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사마귀: 살인자의 외출' 변영주 감독 “이 드라마는 두 명의 세계관이 대립하는 이야기”

“무서운 드라마 아니다… 추리의 재미, 배우들의 연기를 보는 재미가 큰 드라마”

〈사마귀: 살인자의 외출〉 포스터
〈사마귀: 살인자의 외출〉 포스터

새로운 유형의 여성 사이코패스가 등장했다. 첫 방송을 앞둔 SBS 8부작 금토드라마 〈사마귀: 살인자의 외출〉은 ‘살인자와 형사’이자 ‘엄마와 아들’의 독특한 심리게임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추리 드라마다.

〈사마귀: 살인자의 외출〉은 잔혹한 연쇄살인마 ‘사마귀’가 잡힌 지 20년이 지나 모방범죄가 발생하고, 이 사건 해결을 위해 한 형사가 평생을 증오한 ‘사마귀’인 엄마와 예상 못한 공조수사를 펼치며 벌어지는 고밀도 범죄 스릴러로, 9월 5일(금) 밤 9시 50분 첫 방송을 앞두고 있다.

〈사마귀: 살인자의 외출〉은 영화 〈화차〉, MBC 드라마 〈백설공주에게 죽음을-Black Out〉의 변영주 감독이 연출하고 영화 〈서울의 봄〉 〈감기〉의 이영종 작가가 처음으로 드라마 극본을 집필했다. 극에서는 배우 고현정이 연쇄살인마 ‘사마귀’ 정이신 역을, 장동윤이 정이신의 아들이자 형사인 차수열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친다.

〈화차〉 〈백설공주에게 죽음을-Black Out〉 등으로 이면을 지닌 인물의 캐릭터 빌딩에 예리하고 깊이 있는 통찰력을 보여온 변영주 감독은 이번에도 독특한 디테일과 집요함으로 고현정의 정이신과 장동윤의 차수열을 비롯한 극 속 캐릭터들을 만들어갔다. 기자는 〈사마귀: 살인자의 외출〉 1, 2화를 사전 시사로 미리 감상한 후, 지난 20일 오후 경기도 모처에서 변영주 감독을 만나 드라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씨네플레이와 변영주 감독이 진행한 인터뷰의 전문을 옮긴다.


〈사마귀: 살인자의 외출〉 변영주 감독. (사진제공=SBS)
〈사마귀: 살인자의 외출〉 변영주 감독. (사진제공=SBS)

〈사마귀: 살인자의 외출〉은 8부작 드라마입니다. 원작인 프랑스 드라마 〈사마귀〉(La Mante)는 6부작이기도 하고, 처음 이영종 작가의 대본은 6부작이었다고 이전에 밝히신 바 있는데요. 〈사마귀: 살인자의 외출〉을 8부작 드라마로 수정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또, 원래 대본에서 어떤 것에 중점을 두고 수정했나요.

채널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8부작 제안을 받았어요. 사실, 원래의 대본이 굉장히 응축된 이야기라, 가능하다고 판단했어요. 8부작으로 바뀌며 과거 장면들을 넣었어요. 원작 드라마에서도 안 나오는데, 23년 전의 일을 넣었어요. 보신 1, 2화처럼, 프롤로그에서 계속 과거의 일들이 나올 거예요. 그리고 일단 제가 원작 드라마를 안 봤고, 배우들도 보지 않았어요. 제가 이영종 작가를 만났을 때, “원작 드라마를 봐야 할까요?”라고 물었거든요. 그랬더니 “아니요. 안 보셔도 됩니다. 제 대본을 그냥 원작 시나리오라고 생각하시면 돼요”라고 하시더라고요. 특히 배우들한테는 보지 말라고 했어요. 원작 드라마에 나오지 않는 인물들도 있고, 나오더라도 얼굴이 다르면 행동도 달라지고, 성격이 다르면 결국 이야기도 달라지는 거니까 굳이 볼 필요 없다고 했죠.

〈사마귀: 살인자의 외출〉
〈사마귀: 살인자의 외출〉

그래서 그런지, 원작의 주인공과 고현정 배우가 해석한 주인공은 다른 느낌입니다. 처음 대본을 접한 후, 작품 속 인물들과 서사에 대해 어떻게 접근했나요.

