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사 크리스티의 추리 소설 <오리엔트 특급 살인>이 영화로 다시 태어났다. 1974년에 이어 두 번째 영화화다. 기차 안에서 벌어진 의문의 살인 사건, 용의자는 13명이다. 세계적인 명탐정 에르큘 포와로는 용의자 한 명 한 명에게서 추리의 힌트를 얻어 누가 범인인지 추리해나간다. 이들을 누구보다 빨리 만나러 영국으로 향한 에디터. 범인에 대한 실마리를 얻을 수 있을까?

호텔 복도에 길게 늘어선 인터뷰 룸은 마치 영화 속 오리엔트 열차의 열차 칸 같았다. 에디터는 마치 탐정 에르큘 포와로가 된 것처럼 인터뷰 룸마다 들어가 배우들을 만났다. 이날 에디터는 영화의 감독 겸 주연 배우를 맡은 케네스 브레너와 영화 속 용의자들을 연기한 미셸 파이퍼, 레슬리 오덤 주니어, 데릭 제이코비, 올리비아 콜맨, 마누엘 가르시아 룰포, 톰 베이트먼, 조시 게드, 루시 보인턴, 세르게이 폴루닌을 만났다.

인터뷰 현장
오리엔트 특급 살인

감독 케네스 브래너

출연 케네스 브래너, 조니 뎁, 데이지 리들리, 미셸 파이퍼, 페넬로페 크루즈, 주디 덴치, 윌렘 대포, 조시 게드, 데릭 제이코비, 레슬리 오덤 주니어

개봉 2017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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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네스 브레너

에디터 어릴 적, <해리 포터>를 보며 기억 속에 강렬하게 남았던 허세 많던 록허트 교수로 그를 기억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록허트와 달리 젠틀하다가도, 가끔 록허트 교수에서 표현되었던 특유의 유쾌한 면모도 있었다. 사실 그는 국내 영화 팬들에게 많이 알려져 있지는 않다. 그러나 영국에선 연극계의 신동이라 불리며, 연극과 영화의 연출, 출연, 각본을 맡은 다재다능한 영화인으로 평가받는다.

에르큘 포와로는 영화감독 같은 존재다.

그는 이 영화에서도 주연배우와 감독을 모두 소화했다. 그 소감을 묻자 그는 재미있는 비유로 답했다. 극중 에르큘 포와로의 위치와 영화를 총괄하는 감독의 위치가 "연출/추리를 하는 상황에서 둘 다 진실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비슷하다는 것이다. 에르큘 포와로가 범죄 수사할 때, "면밀하게 관찰하는 것"처럼 감독 케네스 브래너도 "스토리의 풍부한 디테일을 담고자 65mm 필름을 활용했다"고 말했다. 보통은 원작 캐릭터와의 싱크로율을 따지기 마련인데 의외의 대답이었다.  

에르큘 포와로의 마스코트, 콧수염에 대한 소신

영화에서 그가 친근한 탐정처럼 느껴지는 건 바로 독특한 콧수염 때문이었다. 처음 예고편이 공개되었을 때, 에르큘 포와로의 콧수염에 대한 반응이 호불호로 나뉘기도 했다. 그는 "사람들이 포와로의 콧수염을 비웃거나 조롱하면서 경계심을 낮춘다는 건 탐정으로서 이점"이라고 했다. "콧수염은 그의 마스코트이자 초능력"이라며 콧수염에 대한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역대급 캐스팅이 가능했던 이유?

이번 영화는 할리우드 대작 영화 못지않게 쟁쟁한 배우들이 캐스팅되었다. 어떻게 이런 캐스팅이 가능했을까? 그는 "주디 덴치가 아주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답했다. 그녀의 캐스팅 이후 조니 뎁, 데이지 리들리 같은 배우들이 끌려왔고, 이렇게 몇몇이 캐스팅되자 다른 배우들도 이 영화에서 아주 색다른 캐릭터들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 모이게 되었다고 한다. 무엇보다 함께 장면을 찍는다는 점에서 배우들이 흥미를 느꼈다고 한다.

