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월 27일, <오징어 게임>이 시즌3를 세상에 공개하며 5년간의 대장정을 마쳤다. 전 세계 1억 가구 이상이 시청하며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운 2021년의 시즌 1에 힘입어 2024년에 시즌 2, 2025년에 시즌 3가 연이어 공개되었다. 시즌 3 역시 공개 첫 주 만에 한국을 비롯한 미국, 일본, 프랑스 등 93개국에서 1위를 차지하며 넷플릭스 역사상 최초로 공개 첫 주차에 전 세계 모든 국가에서 1위를 기록하는 진기록을 세웠다.
이 엄청난 시리즈의 중요한 한 축에 배우 위하준이 있다. 형이자 게임의 최고 관리자 ‘프론트맨’ 황인호(이병헌)를 찾겠다는 일념 하에 고군분투하는 형사 황준호 역을 맡은 그는 시즌 1에서부터 작품에 깊이와 긴장감을 더하는 핵심 인물로 활약했다. 시즌 3에서 위하준은 이전과 사뭇 다른 얼굴로 등장해 시선을 사로잡았다. 수척한 얼굴과 공허한 눈빛, 그리고 거칠어진 외모는 오랜 시간 홀로 싸워온 ‘준호’라는 인물의 고뇌와 절망을 완벽히 담아냈다. 하지만 일부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준호의 활약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아쉬움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3일 서울시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위하준은 이러한 시청자들의 반응에 대해 솔직하고 진솔한 답변을 들려주었다.
드디어 <오징어 게임> 시리즈가 시즌3로 막을 내렸어요. 소감 한 말씀해 주시죠.
시원섭섭하고요. 너무 오랫동안 함께한 작품과 캐릭터이기에 이렇지 않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울컥하기도 해요. 참 고마운 작품이고 고마운 캐릭터예요.
<오징어 게임>은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사랑을 받은 작품이잖아요. 이러한 글로벌 인기를 실감하시나요?
네, 많이 알아봐 주시더라고요. 촬영이나 여행차 유럽에 가서 모자와 안경을 쓰고 앉아 있는데도 알아보시더라고요. 어린 친구들은 '폴리스맨'이라면서 사진 찍어달라고 하더라고요.
유명한 별명 있으시잖아요. ‘월드 섹시’.(웃음)
제가 되게 자존감이 낮은 사람인데 자존감을 높여주시는 것 같아요. 재미도 재미지만 너무나 소중한 별명이죠. (웃음)
이번 시즌도 반응이 심상치 않아요. 공개 이후 3일 만에 누적 시청 시간이 3억 6840만 시간으로 집계되었어요. 공개 첫 주차에 모든 국가에서 1위를 기록한 넷플릭스 작품은 <오징어 게임3>이 최초라고 넷플릭스에서 밝히기도 했는데요. 엄청난 기록이에요.
또 한 번 감탄했어요. 그만큼 ‘<오징어 게임3>을 많이 기다리고 기대하셨구나’ 싶었어요. 평가야 당연히 갈리겠지만 이렇게 큰 관심을 받는 작품에 참여한 것이 축복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번 촬영은 거의 배에서 이루어졌어요. 모든 촬영을 바다에서 하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실제로는 어떻게 촬영하셨나요?
실제로 배를 타고 바다에 나간 시간은 생각보다 별로 없고요. 전주 익산 근방 야외 세트에서 실제 배와 비슷하게 만들어서 촬영을 했어요. 그래도 세트가 야외여서 추울 때 춥고 더울 때 더웠어요. (웃음) 따뜻한 차도 숨겨놨다가 먹기도 하고 했어요.
박 선장 역의 배우 오달수, 최 이사 역의 배우 전석호 등 배우분들끼리 굉장히 끈끈해졌겠어요.
맞아요. 굉장히 재미있게 지냈어요. 다들 굉장히 유쾌하셔서요. 밖에서 따로 만나기도 했어요. 전날 술 드시고 오시면 제가 잔소리하고… (웃음) 그 정도로 편하게 해주셨어요.