모성에 관한 드라마가 절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사마귀: 살인자의 외출〉을 한 줄로 설명한다면, ‘나쁜 놈을 죽여야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여자와, 한 명이라도 구해야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남자의 대결’이라고 생각했어요. 둘이 세계관을 대립하는 이야기예요.

그렇다면, 왜 〈사마귀: 살인자의 외출〉을 ‘모성’에 관한 이야기로 접근하지 않으려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모성으로 접근하는 순간, 정이신의 편이 되는 거잖아요. 저는 그런 게 정말 싫었어요.

말씀하신 것처럼, 〈사마귀: 살인자의 외출〉은 의도적으로 사적 제재나 비질란테 장르를 트위스트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정이신은 또 다른 폭력의 가해자만 살인한 인물입니다. 마치 서구완(이태구)이 정이신을 추종하는 것처럼, 시청자들에게도 정이신이 ‘영웅’으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는 없었나요.

엄청 있었어요. 그래서 그렇게 느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애썼어요. 저는 〈화차〉에서도 그랬고, 〈백설공주에게 죽음을-Black Out〉에서도 그랬고, 이번 〈사마귀: 살인자의 외출〉에서도 소위 자력구제에 대해 굉장히 경계하는 편이에요. 자력구제의 마지막에는 파시즘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시스템 안에서 해결하려고 하지 않는 순간, 시스템 바깥으로 가는 순간, ‘나만이 정당하다’가 되는 거잖아요. 그래서 저는, 어쩌면 그래서 뭐 통쾌하지 않을 수도 있고, 속 시원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어찌 됐건 시스템 안으로 들어와야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서, 시작에서부터 그녀(정이신)의 편에 서지 않겠다고 생각했었죠. 제가 앞으로 어떤 작품을 만들더라도 자경단이 나올 일은 없어요. 그런 장르에 대해서 말하는 게 아니고, 제 세계관에서 용납하지 않는다는 거죠.

그래서 정이신을 더욱 기괴한 느낌이 나도록 연출하신 건가요? 정이신은 독방에서 클래식을 듣고, 그림을 그리고, 에스프레소를 즐기는 독특한 인물인데요. 이런 설정과 디테일은 어떻게 잡아갔나요.

그런 거죠. 그냥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범이다, 거기서부터 출발하자. 근데 (고)현정 배우도 그런 생각으로 왔고, 우아한 엄마 역할을 하는 거였으면 저를 되게 이상한 감독이라고 생각했을 거예요.

〈사마귀: 살인자의 외출〉
〈사마귀: 살인자의 외출〉

정이신이 연금된 주택의 디자인도 인상적입니다. 조명도 없고, 벽지도 어두워 스산한 느낌이고요. 프로덕션 디자인의 주안점도 궁금합니다.

공간을 고민 많이 했죠. 연금 주택은 미술감독이랑 저랑 촬영감독이랑 철저하게 계산하면서 만들었어요. 연금주택에서 중요한 장면이 다 나오니까요. 곳곳이 막혀 있는, 굉장히 기이한 20세기형 건물인데, 우리의 카메라는 곳곳에 있죠. 그래서 철창 안에 갇혀 있는 사람이 정신인지, 차수열인지 알 수 없도록 하자는 것이 저희의 콘셉트였어요. 또 주택 안에서는 웬만하면 자연광으로 콘트라스트를 많이 주고자 했어요. 콘트라스트를 많이 주자는 말이 가끔 오해를 받는 게, 꼭 어두워야 한다고 생각하잖아요. 그런데 콘트라스트를 많이 준다는 건 어디를 밝히냐의 문제라, 저희는 더 밝은 곳이 어디여야 하는가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어요. 창문 쪽만 밝거나, 얼굴의 어느 한 부분만 밝히거나 하는 식이었어요.

〈사마귀: 살인자의 외출〉
〈사마귀: 살인자의 외출〉

주택에서 차수열과 정이신이 처음으로 대면하는 장면도 인상적이었어요. 정이신이 “피 냄새가 왜 나빠?”라는, 상징적인 대사를 뱉기도 하고요. 해당 장면은 어떻게 만들어나가셨는지 궁금해요.

