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6, 비밀스러운 포커 세계를 그린 <몰리스 게임>이 개봉했다. <몰리스 게임>은 영화와 TV 드라마를 통해 각본가로서의 천재성을 입증한 아론 소킨의 첫 연출작이다. 할리우드의 소문난 이야기꾼 아론 소킨은 국내에도 팬층이 두텁다. 믿고 본다는 그의 시나리오는 일단 보증된 셈, <몰리스 게임>으로 아론 소킨은 성공적 감독 데뷔를 치를까? 아직 그의 이름이 생소하다면 여기서 잠깐 확인하고 가자.


첫 각본으로 오스카 두드린 <어 퓨 굿 맨>
<어 퓨 굿 맨>

아론 소킨은 20대 초반까지 자신이 글에 재능이 있는지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 시라큐스 대학교에서 순수미술을 전공하며 배우의 꿈을 키웠다. 하지만 28세 때 완성한 첫 시나리오로 골든 글로브의 각본상 후보에 오르며 단숨에 일류 작가의 대열에 합류한다. 톰 크루즈, 잭 니콜슨 주연의 군 법정 드라마 <어 퓨 굿 맨>(1992). 사실 이 작품은 연극으로 먼저 상연되며 인기를 끌었고, 영화로도 제작됐다. 아론 소킨이 해군 법무감으로 있던 여동생 데보라와의 전화통화 중에 떠올린 메모를 토대로 써 내려간 이야기다. 브로드웨이와 스크린을 장악한 <어 퓨 굿 맨> 덕분에 아론 소킨은 각본가로서 이름을 알리게 되는데. 오스카를 비롯한 각종 시상식의 후보에 거명된 이 영화는 북미에서만 제작비 3배 이상의 수익을 내며 흥행에도 성공했다. 이후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쉰들러 리스트>(1993)의 각본을 다듬기 위해 소킨을 소환하기도 했다.

어 퓨 굿 맨

감독 로브 라이너

출연 톰 크루즈, 잭 니콜슨, 데미 무어

개봉 1992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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쉰들러 리스트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출연 리암 니슨, 벤 킹슬리, 랄프 파인즈, 캐롤라인 구덜, 조나단 사갈, 엠베스 데이비츠

개봉 1993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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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 <웨스트 윙>, <뉴스룸>
<웨스트 윙>

천재 작가의 탄생은 TV 드라마를 통해 한층 더 분명해졌다. 최고의 정치 미드로 손꼽히는 <웨스트 윙>. 1999년 첫 방영해 2006년 시즌 7으로 마무리된 <웨스트 윙>4년 연속 에미상 최우수 TV 드라마 시리즈상을 받았고,출연한 배우들은 주연상, 조연상까지 차례로 휩쓸었을 만큼 대단한 드라마였다. 백악관의 서쪽 별관을 뜻하는 <웨스트 윙>은 굉장히 현실성 있는 미국 사회의 화두를 끌어오는 동시에 이상 사회의 청사진을 제시하며 대중들로부터 인기를 끌었다. 한국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대통령선거 후보 연설에서 대통령이 참모들과 함께 토론하는 회의 문화가 필요하다며 이 드라마를 언급한 적이 있을 정도.

또 다른 드라마 <뉴스룸> 시리즈도 아론 소킨의 영향력을 이어가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뉴스룸의 기자들이 진짜뉴스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담은 드라마로, 이 작품 역시 실제 있었던 사건들을 소재로 사용하며 생동감 넘치는 이야기로 시청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현재까지 소킨의 마지막 TV 드라마로 남아 있는 <뉴스룸> 2014년 시즌 3로 막을 내렸다. <덤 앤 더머>의 해리로 익숙한 배우 제프 다니엘스가 <뉴스룸>의 앵커인 윌 매커보이를 맡으면서 180도 다른 지적이고 냉철한 이미지 변신에 성공한 점이 눈에 띈다. 많은 명장면 가운데서도 미국은 더 이상 위대한 국가가 아니다는 윌의 강연 신은 유튜브에서 350만 뷰를 기록할 정도로 유명한 장면.

웨스트 윙 시즌1

감독 루 안토니오, 패리스 버클레이, 로버트 버링거, 마크 벅클랜드, 빌 델리아, 안소니 드라전, 마이클 엔글러, 브라이언 고든, 알렉스 그레이브스, 로라 이네스, 빌 존슨, 클락 존슨, 마이클 레만, 크리스 미시아노, 켄 올린, 알린 샌포드, 돈 스카르디노, 토마스 쉬라미, 앨런 테일러, 스콧 위넌트, 제시카 유

출연 존 스펜서, 앨리슨 제니, 브래드리 휘트포드, 리차드 쉬프, 마틴 쉰, 로브 로우

개봉 1999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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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

감독 아론 소킨, 스콧 루딘, 그렉 모톨라

출연 크리스 초크, 올리비아 문, 트리우 트란, 제프 다니엘스, 에밀리 모티머, 샘 워터스톤, 알리슨 필

개봉 2012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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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소셜 네트워크>, <머니볼>

할리우드의 뛰어난 명감독 데이빗 핀처와 베넷 밀러에게도 소킨의 시나리오는 유의미한 선택이었다. 두 작품 모두 실화에 기반한 이야기로부터 출발했다. 하버드의 컴퓨터 수재 마크 주커버그가 창조한 페이스북을 둘러싼 법정 분쟁을 다룬 <소셜 네트워크>(2010). 메이저리그 만년 최하위였던 구단이 파격적인 머니볼 이론에 근거한 선수 선발 방식을 도입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머니볼>(2011). <소셜 네트워크>에서는 소킨이 직접 변호사 역으로 카메오 출연을 하기도 했다. 이로써 아론 소킨이 시나리오를 쓴 세 작품 <어 퓨 굿 맨>, <머니볼>, <소셜 네트워크>가 모두 오스카 최우수작품상에 노미네이트되는 기록을 달성했다.