시즌 2와 시즌 3는 연이어 촬영이 되었어요. 시나리오를 처음 받아보았을 때 어떤 느낌을 받으셨나요?
우리 사회의 모습을 준호와 그의 여정에 담아낸 것 같았어요. <오징어 게임> 시리즈 전반에 사회비판적인 요소들이 많잖아요. ‘어차피 나는 크게 얻지 못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젊은 친구들이 많아졌고 저도 그런 부분에 공감을 해요. 사회에 희망이 점점 없어지는 거죠. 어떻게든 이 게임을 끝내고 싶어 하는 준호가 혼자 고군분투하고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당하는 이 과정들에서 오는 허무함, 좌절감이 우리 사회에서 많은 이들이 겪는 현실이지 않나 싶어요.
*이하 <오징어 게임3>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시즌 3는 초췌한 준호의 모습으로 시작되는데요. 형에 대한 준호의 집착과 고집이 묻어나는 듯해요. 시즌 3의 준호를 연기할 때 시즌 2와는 다르게 접근한 면이 있다면요?
황동혁 감독님과 준호의 감정선에 대해 많이 상의했어요. 예를 들어, 저는 박 선장을 죽였을 때 준호의 입장에서만 보았을 때 울컥하는 면도 있어서 눈물이 맺히기도 했거든요. 그런데 전체적인 흐름상 적절하지 않은 듯하다고 해서 빼고 연기를 하기도 했어요. 형을 마주할 때도 응축되어 있던 감정이 폭발해서 연기를 세게 했다가, 덜 해봤다가, 여러 가지로 다양하게 해봤어요. 감독님께서 밸런스를 잡아주셨어요. 외적으로는 일단 면도를 안 했고요. 태닝을 해서 피부를 어둡게 만들었어요. 처음에 준호가 깨어나는 신을 찍을 때는 수분만으로 3kg을 날렸어요. 부감으로 찍어서 잘 티나지는 않더라고요. (웃음) 준호가 최대한 예민하게 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지난 27일 <오징어 게임3> 공개 이후 시청자들의 반응이 크게 갈리고 있어요. 준호라는 캐릭터에 대해서는 ‘큰 활약이 없어 아쉽다’는 평이 있는데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아무래도 시청자분들은 준호가 원래 능력 있는 형사였기에 당연히 기대를 하셨을 것 같아요. 활약이 없음에 있어 아쉬워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저 역시 시즌 1이 끝나고 시즌 2가 제작된다고 했을 때는 준호가 어떤 활약을 보여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요. 하지만 감독님이 하고자 하는 주제가 있고 표현하고자 하는 것이 분명히 있으신 걸 알기에 감독님의 여정에 함께할 수 있음에 감사하고 있어요.
시청자들이 가장 의문을 가지는 것은 크게 두 개예요. ‘왜 박 선장을 의심하지 않았나’, ‘왜 형을 보고 총을 쏘지 않았나’.
그동안 준호를 도와주는 사람이 없었잖아요. 오징어 게임 얘기만 하면 ‘미친놈’이라고 그냥 정신병원에 가보라고만 하지. 준호는 그 트라우마를 안고 혼자 고군분투하면서 살아가잖아요. 그 과정에서 얼마나 외롭고, 얼마나 힘들었겠어요. 그때 자신을 도와준 유일한 사람이 박 선장이고 작품에서 나오진 않았지만 추억도 굉장히 많을 거예요. 정말 의지를 많이 했을 거예요. 그래서 준호 입장에서 박 선장이 나의 일을 방해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슬픔, 아픔, 배신감, 허탈함 등이 모두 느껴지더라고요. 형을 마주하고 총을 쏘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아이 때문일 거예요. 아이가 없었다면 도망이라도 못 가게 총을 쏠 것 같아요. 어린 생명을 안고 있는 형을 향해 이도 저도 할 수 없는 심정이었다고 생각해요.