과연 ‘피 냄새’가 ‘초산’에 관한 얘기만 있는 걸까, 하는 생각을 던졌어요. 여성들에게 피 냄새는 되게 익숙한 냄새잖아요. 피 냄새가 불결하다고 생각하는 순간, 자기의 아이덴티티에 대한 공격이 되는 거니까, 그런 것을 상상해 보자. 수열이는 여성의 삶이라는 것을 잘 모르고, 내(정이신) 삶도 잘 모른다. 그런 아이에게 한번 질러보자. 차수열은 자기가 지어주지도 않은 이름을 자기 이름처럼 쓰고 있는데, 그런 아이에게 네가 뭘 아느냐고 한번 도발해 보자는 생각이었을 거예요. 왜 도발하냐면, 차수열이 어떻게 반응할지가 궁금해서.

정이신은 차수열을 일부러 자극하는 거군요.

저와 현정 씨와 같이 얘기했던 건, 정이신이 차수열에 대해 갖는 감정은 ‘궁금함’이라는 거예요. 도대체 얘는 어떻게 컸을까, 어떤 인간이 됐을까, 한번 보고 싶다. 사이코패스가 그립다는 감정을 가질 수 있는지는 모르겠으니까. 그러니, 명백하게 차수열이 궁금한 상태, 그리고 궁금하니까 도발하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고현정 배우가 내뱉은 대사의 리듬감도 인상적이었어요. “드르륵” “대롱대롱” 등과 같은 의성어를 쓰며 살인을 묘사하기도 하고요. 고현정 배우와 대사 톤은 어떻게 잡아갔나요.

(살인을) 열심히 설명하자고 했어요. 잘난 척을 하는 것도 아니고, 사람들을 겁주려고 하는 얘기도 아니고. 마치 “나는 아침에 일어나면 커피를 내려. 원두는 냉동실에 두고, 한 움큼 꺼내서 기계에 넣지. 기계가 그르르륵 소리 내는 게 좋아.” 이렇게 말하듯이, 살인을 설명하자고 했어요. “내가 어떻게 죽였냐면…”을 그냥 일상처럼 얘기하는 거죠.

미디어에서 묘사되는 다른 여성 사이코패스 캐릭터들은 엄청나게 세거나, 완전한 광기에 사로잡혀 있는 인물인 반면, 정이신은 그렇지 않아요. 일반적인 사이코패스와 정이신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미디어 속 여성 사이코패스들은) 다들 독종처럼 얘기하잖아요. 그런데 정이신은 23년 동안 혼자서 갇혀 있었고, 여전히 독기가 있었다면 자살을 했겠죠. 그런데 정이신은 맛볼 만큼 다 맛봤고, 갑자기 모방범이 생겨서 궁금하고. 아들놈은 어떻게 컸는지 궁금하고. 그런 심리예요.

〈사마귀: 살인자의 외출〉
〈사마귀: 살인자의 외출〉

철저히 호기심에서 시작된 공조네요. 아들 차수열 역을 맡은 장동윤 배우는 단단해 보이면서도, 아이, 아들, 혹은 소년 같은 얼굴도 동시에 지니고 있는데요. 장동윤 배우를 캐스팅하신 이유도 궁금해요.

장동윤 배우가 출연한 ENA 드라마 〈모래에도 꽂이 핀다〉를 제가 잘 봤어요. 거기에서도 동윤 배우가 맡은 역할이 아픔을 많이 갖고 있는 인물이잖아요. 그 상태에서 딱 30살이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왜냐하면 동윤 배우는 악의가 없는 얼굴이고, 맑고, 순정과 같은 느낌이 드는 친구여서, 이 상태로 나이가 든 역할을 하는데, 그 안에는 심장 안에서 울고 있는 어떤 아이가 있는 거죠. 그런 감정을 아프게 표현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아까 〈사마귀: 살인자의 외출〉을 요약하면 ‘세계의 대립’이다라고 표현한 것처럼, 사람들이 고현정에게 매료당하고, 장동윤 때문에 아파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기쁜 마음으로 함께 했습니다.

