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의 겨울은 너무 지겨웠다. 라디오에서, 거리에서 쉴 새 없이 울려 퍼지던 한 노래 때문이었다. 미국에서 추수감사절에 맞춰 개봉한 영화 <보디가드>는 한국에서도 폭발적인 인기를 모았다. ‘방화외화로 구분돼 불리던 시절, <보디가드><원초적 본능>과 함께 그해 최고의 인기 외화로 등극했다. TV에서는 이를 패러디한 콩트를 만들 정도였고, ‘I Will Always Love You’를 따라 부르는 여가수도 생겨났다. ‘I Will Always Love You’가 마치 가창력의 척도처럼 여겨졌다.

Whitney Houston - I Will Always Love You

<보디가드>의 주제가인 ‘I Will Always Love You’는 영화의 인기만큼 큰 인기를 모았다. 아니, 어쩌면 영화의 인기를 뛰어 넘었다. 빌보드 차트에서 14주 연속 1위를 기록하며 당시 최장수 1위 기록을 세웠고, ‘I Will Always Love You’가 수록된 사운드트랙은 4,400만장 이상 판매되며 지금까지도 가장 많이 팔린 사운드트랙 앨범으로 기록돼있다. 가히 신드롬이라 부를 만했다. 한국에서도 다를 건 없었다. 앞서 썼듯 라디오에서, 거리에서 쉴 새 없이 노래는 흘러나왔다. “앤다이아~”가 너무나 지겨웠다. 그만큼 많이, 자주 들렸다.

영화는 제목에 더없이 충실했다. 이만큼 단순한 줄거리가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단순한 이야기로 의뢰인과 보디가드 간의 사랑을 그려나간다. 당시 실제 팝 스타였던 휘트니 휴스턴과 배우 케빈 코스트너의 인기에 기댄 측면도 있었다. 비평의 측면에선 엄청난 혹평을 받았지만 영화는 개의치 않고 흥행 기록을 세워 나갔다. 휘트니 휴스턴은 배우로서도 최고의 자리에 올랐지만 영화 사운드트랙의 노래를 부르며 가수로서도 정점을 찍을 수 있었다.

<보디가드>의 사운드트랙이기도 했지만 휘트니 휴스턴의 앨범이기도 했다. 노래 곡은 모두 휘트니 휴스턴의 노래로 채웠다. 35회 그래미 시상식에서 올해의 앨범올해의 레코드부문을 포함해 3개 부문에서 상을 받았고, ‘I Will Always Love You’라는 대표곡을 가질 수 있게 됐다. 원래 돌리 파튼이 만들고 부른 원곡이 있지만 휘트니 휴스턴은 압도적인 가창력으로 이 노래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지겹도록어딘가에서 계속 노래가 들려온다는 걸 ‘I Will Always Love You’만큼 체험한 적이 없었다.
 
올해로 <보디가드>가 개봉한 지 25년이 되었다. 그 사이 휘트니 휴스턴은 세상을 떠났다. 하지만 휘트니 휴스턴과 <보디가드>의 이름을 걸고 새로운 앨범이 한 장 나왔다. 앨범 제목은 <I Wish You Love: More From The Bodyguard>. 제목 그대로 <보디가드>에 삽입됐던 곡들의 새로운 믹스 버전과 보디가드 투어란 이름으로 행해졌던 라이브 음원을 더해 한 장의 앨범으로 완성했다. 당연히 이는 상업적인 목적이 크지만 새로운 느낌도 전해준다.

무엇보다 휘트니 휴스턴이 얼마나 훌륭한 보컬리스트였는지 새삼스레 느끼게 해준다. 앞서 나는 지겨웠다는 표현을 세 번이나 썼지만 그건 당시 상황에 더 방점이 찍혀있는 것이지 노래 자체에 대한 폄하가 아니었다. 정말 오랜만에 스스로의 의지로 ‘I Will Always Love You’를 다시 들었을 때 휘트니 휴스턴이 얼마나 뛰어난 재능을 갖고 있었는지 생각하게 됐다. 그 뛰어난 재능으로 부른 ‘Run To You’‘I Have Nothing’의 라이브 버전이 <I Wish You Love: More From The Bodyguard>에 담겨있다.

Whitney Houston - Run To You

이는 휘트니 휴스턴에 대한 안타까움으로 이어진다. <보디가드>의 성공으로 그는 미국과 유럽은 물론 전 세계를 도는 투어 강행군을 이어가야 했다. 과도한 투어와 약물 흡입은 그의 성대를 점점 앗아가기 시작했고 이후 ‘I Will Always Love You’를 완벽하게 소화하는 그의 모습을 보기는 어려워졌다. 2010년 드디어 가진 첫 한국 공연 뒤에 쏟아져 나온 실망스런 반응을 기억해보자. 그래서 <I Wish You Love: More From The Bodyguard>는 복잡한 감정을 느끼게 한다. 분명 상술에서 나온 앨범이지만 불운한 죽음을 맞았던 휘트니 휴스턴의 가장 좋은 시절을 기록한 앨범이라는 점, 그리고 휘트니 휴스턴의 기량을 경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마음은 양가적이다. 몇 차례 반복해 ‘I Will Always Love You’를 들었다. 이젠 이 노래가 지겹지 않다.

보디가드

감독 믹 잭슨

출연 케빈 코스트너, 휘트니 휴스턴

개봉 1992 미국

상세보기

김학선 / 대중음악평론가

재밌으셨나요? 내 손 안의 모바일 영화매거진 '네이버 영화'를 설정하면 더 많은 영화 콘텐츠를 매일 받아볼 수 있어요. 설정법이 궁금하다면 아래 배너를 눌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