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상수 감독이 다시 한번 '베를린의 남자'임을 입증했다. 그의 34번째 장편영화 '그녀가 돌아온 날'이 제76회 베를린국제영화제 파노라마 부문에서 전 세계 최초로 공개되며 현지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이로써 홍 감독은 7년 연속 베를린영화제의 초청을 받는 대기록을 세우며 세계 영화계에서의 독보적인 위상을 재확인했다.

이번 신작은 배우 송선미가 단독 주연을 맡아 화제를 모았다. 영화는 연기를 다시 시작한 여배우 '배정수'의 하루를 홍상수 감독 특유의 담담하고 깊이 있는 흑백 영상미로 포착했다.
현지 반응은 뜨겁다. 베를린영화제 집행위원장 트리시아 투틀스는 "이 영화는 강한 연민의 감정과 유머를 지닌 채, 섬세하고 아름답게 관찰한 영화"라고 소개했다. 이어 "여성·명성에 대한 인식과 관련된 서사를 통제하며 대중의 시선 속에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탐구를 담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투틀스 위원장은 "우아하게 만들어졌고, 수많은 영화적 쾌감을 선사하고 있다"며 "송선미의 연기는 강렬하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홍 감독은 자신의 작업 방식에 대해 "캐릭터와 이미지가 내재돼 있고, 나머지 시간은 그저 실행하는 과정일 뿐"이라며 "실행은 발견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는 미리 정해진 각본보다는 촬영 당일의 영감과 배우와의 상호작용을 중시하는 '홍상수식 리얼리즘'의 정수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흑백 촬영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서도 "이 영화에 더 어울린다는 직관적인 판단"이었다고 설명했다.


홍상수 감독은 적은 예산으로 깊이 있는 작품을 만들어, 많은 것을 말해주는 현대 영화의 위대한 감독 중 한 명으로 손꼽는다. 상영 직후 이어진 관객과의 대화(GV)에서 홍 감독은 독창적인 연출론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영화의 시작점을 묻는 질문에 그는 "보통 아이디어가 아닌 배우에게서 시작한다"고 답해 좌중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배우 송선미는 2006년 '해변의 여인'을 시작으로 이번 작품까지 총 8편을 홍 감독과 함께했다. 오랜 인연 끝에 단독 주연을 맡은 그는 이번 작품을 통해 그간 쌓아온 연기 내공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홍상수 감독의 페르소나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다졌다는 평가다.


이번 작품에는 홍상수 감독의 연인인 배우 김민희가 제작실장으로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김민희는 2017년 '밤의 해변에서 혼자'로 베를린영화제 은곰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이후, 홍 감독 작품의 제작 전반에 깊이 관여하며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홍 감독 또한 '소설가의 영화'와 '여행자의 필요'로 심사위원대상을 두 차례 수상하는 등 베를린과의 특별한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한편, 이번 작품은 베를린영화제의 'EFM(유럽필름마켓)'에서 미국 배급사 '시네마 길드'를 통해 북미 지역 배급 판권 판매를 확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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