<소셜 네트워크> 카메오 출연한 아론 소킨(오른쪽).
소셜 네트워크

감독 데이빗 핀처

출연 제시 아이젠버그, 앤드류 가필드, 저스틴 팀버레이크, 아미 해머

개봉 2010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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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볼

감독 베넷 밀러

출연 브래드 피트

개봉 2011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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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론 소킨이 손대면 수상 후보?
제83회 미국 아카데미에서 <소셜 네트워크>로 각색상을 수상한 아론 소킨.

일단 아론 소킨이 손댔다 하면 영화는 수상 후보에 자동 등극이다. <어 퓨 굿 맨>을 시작으로 <대통령의 연인>, <찰리 윌슨의 전쟁>, <소셜 네트워크>, <머니볼>, <스티브 잡스> 그리고 <몰리스 게임>까지 각종 시상식의 부름을 받았는데. 그중에서도 2010년은 <소셜 네트워크>를 대체할 시나리오가 없었던, 그야말로 <소셜 네트워크>의 해로 남았다. 아카데미와 골든 글로브를 비롯한 총 45개의 시상식에 <소셜 네트워크>가 각본상(또는 각색상) 후보에 올랐고, 45개의 트로피 전부를 아론 소킨이 가져갔다는 놀라운 사실.


아론 소킨의 트레이드 마크
드라마 <웨스트 윙> 영어 자막 화면

아론 소킨의 각본에는 몇 가지 특징적인 부분이 있다. 그의 트레이드 마크라고 해도 좋을 어마어마한 대사량, 촘촘하고 빠른 리듬. 바로 이 점에 꽂힌 팬들이 상당수일 것이다. 일각에서는 엘리트주의라는 비아냥이 나왔을 만큼 전문적인 단어나 까다로운 어휘들도 서슴지 않는다. 정신을 바짝 차리고 자막을 읽어야 하는 부담감을 동반하면서도, 관객들의 지적 호기심을 빈틈없이 자극하는 똑똑한 대사들이 매력이다. 아론 소킨이 설정한 주인공은 대부분 시니컬한 구석이 다분한 지식인 계층이며, 빠르게 늘어놓는 대사 속에 숨은 신랄한 유머들이 캐릭터를 한층 입체적으로 만든다. 이렇게 많고 빠른 대사로 악명 높은 아론 소킨의 각본은 자막 제작자들의 절규를 불러왔는데. 특히, 국내에서도 인기를 끌었던 미드 <웨스트 윙>과 <뉴스룸>의 자막에서는 소킨의 손가락을 부러뜨려야 한다거나 아론 소킨이 타자 안친다는데 내 손모가지를 걸지라는 등 재치 있는 원성이 포착됐다.

NBC 토크쇼 <레이트 나잇>에서 패러디한 '걸으면서 말하기' 장면.

걸으면서 말하기(Walk and Talk)’라 불리는 테크닉도 소킨이 즐겨 묘사하는 장면이다. 그의 드라마나 영화를 한 편이라도 본 사람은 수긍할 것이다. NBC의 심야 토크쇼 레이트 나잇에서는 소킨의 이와 같은 방식을 그대로 패러디한 코미디를 선보였다. 두 인물이 걸으면서 말하는 도중 반대편에서 걸어오던 누군가로부터 페이퍼를 건네받는 장면까지 따라 하며 폭소를 유발했다. 직접 출연한 아론 소킨의 모습도 마지막에 확인 가능. 아론 소킨이 쓴 네 편의 TV 드라마 <스포츠 나이트>, <웨스트 윙>, <스튜디오 60>, <뉴스룸> 모두 시즌의 마지막 에피소드에 어떤 하루였니?(What kind of day has it been?)’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는 점도 소킨의 숨은 인장이다.

<웨스트 윙>의 한 장면을 따서 만든 가상의 스핀 오프 포스터도 나왔다.

<몰리스 게임>은 어떨까
<몰리스 게임>

스키 유망주에서 포커 공주로 거듭나기까지. 연출작을 고심하던 아론 소킨은 전 세계 유명인사들을 거느린 포커 하우스를 운영한 실존 인물 몰리 블룸 인생에 매혹됐다. 할리우드 로열패밀리부터 스포츠 스타, 손꼽히는 기업의 거물들을 자신이 포커판으로 초대했던 몰리 블룸의 회고록과 인터뷰를 바탕으로 영화를 만들어 나갔는데. 아론 소킨은 처음에 이야기를 영화화하는데 거부감을 느꼈다. 몰리의 도박장을 찾은 유명인사들 중엔 그의 지인도 일부 포함돼 있었기 때문. 그러나 그녀를 직접 만나 확신을 얻고 시나리오를 완성해 나갔다.

몰리 블룸의 저서 <몰리스 게임> / 영화 <몰리스 게임>의 제시카 차스테인

연출까지 도맡은 아론 소킨의 영화 <몰리스 게임> 관람하기 전엔 어느 정도 각오가 필요하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지하 포커 세계의 각종 은어들은 물론, 속사포 대사를 아낌없이 쏟아 붓는다. 할리우드 배우 제시카 차스테인이 몰리 블룸으로 변신해 도발적이고도 유려한 연기를 뽐내는데. 실제 몰리 블룸이 추천한 것으로 알려진 배우 제시카 차스테인은 <몰리스 게임>으로 엄청난 파워가 돋보인다 찬사를 들었다.

몰리스 게임

감독 아론 소킨

출연 제시카 차스테인, 이드리스 엘바, 케빈 코스트너

개봉 2017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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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인턴기자 심미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