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한적한 마을에서 종교 전도를 숙명으로 여기는 두 젊은 여성 선교사가 예상치 못한 위험에 빠지는 상황을 그린 영화 〈헤레틱〉이 다음 달 2일 국내 관객들을 만난다.
스콧 벡과 브라이언 우즈 감독이 연출한 이 작품은 투철한 신앙심을 가진 반스(소피 대처)와 팩스턴(클로이 이스트)이 폭풍우가 몰아치는 날 노신사 리드(휴 그랜트)의 집을 방문하면서 벌어지는 심리적 대결을 담은 스릴러다.
깔끔한 옷차림에 영국식 억양을 구사하는 리드는 처음에는 점잖은 이웃집 할아버지처럼 보인다. 아내가 파이를 굽고 있다는 그의 친절한 말에 안심한 두 선교사는 집 안으로 들어서지만, 그날 밤 자신들에게 닥칠 일을 전혀 예상하지 못한다.
〈유전〉, 〈미드 소마〉, 〈톡 투 미〉 등으로 공포 영화 장르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한 미국 독립영화 배급사 A24의 신작인 〈헤레틱〉은 지난해 11월 북미 개봉 당시 약 865억원(5,900만 달러)의 흥행 수익을 올리며 A24 영화 중 역대 8번째 흥행작으로 기록됐다.
이 영화의 가장 큰 특징은 전형적인 스릴러와 달리 물리적 위협이 아닌 종교적 논쟁을 통해 긴장감을 조성한다는 점이다. 리드는 교수처럼 세상의 모든 종교가 같은 뿌리에서 비롯됐으며 신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처음에는 그의 말을 흥미롭게 듣던 두 선교사는 점차 이상한 기운을 감지하고 반박을 시도하지만, 리드는 현관문을 걸어 잠그고 계속해서 수수께끼 같은 질문을 던진다.
탈출을 시도할수록 집의 더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게 되는 두 여성의 상황은 마치 잘 설계된 '방 탈출 게임'을 연상시킨다. 밀실 같은 공간이 만들어내는 긴장감은 관객들의 숨을 조여오게 한다. 다만 후반부로 갈수록 예측 가능한 방향으로 스토리가 전개된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헤레틱〉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요소는 휴 그랜트의 연기 변신이다. 〈노팅힐〉, 〈브리짓 존스의 일기〉, 〈러브 액츄얼리〉, 〈그 여자 작사 그 남자 작곡〉 등 멜로·로맨틱 코미디에서 보여준 잘생긴 바람둥이 이미지를 완전히 탈피하고 맹목적인 신념에 사로잡힌 노인으로 변신했다. 그랜트는 신을 섬기는 두 여성보다 오히려 더 광신도처럼 보이는 캐릭터를 설득력 있게 연기했다.
이 작품으로 그랜트는 미국 골든글로브 시상식, 영국 아카데미, 크리틱스 초이스 등에서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비록 수상에는 실패했으나, 기존의 친근한 이미지에서 벗어나 강렬한 악역 연기를 소화했다는 호평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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