〈사마귀: 살인자의 외출〉
〈사마귀: 살인자의 외출〉

그뿐만 아니라, 〈사마귀: 살인자의 외출〉에는 일명 변영주 사단의 배우들이 총출동했는데요. 조성하 배우와는 영화 〈화차〉 이후 다시 재회하셨어요. 조성하 배우가 표현하는 최중호는 인간적이고, 차수열과의 유대를 지닌 형사인데요.

〈화차〉에서는 전직 형사였죠. 이번 〈사마귀: 살인자의 외출〉에서는 나이가 들면서 우리 동네에 이런 사람들이, 공무원들이 있었으면 좋겠다 같은 느낌의 경찰 캐릭터를 만들고 싶었어요. 그리고 23년 전 과거 장면 역시, 현정 배우와 성하 배우가 그대로 했으면 좋겠어서, 디에이징 테스트를 계속해봤더니 잘 되더라고요.

서구완 역의 이태구 배우 역시 〈백설공주에게 죽음을-Black Out〉에서 활약한 인물인데요. 서구완은 강한 임팩트를 주어야 하는 인물인데, 특히 이태구 배우를 서구완 역으로 캐스팅하신 이유도 궁금합니다.

되게 열심히 했고, 성실하고, (디렉션 등을) 되게 잘 듣더라고요. 그래서 ‘언젠가 한 번 더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다가, 대본을 줬어요. 태구 배우가 너무 자신이 없었는데, 감독님이 이 역을 왜 주실까를 생각하는 순간 해보고 싶어졌대요. 그래서 이틀에 한 번 저에게 연기하는 동영상을 보냈어요. 그리고 저는 서구완이 근육질에, 삐쩍 마른 남자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그 몸을 만들어 왔더라고요.

서구완이 근육질에 삐쩍 마른 남자라고 말씀하셨는데, 저는 서구완 캐릭터를 보며 일본 드라마에 나오는 오타쿠 캐릭터 같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서구완 캐릭터를 그렇게 스케치하신 이유가 궁금해요.

서구완은 정이신 오타쿠죠. 이 세상에서 밥 먹고 노는 것보다 정이신을 연구하는 게 더 즐거운 인물이고, 자기도 정이신이 되고 싶어 하죠.

〈사마귀: 살인자의 외출〉 대본 리딩 현장. (사진제공=SBS)
〈사마귀: 살인자의 외출〉 대본 리딩 현장. (사진제공=SBS)

이번에도 촬영 현장에서 배우들의 연기를 보는 게 너무 즐거우셨다고요. 1, 2화에 나오는 장면 중, 감독님이 현장에서 배우들의 연기를 보는 재미가 가장 컸던 신은 뭐였나요.

앞서 말씀하신 주택에서 정이신과 차수열이 만나는 장면도 그렇고, 서구완을 신문하는 장면에서도 동윤 배우의 얼굴이 너무 좋았어요. 어떤 범죄자를 만나도, 자기 엄마하고 연동이 돼 버리는 비극적인 상황에서 그걸 견디는 얼굴이 너무 좋았다고 생각해요. 주택에서 서구완과 정이신이 붙는 장면에서도, 이태구 배우가 준비를 워낙 많이 해서 잘했어요.

감독님의 대표작 〈화차〉도 그렇고, 지난해의 〈백설공주에게 죽음을-Black Out〉도, 〈사마귀: 살인자의 외출〉도 모두 미스터리 장르의 작품인데요. 미스터리 장르만 줄곧 연출하는 이유가 있다면요.

이 장르를 할 때 제가 제일 신나는 것 같아요. 이 장르가 저에게 많이 들어오고요. 멜로도 사람 죽지 않는 건 잘 안 들어와요.

공교롭게도 세 작품 모두 원작이 있는 작품이에요. 특별히 원작이 있는 작품에 끌리시는 건가요.

문학적으로도 제가 원래 스릴러 장르 마니아였어요. 〈화차〉와 〈백설공주에게 죽음을-Black Out〉은 독후감을 쓰는 재미가 있었어요. 결국 제가 만드는 건, 그 원작이 아니라 그 원작을 읽은 나의 독후감이 영화화, 드라마화되는 거니까요. 그런데 〈사마귀: 살인자의 외출〉은 원작 드라마가 있는 거지만, 제가 안 봤고, 저에게는 원작이 이영종 작가의 대본이에요. 그래서 〈사마귀: 살인자의 외출〉은 이전처럼 원작이 있는 작품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어요.

