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이란 무엇일까? 한국 문화 역수출!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포착한 '케이팝다움'의 정체

〈케이팝 데몬 헌터스〉
〈케이팝 데몬 헌터스〉

‘케데헌’의 놀라운 성취

할리우드 자본으로 제작한 한국 문화에 대한 영화가 이렇게나 큰 관심을 받을 것이라고 누가 예측했을까. 넷플릭스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케이팝 슈퍼스타 그룹 ‘헌트릭스’의 루미, 미라, 조이가 화려한 무대 뒤 세상을 지키는 숨은 영웅으로 활약하는 이야기를 담은 액션 판타지 애니메이션으로, 소니픽처스가 제작했다.

17일 넷플릭스가 공개한 주주 서한에 따르면,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8천만 뷰를 달성했다. 더불어, 영화의 성공은 무엇보다 OST의 인기로 입증됐다. ‘Golden’ ‘Soda pop’ 등을 비롯한 OST 7곡은 빌보드 핫 100에 진입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작품 속 ‘헌트릭스’, ‘사자보이즈’의 음악이 실제 케이팝의 특징을 그대로 구현했다는 것이다. 영어와 한국어의 자연스러운 혼합, 각 멤버의 개성을 살린 파트 분배, 그리고 중독성 있는 훅과 감성적인 브릿지 등,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OST는 실제 케이팝과 높은 유사성을 보여준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
〈케이팝 데몬 헌터스〉

‘케데헌’이 재현하는 ‘케이팝’이란

그러나,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재현하는 ‘케이팝’의 모습은 비단 음악의 유사성에만 그치지 않는다. ‘후배’를 번역하지 않고 그대로 ‘hoobae’라는 말을 사용하고, 팬싸인회와 시상식 장면이 등장하는 등 영화는 케이팝을 둘러싼 문화적 코드와 정체성까지 포착하고 있다.

그런데, 과연 ‘케이팝’이 뭐길래 〈케이팝 데몬 헌터스〉라는 영화가 등장할 만큼 ‘케이팝’이 독특하고 고유한 성질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실제로, 항상 케이팝의 바운더리에 대한 논의는 끊임없이 존재해 왔다. ‘케이팝’의 K가 Korea만을 뜻하는 것일까? 팝과 케이팝의 음악적인 구분이 더 이상 무의미해졌기에, 더 이상 ‘음악 장르’로서의 케이팝을 규정하기란 어려워졌다. 또한, 가수의 국적에 따라 케이팝을 구분하는 것도 모호해졌다. 단 한 명의 멤버만 한국 국적인 ‘캣츠아이’(하이브 소속) 등의 그룹도 데뷔했으니 말이다. 가사에 한국어를 사용하는지의 여부도 케이팝인지 아닌지를 판가름하는 기준이 되지는 않는다. (이 영화에도 수록된) 트와이스의 ‘Strategy’등 가사가 전부 영어로 된 곡들도 케이팝으로 분류되니 말이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
〈케이팝 데몬 헌터스〉

외부인의 시선으로 재해석한 ‘케이팝다움’

‘케이팝다움’이란 뭘까. 케이팝이 뭐길래, 한국이 아닌 외국이 이런 영화를 만들 수 있는 걸까.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외부인의 시선을 통해 케이팝의 본질을 되묻는 흥미로운 실험으로 읽을 수 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케이팝의 음악적 공식, 집단적 정체성, 팬덤 중심성, 언어적 유연성, 직업을 넘어선 소명 의식 등 ‘케이팝다움’의 코어를 외부인의 시선으로 재해석한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라는 영화가 탄생할 수 있었던 이유는, 케이팝이 고유한 성질을 가진 코드로서 존재하기 때문이다. 결국 이 작품은 외부인의 시선으로 필터링 된 ‘케이팝’의 모습을 담고 있다. 그렇다면, 〈케이팝 데몬 헌터스〉를 통해 역으로 ‘케이팝’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요소들에 대해 추론해 보자.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 속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 속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

아티스트의 ‘팬 사랑’