특히 원작을 바탕으로 상상했을 때, 라쳇 역할에 조니 뎁이 캐스팅된 것이 의외였다. 그는 조니 뎁을 캐스팅한 이유로 "짧은 시간에 스크린에 큰 임팩트를 줄 수 있는 인물이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소설을 영화화할 때 중점을 둔 부분

케네스 브레너의 필모를 보면 고전 작품을 영화한 것이 많다. <헨리 5세>, <햄릿> 등 셰익스피어 작품을 각색한 영화들이 호평을 받았으며, <신데렐라> 실사 영화를 찍었다. 셰익스피어 전문 배우/감독이라 불릴 정도다. 이번에도 추리 소설의 여왕이라 불리는 아가사 크리스티의 고전을 바탕으로 했다. 원작을 먼저 읽은 뒤 런던에서 영화를 시사한 에디터는 궁금했다. 상대의 심리를 파악해 머릿속으로 추리하는 소설적인 전개를 어떻게 영상화할 수 있었을까.

그는 "이전 영화에서처럼 어떤 인물인지 리포트를 만드는 대신 시각화한 상상"을 했다. 예를 들면 "이국적인 장소에서 거대하고 미스터리한 도시에 그가 있는 장면이라든가, 그가 추리하는 모습을 시각화"하는 것이다. 또한 그는 "원작이 단순히 미스터리에 그치지 않고, 더 비극적인 단면들을 갖고 있으며, 복수에 대한 도덕적인 토론을 불러일으키는 면이 있다고 보아 이를 영화로 표현했다"고 밝혔다.


미셸 파이퍼 & 레슬리 오덤 주니어

제일 처음 만난 용의자 팀이다. 허바드 부인을 연기한 미셸 파이퍼, 아버스넛을 연기한 레슬리 오덤 주니어다. 두 캐릭터 모두 영화에서는 원작과는 살짝 다른 결의 연기를 보여주었다. 배우들은 각각 어떻게 캐릭터를 해석했을까.

미셸 파이퍼가 상상한 허바드 부인

원작에서 수다스럽고 열정 넘치는 미국 중년 여성이었던 허바드 부인이 미셸 파이퍼와 만나자 훨씬 우아하고 카리스마 있는 캐릭터로 진화했다. 그는 이 캐릭터를 원작 소설 작가인 "아가사 크리스티와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미망인으로 그 시대에 드물게 극동쪽을 홀로 여행하는 여자라는 걸 보면, 그는 세계를 여행하는 사람이고, 많은 것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갖고 있어서 시끄럽고 열정 넘치는 성향이었을 거라 상상해 연기했다"고 말했다.

그녀는 2013년 이후 활동이 뜸했지만, 벌써 올해만 <마더!>, <오리엔트 특급 살인> 두 편에 출연하며 최근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대본을 받으면 일찍 읽기 시작하는 편인데, 그때 자신을 흥분시키는 대본을 찾는다"는 그녀. 이전작 <마더!>에서 보는 사람 신경까지 곤두서게 만들던 의문의 여자였다. 겉으로 보기에 수다스러운 이번 영화의 캐릭터 허바드 부인에겐 어떤 비밀이 감춰져 있을까?

원작의 인물들이 조금씩 변형된 이유?

레슬리 오덤 주니어는 포와로와 함께 다니며 의학적 견해를 밝히는 의사 역할을 맡았다. 원작에선 그리스인이었으며, 다른 군인 캐릭터 아버스넛의 배역명을 갖고 있다. <오리엔트 특급 살인>은 스웨덴 여성이었던 그레타 올슨 역에도 페넬로페 크루즈를 캐스팅하면서 캐릭터 명도 바꾸었다. 원작을 알고 있는 관객들에게 누가 누군지 헷갈리게 하는 약간의 트릭인 셈이다. 레슬리 오덤 주니어는 이에 "이미 이야기를 알고 있는 관객들에게 그래서 이 인물이 원작의 누구인 거지? 상상하게끔 만드는 장치"라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또한 "살인사건을 추리하는 기차 안에서 하우스 파티나 커피숍 같은 분위기를 낸 것"도 원작의 분위기와 다른 부분이라 꼽았다.


