 그런 맥락에서 선택하신 것 같아요. 지금은 어떤가요.

예전에는 확실히 그랬고요. 지금도 물론 그걸 완전히 버리지는 못했을 거예요. 그런데 주인공을 하고 싶은 것을 떠나서, 소위 테토녀스러운 캐릭터를 많이 했던 궁극적인 이유는 다양한 캐릭터를 하고 싶어서였어요. 그러다 보니 주도적으로 극을 끌고 가는 친구들이 다양한 경험을 주다 보니, 이런 선택을 하게 됐어요. 사실 지금도 물론 많은 경험을 해보려면 주도적으로 끌고 가는 인물을 하는 게 맞긴 한데. 어쨌든 지금은 메인에 나와 있지 않아도, 아예 전면에 서지 않아도, 매력 있는 캐릭터면 다 해보고 싶어요. 이제 사실은 제가 캐릭터성으로 끌고 가는 인물들은 이제 꽤 경험할 만큼 해봤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 캐릭터가 저는 연기할 때 가장 재미있긴 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내가 전면에 나서지 않더라도, 아니면 치고 빠지는 역할이라도, 겪어보지 못했던 캐릭터들을 해보고 싶다는 게 요즘 마음이에요. 악역일지언정, 혹은 대중적이지 않은 캐릭터일지언정, 많이 다양하게 해보고 싶어요.

〈레이디 두아〉는 많은 질문을 남기는 작품입니다. 드라마 속 대사처럼, '피해자가 없는데 어떻게 사기예요?', '진짜와 구별할 수 없는데 가짜라고 부를 수 있나요?'등의 질문들에 개인적으로는 어떤 답을 내리셨나요?

동의를 하지만 하지 않습니다. 어떻게 보면 궤변인데 맞는 말이에요. 참, 이중적인 대사가 넘쳐나는 드라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옹호하고 싶지 않아요. 제가 연기를 했지만, 어쨌든 불법은 불법이에요. 어쨌든 범죄를 저지르긴 한 거니까. 옹호하고 싶지는 않지만, 그 좋은 머리를 다른 데 썼으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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