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림을 잘 못하지만, 조림을 잘하는 척했습니다. 척하기 위해서 살아왔던 인생이 있었습니다. 나를 위한 요리에서까지 조림을 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가장 개인적인 이야기로 가장 보편의 감정을 건드린 요리사. 누구나 다 ‘척’을 하고 살아간다. 요리사건, 영화 기자건, 별 볼 일 없이 살아가는 보통의 사람이건 간에, 자의로든 타의로든 나에게 조금 버거운 것, 혹은 나에게 어울리지 않는 가면을 쓰고 있다고 느낄 때가 있기 마련이다.
지난 13일 최종회를 공개한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 시즌 2(이하 〈흑백요리사2〉)가 예능임에도 불구, FX 드라마 〈더 베어〉처럼 완성도 높은 완결의 서사로 느껴진 데에는 최강록의 존재가 결정적이었다. 시즌1 탈락 후 재도전, 그리고 가장 개인적인 고백을 투박하게 담아낸 한 그릇으로 우승하기까지, 매 순간 그답게 도전했던 모습은 요리사는 물론이요, 요리와 관련 없는 이들에게까지 가닿아 진한 울림을 낳았다.
지난 16일 오후 종로구 모처에서는 넷플릭스 예능 〈흑백요리사2〉 의 종영 기념 인터뷰가 진행됐다. 이날 우승자 최강록은 씨네플레이와 만나 경연의 비하인드를 밝혔다. 인터뷰 내내 누누이 “내가 요리를 잘해서 우승한 것이 아니다”라며, “모든 참가자가 다 우승할 수 있는 저력이 있는 분들”이라며 〈흑백요리사2〉가 완성한 도전과 응전의 서사에 방점을 찍던 최강록과 함께한 인터뷰의 전문을 옮긴다.

우승 축하드립니다. 〈흑백요리사〉 시즌1에 이어, 시즌2에 다시 참가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시즌1 때, PD님이 “불쏘시개가 되어 보지 않겠습니까?”라는 말을 하셨습니다. 그때는 외식업이 확실히 침체된 분위기가 있었거든요. 그런데, 시즌2에서는 “불쏘시개 말고, 이번에는 완전히 연소해 보지 않겠냐”라는 말을 해주셨습니다. 〈마스터 셰프 코리아 2〉(이하 ‘마셰코’)에서 우승을 한 후, 십몇 년이 지난 지금 저는 약간 고인 느낌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저 자신이 완전히 연소해서 불타서 없어지는 좋은 결말은 무엇일까, 생각하다가 PD님께서 기회를 주셔서 재참가하게 되었습니다.
‘히든 백수저’ 룰을 모르는 채로 출연에 임했다고 들었습니다. ‘히든 백수저’는 백종원, 안성재 심사위원 모두의 만장일치로 ‘생존’을 받아야만 통과할 수 있다는 엄격한 룰에 대해 알게 되었을 때는 어떤 기분이었나요.
꽤 높은 무대 위에 올라가 있는데, 룰을 설명 들었습니다. 심사위원 두 분께 모두 패스를 받아야만 올라갈 수 있다고 해서, 굉장히 공포스러웠습니다. 출연을 무르고 싶었고요. 그런데 조리대가 무대 밑에서 올라오는 연출을 해 놓으신 걸 보고, 돈을 많이 들인 것 같아서 무르면 안 될 것 같아 마음을 그냥 접었죠.(웃음)
그렇게 등장해 이번 시즌 첫 번째 요리로 ‘민물장어 조림’을 만드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돌아가신 신해철 님을 굉장히 좋아하는데요. ‘민물장어의 꿈’이라는 노래를 좋아합니다. 그래서 시즌1 때, 나도 ‘인생을 요리하다’라는 미션을 받으면 ‘민물장어의 꿈’에 빗대 얘기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시즌의 시작으로는 장어 요리를 해봤습니다.

시즌1에 이어 2에도 참가하면서, 새롭게 다지게 된 각오가 있었을 것 같습니다.
첫 번째 목표는 처음부터 떨어지지 않는 거였고요. 두 번째는 팀전을 극복하는 거였어요. 팀전을 하면서 세 게임 내내 뭔가 유기적으로 연결된 상태가 진짜 쫄깃쫄깃했습니다. 제가 게임을 안 뛰더라도 다 연결되는 것이기 때문에, 정말 진이 빠질 정도였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시즌1 때와는 다르게 시즌2의 팀전에서는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모습을 보여주셨는데요. 그것처럼, 시즌1 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시즌2에서 이것만은 꼭 개선해야겠다고 마음먹은 부분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사실, 시즌1을 바탕으로 제가 고치고 싶었던 점들은 제가 결심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서요. 팀전은 ‘싸우지 말자’ ‘욕하지 말자’, 그러면 잘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본인의 우승 스포일러가 인터넷에 돌았을 때는 어떤 느낌이었나요.
내가 짐을 꽁꽁 싸서 숨어야 하겠구나 싶었습니다. 숨어 있으면 지나가겠지, 했는데 6개월이 걸리더라고요. 반년 정도를 숨어 있었습니다.