세르게이 폴루닌 & 루시 보인턴

두 번째 방 용의자들의 이름은 다소 생소하다. 그러나 이렇게 소개하면 아! 할지도 모르겠다. 세르게이 폴루닌은 영화 <댄서>의 주인공으로 영국 로열발레단 최연소 수석 무용수였던 발레리노 출신 배우다. 루시 보인턴은 <싱 스트리트>에서 주인공의 여자친구 라피나를 연기한 배우다. 둘은 극 중에서 커플 연기를 펼쳤다.

다른 배우들에 비해 신인에 가까웠던 그들은 여러 배우들과 함께 한 이번 작업이 긴장되고, 이들이 일하는 걸 가까이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신기한 경험이었다고 했다. 루시 보인턴은 "처음엔 어색해하며 좀처럼 모여서 얘기하지 않길래, 그들 대부분을 모으려 했다"고 촬영장 분위기를 전했다.

특히 발레계에서 처음부터 주인공으로 주목받던 발레리노의 자리에 있다 영화의 작은 역할로 시작한 세르게이 폴루닌은 "초심으로 시작해야 했다"며 "새로운 걸 배우고, 무언가를 머뭇거리거나 다시 밀고 나가는 과정이 재밌었다"고 새로운 길에 첫 발을 내디딘 기대감을 표했다. 특히 이번 영화에서는 짧게 등장하지만 인상 깊은 액션신을 선보였는데 "댄서에게 액션 신도 하나의 움직임이라 어렵지 않았고, 재미있는 촬영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톰 베이트먼 & 마누엘 가르시아 룰포

세 번째 용의자들은 톰 베이트먼과 마누엘 가르시아 룰포. 용의자들 중 농담으로 에디터의 정신을 흐릿(?)하게 만든 이들이기도 하다.

원작 캐릭터에서 어떻게 바뀌었나.

톰 베이트먼의 부크와 마누엘 가르시아 룰포의 마르케스도 각색된 캐릭터 중 하나다. 마누엘 가르시아 룰포가 "원작에서 허세 많은 이탈리아인 안토니오 포스카렐리에서 쿠바인 마르케스로 국적과 인물명이 모두 바뀌었다. 다양성을 더하고자 한 것 같다"고 짧게 답하자, "더 세계적이고 글로벌한 이야기가 되는 거죠"라고 대신 깨알 덧붙임을 해준 톰 베이트먼.

톰 베이트먼도 자신의 캐릭터가 원작과 완전히 다르다고 설명했다. 그는 원작에서 원래 45~50세 정도의 프랑스인이었는데 영국 젊은 남자로 바뀌었다. 덕분에 원작 속 에르큘 포와로와 부크의 투샷과 다른 분위기의 그림이 그려졌다. 포와로 옆에서 "시시껄렁한 농담을 하고 까불거리는" 부크에 대해 그는 "역동적인 느낌을 더한 흥미로운 변화라 생각한다"고 했다. 톰 베이트먼이 "나는 45세가 아니다"라는 발언 했을 때 마누엘 가르시아 룰포는 "정~말?"이라고 장난스레 되물었다. 톰 베이트먼은 "그래... 사실은 45세 남자다"라고 대답하며 농담을 주고받기도 했다. 참고로 톰 베이트먼은 1989년생, 엄연한 28세다.
 


