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공식 홈페이지

제21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이하 BIFAN)에서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 바로 ‘전도연’입니다. 올해 BIFAN은 배우 전도연의 데뷔 20주년을 기념해 특별전 ‘전도연에 접속하다’를 개최했습니다. 지난 20년간 스크린에서 단 한 번도 겹치는 캐릭터를 연기하지 않은 이 배우. 그녀의 행적을 담은 지난 작품 17편이 상영되는 건 물론, 그녀와 관객이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자리도 마련되었죠.

지난 15일엔 오승욱 감독, 정지우 감독과 함께하는 ‘스페셜 토크-감독, 전도연을 만나다’ 행사가 진행되었습니다. 일반 영화 예매와 달리 선착순으로 진행되어 그 경쟁률이 어마어마했다는 사실! 정지우 감독과 오승욱 감독은 그녀의 필모의 처음과 끝 작품을 함께한 감독이라 더 뜻깊은 자리였죠. 오고 가는 말 사이엔 애정이 뚝뚝 묻어났습니다. 영화 속에서 툭 튀어나온 비주얼로 제 생각을 일목요연하게 나열하던 배우 전도연. 그들이 나눈 딥한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감독들이 돌아보는
전도연과의 첫 만남
<해피 엔드> / <무뢰한>

이야기의 포문은 '전도연과의 첫 만남'이 장식했습니다. 두 감독 모두 그녀의 첫인상을 선명히 기억했죠. 정지우 감독은 무려 18년 전, <해피 엔드>의 리딩 현장을 떠올렸습니다. “처음 리딩하던 순간을 잊을 수 없어요. (‘보라’라는 캐릭터 위에) 목소리가 입혀졌을 때의 느낌.” 오승욱 감독 또한 그녀의 아우라에 감탄했던 첫 촬영 당시를 떠올렸습니다. “인천에 있는 연립주택 단지에서 (전도연이)걸어 나오는 신이었어요. 대사도 없고 아무것도 없었는데 ‘내가 저런 사람을 캐스팅했구나’란 생각이 들었죠. 놀라운 경험이었어요.” 정지우 감독은 전도연을 무슨 장면이더라도 ‘어떻게든 해결해주는 배우’라 평하기도 했습니다. ‘네모를 세모라 해도 믿을 수 있게 만드는’ 배우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죠.


전도연의 '연기론'
사진=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공식 데일리 영상 캡처

연기신 전도연이 캐릭터에 빙의하는 비법! 이 자리에서 살짝 공개되었습니다. “(캐릭터의 속내를) 배우가 모르면 관객들도 모를 것 같은 거죠. 끝까지 배역을 이해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새로운 캐릭터를 만났을 때, “경험하고 촬영하고 부딪치면서” 인물을 흡수해간다는 그녀. 이 이야기는 자연스레 촬영장 비하인드 스토리로 이어졌는데요. <무뢰한> 촬영 당시, 전도연은 결말부 김혜경의 극단적인 행동을 이해하기까지 긴 준비가 필요했다고 밝혔습니다. 촬영을 하며 '김혜경'이란 인물에 동화되어갔고, 후반부가 되어서야 그녀를 오롯이 이해할 수 있었다고 털어놓았죠. 오승욱 감독은 “(전도연은) 공감능력이 만렙이다”라 언급한 후(ㅋㅋㅋ),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이 뛰어난 배우’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현장에서의 전도연,
일상에서의 전도연
<무뢰한> 촬영 현장

‘극단의 감정을 요구받는 현장을 벗어나 일상으로 돌아갔을 때 어떠냐’는 정지우 감독의 질문에 전도연은 특유의 코찡긋 웃음을 지으며 잠시 뜸을 들였습니다. “저는 할 수만 있다면 매일매일 회사 출근하듯 영화를 찍고 싶어요.” 연기에 대한 극한 사랑(!)이 묻어나는 대답에 관객석에선 한바탕 웃음이 터졌죠. 잠을 못 자는 건 물론 자신을 몰아가며 연기를 하는 스타일이기에 힘들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지만, 다른 것엔 도통 관심이 없다며 연기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습니다. “(현장에서) 즐기면서 촬영하다 일상으로 돌아오면 지루해요. 주변 사람들은 제게 취미라도 가져보라 말하죠. 그러려면 의욕이 있어야 하잖아요. 연기 외엔 하나도 흥미가 생기지 않아요.”


한국 영화계에서
'여배우'로 살아간다는 것

토크 자리에서 관객과의 대화가 빠질 순 없는 것! 한국 영화계에서 ‘여배우’로 사는 건 어떤 의미냐는 관객의 질문에, 그녀는 “딱히 여배우, 남배우를 나누고 싶지 않지만 최근엔 장르적으로 남자 영화, 여자 영화가 구분되는 것 같다”라 답하며 가끔은 화가 난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저뿐만이 아니라 후배들을 만나도 다 답답해해요. 그 친구들을 보면 저는 그래도 많은 걸 했구나 느끼죠. <접속>, <해피 엔드> 속 캐릭터들을 그 친구들은 만날 수 없는 거잖아요. 그래서 더 응원해주고 싶은 마음이 들어요.” 동시에 “(앞으로 몇 년간의) 라인업이 미리 정해져있는 남자 배우들이 너무 부럽다. 지속적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상황이지 않나”라 언급하며 한국 영화계의 현실에 일침을 가하기도 했습니다.


전도연의
10년 후, 20년 후
전도연 특별전 굿즈. 사진=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공식 페이스북

그녀는 이번 특별전을 통해, 연기가 본인에게 얼마나 중요하고 본인이 얼마나 연기를 사랑하는지 되짚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고 밝혔습니다. 관객들 또한 그녀의 넘치는 에너지에 감탄할 수밖에 없던 시간이었죠. 데뷔 20주년을 맞았다는 게 정말 “꿈만 같았다”는 그녀. 앞으로 해보고 싶은 배역이 있냐는 질문에는 이렇게 답했습니다.“다 욕심나요. 지금 나오는 영화들 여자 버전으로 다 해보고 싶어요. 20년 동안 맡은 배역보다 안 맡은 배역이 더 많아요.” 그녀의 대답을 듣고 나니 무척 설레더군요. 관객에게 보여주지 않은 모습은 얼마나 많을지, 그녀의 연기 세계는 얼마나 더 깊어지고 넓어질지. 늘 무궁무진한 가능성으로 가득 찬 배우, 전도연. 그녀의 다음 모습이 기대되는 이유입니다.

무뢰한

감독 오승욱

출연 전도연, 김남길, 박성웅

개봉 2014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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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 엔드

감독 정지우

출연 최민식, 전도연, 주진모

개봉 1999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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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에디터 유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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