팬들을 향한 감사를 자주, 강하게 표현하는 것이야말로 케이팝 아티스트만이 가진 특징이다. 케이팝 아티스트는 강력한 팬덤을 기반으로 활동하며, 팬들과의 특별한 유대 관계를 과시한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이러한 케이팝의 특성을 영화의 주요 소재로 삼았다. 단순히 ‘헌트릭스’의 루미, 미라, 조이가 팬들에게 ‘사랑한다’라는 말을 자주 하는 것을 넘어서, ‘혼문’의 힘의 근원이 ‘팬’이라는 설정을 통해 케이팝 아티스트와 팬들 간의 상호의존적 관계를 영화적 상상력으로 해석했기 때문이다. 영화는 팬들이 아티스트를 향해 강한 충성심을 바치는 행위를 ‘영혼을 바치는 일’로까지 승화시켰다. 혼문의 힘의 근원은 ‘팬심’이고, ‘사자 보이즈’가 결성된 이유는, ‘헌트릭스’의 팬들을 빼앗아 ‘혼문’을 깨뜨리기 위해서니 말이다. 팬과 케이팝 아티스트의 독특한 유대 관계에 집중한 결과, ‘케이팝 퇴마 액션’이라는 독특한 영화가 탄생할 수 있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
〈케이팝 데몬 헌터스〉

직업을 넘어선 소명으로서의 아이돌

케이팝 아티스트 본인과 팬들은 아이돌이 직업인의 모습을 보이는 것을 극도로 경계한다. 케이팝 아티스트에게 아이돌이란, 단순한 직업이 아니며, 그들이 인생을 바쳐야만 하는 가치가 있는 무언가다. 케이팝 아티스트의 노력, 성실, 간절함, 끊임없는 자기계발 등의 스토리는 실력과 음악 그 자체만큼이나 주요한 스토리텔링의 요소가 된다. 그래서 케이팝 아이돌은 묘하게 현실과 유리돼 있다. 그들은 돈, 시간과 같은 현실적인 조건에서 현실적인 조건에서 한 걸음 물러나 있는 듯 보인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케이팝 아티스트의 ‘탈속세적’ 특징과 그들의 직업이 ‘소명’과도 같다는 사실을 전면에 활용했다. 헌트릭스는 ‘혼문’을 만들어야 한다는 사명을 가지고 활동하는 ‘데몬 헌터’들이니 말이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서 주인공들이 평범한 일상을 포기하고 세상을 구하는‘헌터’로서의 소명을 받아들이는 과정은 실제 케이팝 아이돌들의 삶과 맞닿아 있다. ‘영혼을 빼앗아야 한다’는 표현은, 케이팝 아이돌이 자신의 모든 것을 연예 활동, 그리고 팬들에게 바쳐야 한다는 소명의식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 속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 속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

자기표현과 서사를 담은 음악

케이팝 아티스트의 가사는 한때 ‘사랑’ 등이 주요 테마였지만, ‘블랙핑크’ ‘BTS’ 등으로 대표되는 3~4세대를 지나며 ‘자기표현’의 노래가 중심이 되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헌트릭스가 부르는 ‘How It’s Done’ ‘TAKEDOWN’ 등의 노래는 헌트릭스의 자신감, 강인함, 도전 정신 등을 표현한다.

그러나 케이팝 아티스트가 음악을 통해 비단 ‘강인함’만을 드러내는 것은 아니다. 케이팝 음악에는 ‘고뇌’와 ‘자기극복’의 과정 역시 녹아 있다. 이 특징을 가장 잘 반영한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OST는 ‘Golden’이다. 이를테면 I'm done hidin' / now I'm shinin' / like I'm born to be / We dreamin' hard, we came so far, now I believe 라는 가사는 '상처와 고난 속에서도 다시 일어나는 존재'로서의 자기 긍정, 자기 회복의 메시지를 극적으로 강조한다.

더불어, 대다수의 케이팝 곡에는 감성적인 솔로 브릿지가 존재하는데, 이 브릿지는 주로 곡의 서사를 강화하는 장치로 쓰인다. ‘Golden’에서 역시, 루미의 솔로 브릿지 To wake up and feel like me / Put these patterns all in the past now / And finally live like the girl they all see는 악령이면서 헌터인 본인의 정체성 혼란을 딛고 자기를 긍정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또한, ‘루미’가 이중적 정체성을 극복하고 나아가는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주요 서사는 케이팝 음악을 영화로 확장했다고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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