한편, 영화 〈서울의 봄〉 〈감기〉 등을 집필한 이영종 작가 역시 드라마 작업은 처음이고, 미스터리 장르 역시 첫 도전인데요. 이영종 작가와의 협업은 어떻게 이뤄졌나요.

구조가 너무 좋았고, 재미있게 쓰셔서 제가 그 안에서 마음껏 놀기 좋았어요. 그러니까, 대본의 지도가 명확하게 잘 그려져서, 어떤 지하철을 타도 결국 저 방향으로 가게 돼 있는 거죠. 그러니까 이런 식이었던 것 같아요. 저는 제가 수정하고 싶은 부분을 빨간색으로 표시해서 보내면, 작가님이 고치면서 의견을 녹색으로 다시 보내주셨어요. 마치 펜팔 친구처럼 주고받으면서 합의점을 찾아간 거죠. 덕분에 완전히 같은 그림을 그릴 수 있었어요. 되게 즐거운 과정이었어요. 그 과정이 되게 즐거웠어요.

그렇다면, 그 안에서 감독님은 어떤 방향으로 뛰어놀고 싶으셨나요.

정이신의 대사들을 조금씩 수정했어요. “피 냄새가 왜 나빠”같은 대사는 원래 있었지만, 그 뒤의 것들은 제가 조금씩 말투를 바꾸거나, 뉘앙스를 더했어요. 저는 정이신을 조금 더 독특한 여성 사이코패스 캐릭터로 바꿨다고 생각해요. 저는 여성의 언어가 되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게 정이신에게 잘 어울렸던 게, 현정 배우가 연기하는 정이신이 굉장히 터프하게 행동하거든요. 그런 행동에서 그런 말이 나오는 게 잘 어울렸어요.

〈사마귀: 살인자의 외출〉
〈사마귀: 살인자의 외출〉

연쇄살인마와 형사가 공조한다는 설정은 영화 〈양들의 침묵〉을 떠오르게 하는데요. 〈사마귀: 살인자의 외출〉을 연출할 때, 수많은 사이코패스 장르물을 레퍼런스로 삼으셨나요? 아니면, 사이코패스 장르물을 레퍼런스로 삼아야 할지, 아예 비틀어야 할지 고민하셨을 것 같기도 해요.

네. 그래서 가장 고민했던 게 정이신의 첫 살인이에요. 저는 그래서 정이신의 첫 살인을 두고 현정 씨에게 그건 ‘발화’라고 말했어요. 그전까지의 정이신은 뭔지 모를 악의를 눌렀던 사람이라고 하자. 그래야, 아들을 낳은 이유가 설명이 되니까요. 만약 그전에도 악의를 마음껏 펼쳤다면, 과연 정이신이 결혼해서 아이를 가졌을까. 그렇지 않을 것 같아요. 그러니, 정이신의 첫 살인은 정이신의 사이코패스 인자가 발현된 날로 하고, 그걸 연기해 보자. ‘죽였어’라는 느낌이 아니라, ‘죽였는데, 나쁘지 않네? 나 이거 되게 잘 하는 것 같네.’라는 식으로요. 그래서 이미 발화를 오래전에 끝냈던 사이코패스가 나오는 작품과는 다르게, 우리는 정이신이라는 사람의 탄생부터 가자고 했어요. 어떻게 이 사람을 발화시킬 것인가를 고민했죠.

감독님은 고현정 배우를 두고 ‘천상의 피조물’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신 적 있는데요. 고현정 배우와의 첫 만남은 어땠는지 궁금해요.

제가 그 말을 딱 두 번 써봤네요. 처음 대본을 읽고, 고현정 배우가 정이신을 했으면 좋겠다는 말이 입에서 바로 나왔어요. 첫 번째로 떠올렸던 배우가 고현정 배우였고, 정말 2주 만에 연락이 왔어요. 채널도 안 정해진 상태였고, 8부작으로 바꾸지도 않은 상태였는데도요. 스케줄이 좀 얽혔는데, 고현정 배우는 〈나미브〉를 먼저 하시게 됐고. 처음 고 배우를 뵀을 때는 커피만 한잔하자 했었는데, 11시까지 수다를 떨었죠. 당일 신나서 번호를 교환하고, 그때부터 괴롭혔어요. 매일 제가 톡을 했죠. 정이신은 이런 느낌일 것 같다. 잘 지내보자. 건강하니. (웃음)

〈사마귀: 살인자의 외출〉
〈사마귀: 살인자의 외출〉

〈사마귀: 살인자의 외출〉을 보니, 고현정 배우가 외형적으로도 많은 시도를 하신 것 같더라고요.

