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제76회 베를린영화제 폐막, 황금곰상 '옐로 레터스'… "독재자와 싸우자"

두번째 은곰상 '잔드라 휠러'… 빔 벤더슨 감독 발언 및 검열 논란 속 "영화는 정치" 정체성 재확인

황금곰상 든 튀르키예계 독일 감독 일케르 차탁(İlker Çatak) © Richard Hübner / Berlinale 2026
황금곰상 든 튀르키예계 독일 감독 일케르 차탁(İlker Çatak) © Richard Hübner / Berlinale 2026

제76회 베를린국제영화제가 다시 한번 '정치적 영화제'로서의 정체성을 증명했다. 올해의 최고 영예인 황금곰상은 튀르키예계 독일 감독 일케르 차탁'옐로 레터스'(Yellow Letters)에 돌아갔다. 심사위원단은 21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 베를리날레 팔라스트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이 같은 결과를 발표하며 영화가 가진 저항의 힘을 강조했다.

'옐로 레터스'는 국가 권력에 의해 삶의 터전을 잃은 예술가 부부가 이스탄불에서 겪는 처절한 생존기와 가족 해체의 위기를 그린 작품이다. 전편이 튀르키예어로 제작된 이 영화로 독일 감독이 황금곰상을 받은 것은 2004년 파티 아킨 감독의 '미치고 싶을 때' 이후 22년 만의 쾌거다.

황금곰상 든 튀르키예계 독일 감독 일케르 차탁 © Berlinale 2026
황금곰상 든 튀르키예계 독일 감독 일케르 차탁 © Berlinale 2026

이날 시상식의 하이라이트는 차탁 감독의 수상 소감이었다. 그는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객석을 향해 묵직한 일갈을 던졌다. "진정한 위협은 우리 사이가 아니라 저기 독재자들에게 있습니다. 우리 시대의 허무주의자들이 권력을 잡고 삶을 파괴하고 있습니다. 서로 싸우지 말고 그들과 싸웁시다." 그의 호소는 현장에 모인 영화인들의 뜨거운 기립 박수를 이끌어냈다.

황금곰상 든 튀르키예계 독일 감독 일케르 차탁 © Berlinale 2026
황금곰상 든 튀르키예계 독일 감독 일케르 차탁 © Berlinale 2026

올해 베를린은 주요 부문 수상작을 통해 사회 비판적 메시지를 분명히 했다. ▲은곰상 심사위원대상은 에민 알페르 감독의 '샐베이션'(Salvation)이, ▲은곰상 심사위원상은 랜스 해머 감독의 '퀸 앳 시'(Queen at Sea)가 차지했다. ▲은곰상 감독상은 '에브리원 디그스 빌 에번스'를 연출한 그랜트 지 감독에게 돌아갔다.

은곰상 든 독일 배우 잔드라 휠러 © Dirk Michael Deckbar / Berlinale 2026
은곰상 든 독일 배우 잔드라 휠러 © Dirk Michael Deckbar / Berlinale 2026

연기 부문에서는 '오스카의 여왕' 잔드라 휠러의 활약이 돋보였다. 영화 '로즈'(Rose)은곰상 주연상을 거머쥔 그는 2006년에 이어 두 번째 은곰상을 품에 안으며 세계적 배우로서의 입지를 재확인했다. 은곰상 조연상 '퀸 앳 시'애나 콜더 마셜톰 코트니가 공동 수상했다.

은곰상의 배우 잔드라 휠러 © Berlinale 2026
은곰상의 배우 잔드라 휠러 © Berlinale 2026

이번 영화제는 '예술가의 정치적 표현 자유'를 둘러싼 논쟁으로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개막식에서 빔 벤더스 심사위원장이 가자지구 전쟁 관련 질문에 "정치판에 들어설 수 없다"며 선을 그었으나, 이는 오히려 영화인들의 반발을 불렀다. 시상식 무대는 결국 정치적 성토의 장이 되었다.

GWFF 최우수 신인상 압둘라 알카티브 감독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GWFF 최우수 신인상 압둘라 알카티브 감독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심인감독상을 받은 알카티브 감독은 독재 치하의 이란 국민과 가자지구 팔레스타인인들에 대한 연대를 표명했다. 단편 황금곰상을 수상한 레바논의 마리로즈 오스타 감독 역시 이스라엘 정부를 강도 높게 비판하며 침묵을 깼다. 켄 로치, 틸다 스윈턴 등 저명한 영화인 100여 명 또한 공개 서한을 통해 베를린영화제 측에 이스라엘의 전쟁 범죄에 대한 명확한 반대 입장을 요구하기도 했다.

마리로즈 오스타 감독 © Dirk Michael Deckbar / Berlinale 2026
마리로즈 오스타 감독 © Dirk Michael Deckbar / Berlinale 2026

베를린영화제는 칸, 베네치아 등 타 영화제에 비해 전통적으로 영화의 정치·사회적 역할에 무게를 둬 왔다. 올해 1, 2등 상을 모두 튀르키예 배경의 비판적 영화에 수여한 것은 그 명맥을 잇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그러나 독일 정부의 예산 지원을 받는 구조적 한계와 가자지구 이슈에 대한 소극적 태도는 여전히 영화제의 딜레마로 남았다.

"Cinema is politics(영화는 정치다)" 메시지를 담은 퍼포먼스·시위 [Foivos D. 제공]
"Cinema is politics(영화는 정치다)" 메시지를 담은 퍼포먼스·시위 [Foivos D. 제공]

이 밖에도 은곰상 각본상은 '니나 로자'의 제네비에브 뒬뤼드드셀이, 은곰상 예술공헌상은 다큐멘터리 '요:러브 이스 어 리벨리어스 버드'가 수상했다.

21일(현지시간) 시상식에 앞서 국제심사위원단의 빔 벤더스 위원장과 배두나 위원(왼쪽)
21일(현지시간) 시상식에 앞서 국제심사위원단의 빔 벤더스 위원장과 배두나 위원(왼쪽)

한편, 이번 베를린영화제에는 한국 배우 배두나가 심사위원으로 참여해 화제를 모았다. 위 사진은 시상식에 앞서 포즈를 취한 국제심사위원단의 모습이다. (왼쪽부터) 레이날도 마커스 그린, 민 바하두르 밤, 배두나, 빔 벤더스,히카리, 에바 푸슈친스카.

배두나, 톰 코트니와 애나 콜더 마셜 © Richard Hübner / Berlinale 2026
배두나, 톰 코트니와 애나 콜더 마셜 © Richard Hübner / Berlinale 2026

국제 심사위원 배두나가 은곰상을 배우들에게 수여하는 장면. '퀸 앳 시' 영화에서 그들은 치매라는 냉혹한 현실에 직면한 부부를 묘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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