조시 게드 & 데릭 제이코비 & 올리비아 콜맨

점심시간이 지나고 잠깐의 짬을 두고 만난 세 사람의 분위기는 유쾌했다. 담당 스태프가 5분의 인터뷰 시간이 주어진다고 하자 조시 게드는 시간 되면 자기도 알려줄 거라며 분위기를 풀어주었다. 인터뷰가 끝날 때 데릭 제이코비는 스태프에게 인터뷰 촬영본 SD 카드를 받아서 에디터에게 직접 건네주는 자상함까지 보였다. 그러나 이 중에 범인이 있을지도 모른다. 정신 차리자.

왠지 유쾌하게 노래할 것만 같은 조시 게드. 아마 전작인 <겨울 왕국>의 올라프, <미녀와 야수>의 르푸 캐릭터의 강렬함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이번 작품에서는 코믹한 그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 "항상 같은 것만 반복하다 보면 본인은 물론 보는 사람들도 지루해진다"며 이 영화를 "새로운 도전"이자 "경력을 넓힐 수 있는 기회"로 삼았다. 올리비아 콜맨은 "극 중 독일어 대사가 능숙하게 들리도록 연기해야 하는 것이 가장 큰 어려움이었다"고 답했다. 원래 독일어는 아예 못한다는 그녀. 그러나 캐릭터를 위해 독일어 억양 같은 걸 자연스럽게 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고 한다. 데릭 제이코비는 <신데렐라>에 이어 케네스 브레너 감독과 또 한번 작업한 것에 대해 감독에게 깊은 믿음을 보였다.

누군가의 비서, 하인을 연기했던 세 사람, 함께한 배우들과의 소감은?

세 사람의 용의자들을 조합해 인터뷰한 것이 흥미로웠다. 맥퀸(조시 게드)은 라쳇(조니 뎁)의 비서, 에드워드 마스터맨(데릭 제이코비)은 라쳇의 하인, 힐드가르드 슈미트(올리비아 콜맨)는 드라고미로프 공작부인(주디 덴치)의 하녀로 등장한다. 데릭 제이코비는 "조니 뎁과 파트너로 일하는 것이 이 영화에 출연한 이유 중 하나일 정도였다" 말했다. 조시 게드는 조니 뎁을 장난기 많은 배우로 기억했다. 올리비아 콜맨은 주디 덴치에 대해 "그녀는 장난을 너무 많이 쳐서 옆자리에 앉아있는 게 힘들긴 하지만, 긴장을 풀어주고 웃게 만들길 좋아하는 배우"라 답했다.


케네스 브레너에 대한 배우들의 말. 말. 말

"그는 영화 만드는 일에 아주 진지한 반면, 진짜 재미있는 사람입니다. 따뜻한 분위기를 만들고 배우들의 기운을 북돋을 줄 알아요. 원작이 있는 이런 영화를 할 때에는 스스로 자제하거나 억누를 수 있는데 그는 전혀 그러지 않아요."
- 미셸 파이퍼

"그는 프로이자 마스터(장인)이며, 젠틀맨입니다. 아주 창의적이고 우주를 사랑하며... 그는 그냥 멋진 사람이죠."
- 레슬리 오덤 주니어

"그는 스스로 배우이기도 하니까 배우들과, 함께 일하는 사람에 대해 이미 잘 알고 있습니다. 어떤 문제가 있는지, 배우들이 무엇을 두려워하고 잘하는지. 그는 감독으로서 스태프와 배우들 바깥에 존재하지 않고 우리의 한 부분이었습니다. 또한 그는 세트에 어떤 특정한 분위기가 조성되도록 고집하기도 하죠."
- 데릭 제이코비

"제가 일해본 그 어떤 감독보다도 섬세하게 의견을 묻고 영화를 함께 만든다는 느낌을 주는 감독이에요.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는데 아주 거대한 크기의 기차가 도착했을 때, 같이 보고 있던 케네스 브레너 감독이 놀랍지 않냐며 아이같이 신기해하고 즐거워했죠."
- 톰 베이트먼


런던 곳곳에서 영화 포스터를 발견할 수 있었는데, 특히 지하철역과 무척 잘 어울렸던...

씨네플레이 에디터 조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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