고 배우가 12월에 되게 큰 수술을 받았어요. 문자도 못 보냈어요. 빨리 오라고 하는 것 같을까 봐. 그런데 고맙게도 먼저 연락을 주셨고, 사진도 보내주셨어요. 아무도 안 믿을까 봐 사진을 찍었다고 하셔서 되게 슬펐어요. 자기가 아프다는 걸 증거 사진을 남겨야 하는 게 연예인이구나. 퇴원을 하고 2주 만에 촬영을 오셔서, 저희가 굉장히 준비를 많이 했어요. ‘일신이’ ‘삼신이’ ‘사신이’가 대역으로 있었거든요. 그런데 (고현정 배우가) 액션도 거의 다 직접 했어요.

들어보니, 〈사마귀: 살인자의 외출〉은 배우들이 자발적으로 출연료를 삭감하고 임한 작품이라고요.

제가 도와달라고 한 거죠(웃음). 제가 기본적으로 해서는 안 되는 짓을 한 거죠. 그 덕분에 장비도 구할 수 있었고, 큰 신도 찍을 수 있었어요. 5화 이후에 가면 스펙터클이 있습니다.

〈백설공주에게 죽음을-Black Out〉 이후 두 번째 드라마 작업입니다. 〈백설공주에게 죽음을-Black Out〉 때는 매주 개봉하는 기분이라고 말씀하셨는데요. 이번에도 비슷한 느낌이 드시나요.

비슷하죠. TV에서 방영되는 시리즈는 매주 시청률이 나오니까, 정말 개봉하는 느낌이에요. OTT는 알 수 없거든요. 홍보 문구나 ‘아시아 1위’ 같은 수치만 나오고, 실감이 안 나요. 그런데 지상파는 매주 2회, 아침 8시에 시청률이 딱 나오죠. 시청자와 만나는 게 확실히 체감이 돼요. 결국 우리가 만들어낸 모든 것들은, 보이는 순간 생명력을 갖는 거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좋건, 나쁘건, 피드백이 들어오는 게 좋아요.

추리 장르인 만큼, 이번에도 분명 실시간으로 범인을 추리하는 반응들이 많을 텐데요.

언제나 감사하죠. 그런데, ‘원작을 봤는데, 범인은 이 사람이야’라는 말은 안 하셨으면 해요. 제가 원작을 잘 비트는 걸로 소문이 나 있어서, 시청자분들이 잘 봐주실 거라 생각해요.

〈사마귀: 살인자의 외출〉
〈사마귀: 살인자의 외출〉

마지막으로, 〈사마귀: 살인자의 외출〉의 첫 방송을 앞두고 시청자분들께 한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이 드라마, 무섭지 않습니다. 귀신도 안 나오고, 피도 많이 안 나와요. 무서울까 봐 걱정하는 분들 계시는데, 전혀 아닙니다. 추리의 재미, 배우들의 연기를 보는 재미, 장동윤 배우에 감정 이입하면 아주 슬픈 드라마가 될 수도 있어요. 결국 사이코패스인 엄마와 함께한다는 건 자식에게는 상처뿐이니까요. 하지만 동시에 재미있습니다. 재미를 오롯이 즐기시면 되고, SBS 심의 규정 철저히 지키는 드라마예요. (웃음) 제가 〈백설공주에게 죽음을-Black Out〉을 해봤기 때문에, 웬만하면 다 블러 처리가 될 것임을 알아서 블러의 수를 줄이고자 저희 드라마는 금연의 세계관을 가지고 있어요. 담배를 전혀 피우지 않는 청정한 노담 드라마다. (웃음) 하여튼, 무섭지 않고 재미있는 드라마로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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