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다닐 때 도서관으로 가기 전에 꼭 자판기에서 커피 한 잔을 뽑아가던 친구가 있었어요. 어느 날 그 친구에게 ‘커피를 너무 좋아하는 거 아냐?’ 하고 물었더니 그녀의 답변은 ‘그냥, 난 커피가 있어야 뭔가 시작되는 것 같아. 마음이 편안해지거든’ 이었어요.

친구에게 필요한 건 단순히 카페인이 든 음료가 아니라 커피에서 느껴지는 위로의 기분이었을 것입니다. 커피 한 잔이 주는 작은 평화. 그 기분을 잘 담아낸 영화가 있습니다.

4살 때 부모님이 이혼한 뒤 아버지를 만나지 못한 채 살아온 미사키(나가사쿠 히로미). 그녀는 아버지가 8년 전 실종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고향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바다에 나갔다가 실종된 지 오래됐지만 왠지 기다리면 아버지가 돌아올 것만 같았거든요. 그녀는 아버지가 남긴 바닷가에 버려진 창고를 개조해서 요다카 카페를 만들고 아버지를 기다립니다.

그녀가 커피 볶는 모습을 신기하게 지켜보는 귀여운 아이들이 아이들이 누구냐고요바로 근처에 있는 민박집 아이들이에요.

민박집의 주인이자 아이들의 엄마인 에리코(사사키 노조미)는 싱글맘인데 아직 엄마 될 준비가 덜 된 철없는 엄마입니다. 양육에는 통 관심이 없는 터라 아이들이 방치되어 있는 시간이 많죠. 그러다 보니 남매가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는 일은 다반사이고 딸인 아리사(사쿠라다 히요리)는 학교에 내야 할 급식비를 내지 못해서 반에서 왕따에 놀림의 대상이 되죠.

급식비를 내지 못해서 고민하던 아리사는 엄마 몰래 미사키를 찾아가 돈을 빌려 달라고 하고 미사키는 돈을 빌려주는 대신 카페에서 일을 하라고 합니다.

아리사는 커피 봉투에 라벨 붙이기 같은 소소한 일을 돕게 되고 이 일을 계기로 미사키와 아이들은 친밀한 관계가 됩니다.

처음엔 미사키에게 경계심을 보이던 에리카도 일련의 사건을 통해 미사키에게 마음의 문을 열게 되고 두 여자는 서로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게 됩니다.

어려서부터 아버지의 부재를 경험해야 했던 미사키와 아버지가 없는 또 다른 가정의 가장인 에리코는 닮아 있습니다. 아마 이런 공통점이 두 여자 사이에 보이지 않는 연대감을 형성하는 것이겠죠.

영화가 이런 부분을 좀 더 풀어도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도 남지만, 누군가의 부재로 인해 겪어야 하는 아픔은 영화가 세세히 일러주지 않아도 우리가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니까요.

한적한 바닷가 마을에 문을 연 요다카 카페는 얼핏 봐선 ‘이 카페를 운영해서 먹고 살 수 있으려나?’ 싶지만 그런 걱정은 마세요. 요즘은 ‘배달의 시대’이니까요! 택배 기사에게 ‘도쿄에 있는 손님들은 이곳으로 다 끌고 왔냐’라는 얘기를 들을 정도로 원두 주문량이 많아서 커피콩을 고르고 볶고 포장하는 것만으로도 하루가 바쁘거든요.

원을 그리듯 천천히 가늘게, 가루가 가라앉지 않도록 천천히 천천히. 그녀가 커피를 내리는 장면을 보고 있으면 드립 커피를 내리고 싶어져요. 원두를 직접 갈고 물을 끓여서 손으로 조금씩 물을 부어 내리는 드립 커피는 에스프레소 머신에선 느낄 수 없는 아날로그의 느낌이 있으니까요.

커피콩은 마법처럼 사람을 위로하고 달래주기도 합니다. 어찌 보면 그냥 커피 한 잔일뿐인데 말이죠영화는 기대보다 ‘커피’에 대한 이야기는 적어서 아쉬웠지만 일본 특유의 편안한 감성이 돋보이는 힐링무비였어요. 특히 해변가에서 로스팅하는 모습은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네요.

세상의 끝에서 커피 한 잔

감독 강수경

출연 나가사쿠 히로미, 사사키 노조미

개봉 2014 일본, 대만,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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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메뉴 따라 하기

이 영화를 보면서 커피를 마시고 싶은 기분을 참기란 쉽지 않습니다. 보는 내내 고소하고 진한 커피향이 코끝을 맴도는 것 같거든요. 커피와 함께 어울리는 디저트를 만들어 봤습니다. 에스프레소를 넣어서 만드는 터라 은은한 커피향이 좋은 머핀입니다. 에스프레소가 없다면 진하게 커피를 타서 넣고 만들어 보세요.


모카 머핀

재료
박력분 185g, 베이킹파우더 1ts, 소금 1/4ts, 달걀 2, 버터 80g, 설탕 135g, 사워크림 150g, 에스프레소 30ml (혹은 진하게 탄 블랙커피)
스트로이젤 : 박력분 30g, 설탕 30g, 버터 30g, 아몬드 가루 30g

만들기
1. 스트로이젤의 재료인 박력분, 설탕, 버터, 아몬드 가루는 손으로 부슬부슬 비비듯 섞은 뒤 냉장실에 넣어둔다.
2. 실온의 버터에 설탕을 넣고 섞다가 잘 풀어놓은 달걀을 서너 번에 나눠 넣고 섞는다.
3. 사워크림을 넣고 섞는다.
4. 체 친 박력분과 베이킹파우더, 소금을 넣고 주걱으로 섞는다.
5. 에스프레소를 넣어 섞은 뒤 머핀 틀에 머핀지를 넣고 반죽을 70% 높이가 되도록 넣는다.
6. 반죽 위에 1의 스트로이젤을 얹어 170도로 예열한 오븐에서 20~25분간 굽는다 


파란달 / 요리 연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