결말 이후의 준호의 삶은 어떻게 흘러갈까요? 아이와 함께 덥석 찾아온 어마어마한 돈을 준호는 썼을까요?
준호는 이 게임에 대해 정말 잘 아는 사람이잖아요.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것을 보았고, 그 목숨값으로 이렇게 큰 상금이 주어진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돈에 손을 못 댔을 것 같아요. 더구나 자신의 동료들까지 잃었고 원하는 바도 이루지 못했잖아요. 죄책감이 많이 들었을 것 같아요.
<오징어 게임>이 발견한 배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황동혁 감독이 배우 위하준을 준호에 캐스팅한 이유는 뭘까요?
준호가 가장 마지막에 캐스팅된 걸로 알고 있어요. 감독님을 처음 뵈었을 때 오디션은 안 보고 대화만 했어요. 제가 다른 작품 중이었고 감독님은 다른 작품과 겹쳐서 하는 배우는 꺼려 하셨거든요. ‘이 오디션은 못 보겠구나’ 싶었고 그저 감독님의 전작인 <남한산성>을 좋아하는 팬으로서 인사드리고 싶어서 만났어요. 그런데 연기하는 톤을 보고 싶다고 하셔서 오디션을 보게 된 거예요. 감독님께서 준호로 생각하는 눈빛과 목소리를 제가 가졌다고 하시더라고요. 너무 운이 좋은 거죠.
<오징어 게임> 시리즈에는 준호 외에도 정말 매력적인 캐릭터가 많이 등장해요. 시즌을 통틀어서 탐나는 배역이 있었나요? 타노스(최승현)는 어때요?
타노스는 튀면서도 융화되어야 하는 인물이잖아요. 개인적으로 연기를 되게 인상 깊게 봤거든요.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한편으로는 남규(노재원)와 같은 빌런 있잖아요. 마구잡이로 막 쏟아내는 인물이요. 저 그런 거 잘하거든요.(웃음) 안 보여드려서 그렇지, 그런 걸로 마음껏 뭔가 표출하고 싶다는 생각을 보면서 항상 했어요.
<오징어 게임>의 한 수는 게임인데 정작 준호는 한 번도 게임에 참여하지 못했어요. 만약 오징어 게임에 참여하게 된다면 어떤 게임에 자신이 있고, 반대로 어떤 게임을 못할 것 같으세요?
어릴 때 경험상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잘했어요. 공기도 잘했고요. 신체적 능력이 많이 요구되는 오징어 게임이나 줄넘기 같은 것도 잘할 것 같아요. 근데, 달고나 같은 건 잘 못해요. 어릴 때도 항상 실패했어요.(웃음) 섬세한 걸 잘 못하는 편인 것 같아요.
<오징어 게임> 시리즈가 엄청난 사랑을 받았잖아요. 아무래도 배우 개인의 커리어에 있어서 득이자 독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뭐랄까, 일찍이 도파민을 최대로 맞아버린 느낌?
앞으로 제가 출연한 작품 중 이만한 성공을 거둘 작품이 또 나올까요?(웃음) <오징어 게임>의 흥행이 말도 안 되는 정도라 별개의 문제 같아요. 그리고 보통 작품은 한두 명의 주인공의 이야기로 쭉 가잖아요. <오징어 게임>은 그런 작품이 아니라 여러 인물이 나오고 여러 이야기가 진행되어요. 저도 그중에 한 명이었던 거고요. 제 필모에서 굉장히 가치 있는 작품이긴 하지만 저도 제가 이끌어가는 작품에서 대표작을 만들어내야겠다는 생각을 해요.
<오징어 게임>을 통해 배우로서 달라진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전체를 보려고 하는 시선이요. 준호에만 이입하면 원하는 방식대로 빨리 형을 찾고 감정을 폭발하고 싶겠죠. 하지만 이 작품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흐름과 방향성에 맞게 연기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준호로서 예민하게 감정을 표현하려고 해도 감독님이 ‘중심을 지켜줬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신 부분이 이해가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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