이번 시즌의 마지막 미션에서 ‘나를 위한 요리’라는 과제를 받았을 당시의 느낌이 궁금합니다.
어떤 미션이 주어지냐에 따라, 각 요리사들의 음식의 모습이 달라집니다. 마지막 미션을 받았을 때, 심사위원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이 바로 들었고요. 엄청난 자유도를 얻은 느낌이었습니다. 맛이 있고 없고를 떠나서, 저는 그 미션 덕에 자기 고백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던 것 같아서 좋았습니다. ‘마셰코’ 때의 조림을 잘 한다는 이미지, 그리고 스스로 잘하던 척을 하기 위해서 가면을 쓰고 살았던 시절에 대해 말할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 음식으로 ‘깨두부를 넣은 국물 요리’를 만드셨는데요. 이 요리를 떠올리게 된 배경이 궁금합니다. 또, ‘마셰코’ 때도 깨두부 요리를 하셨는데, 이번에도 깨두부 요리를 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그 미션이 아니었다면 나오지 않을 음식인데, 직원식입니다. 직원식을 위한 재료는 보통 따로 주문을 하지 않고, 남는 재료를 사용합니다. (‘깨두부를 넣은 국물 요리’에 성게알이 들어간 데에 대해서는) 성게알이 있는 날은 행운입니다. 땡큐입니다.(일동 웃음) ‘마셰코’ 때는 깨를 이용해 디저트를 만들었고, 이번에는 참깨 두부를 만들었습니다. 중년이 되고, 체력이 많이 약해졌습니다. 요리를 하는 사람으로서, 머리도 잘 안 돌아가고, 아이템도 잘 생각이 안 나고, 체력이 약해져서 개인적인 고민이 많습니다. 저희는 깨두부를 ‘쑤다’라고 표현하는데, 사실 20대 후반, 30대 때 깨두부를 쑬 때는 아무런 어려움이 없었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깨두부를 쑬 때 몸이 아프더라고요. 그래서 깨두부를 통해, 나는 아직도 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해 보고 싶었습니다.
‘깨두부를 넣은 국물 요리’에 일명 빨간 뚜껑 소주, 참이슬 오리지널을 함께 곁들이셨잖아요. 꼭 ‘빨간 뚜껑’ 소주여야만 했던 이유는 무엇이었나요.
제가 50이 다 되어 가는데, 중년의 취향입니다. 낮은 도수의 술보다도, 빨간 뚜껑은 저에게 노동주, 마지막 하루를 정리하는 한 잔이거든요. 한 잔 먹으면 잘 수 있는 술이 빨간 뚜껑이고요. (한 잔만 드시나요?) 글라스로 마십니다.(웃음) 그 정도여야지 빨리 잠들 수 있고요.

우승한 후, 마치 전국에 있는 요리사들의 노고를 치하하는 듯한 말로 많은 이들에게 울림을 주셨습니다. 그 이야기를 하게 된 이유가 궁금합니다.
‘히든 백수저’라는 타이틀로 나왔기 때문에, 시즌1에 참가했던 그 기분으로는 제가 경연에 임할 수 없었습니다. 시즌2에 나오고 싶어 하는 분들이 많으신데, 제가 그 한자리에 들어갔기 때문에 그 자리를 값지게 메우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남들을 더 생각하고, 조금 더 열심히 했던 것 같아요. 나오고 싶어 하는 분들 대신해 나와 있다는 감정이 있어서, 마지막 미션 때 그런 말씀을 드리게 됐습니다.
최종회에서는 두 요리사가 만든 음식에 대한 평가가 자세히 나오지는 않습니다. 방송에 나오지 않은 말 중, 심사위원들에게 들었던 평가 중 인상적이었던 것을 들려주신다면요.
안성재 셰프님이 다 드시고, “최강록 셰프는 언제나 저에게 조림핑이십니다”라고 했던 말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흑백요리사〉 시즌1, 2 모두에 참가하며 다양한 동료 요리사들을 만나셨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영감을 받았던 참가자가 있었을 것 같습니다.
항상 연장자분들을 보면서 용기를 얻습니다. 제가 졸릴 때마다 허벅지를 꼬집는 그런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거죠. 시즌1 때는 여경래 셰프님, 2 때는 후덕죽 셰프님을 보면서 약해지지 말자는 생각을 하곤 했습니다.
‘마셰코’ 때 상금 3억을 받으셨고, 이번에도 우승 상금 3억 원을 받으셨습니다. 상금 사용 계획이 궁금합니다.
그때는 망한 가게가 있었는데, 이번에는 망한 가게가 없어서, 노년에 국숫집을 하나 하고 싶은데, 그쪽에 붙여 쓸 생각입니다.
이번 시즌 화제가 된 ‘무한 요리 지옥’, 일명 ‘당근 지옥’에 참가하지 못해 아쉽지는 않은가요. 만약 ‘당근 지옥’에 참가했다면, 최강록 셰프는 어떻게 임했을까요.
장담할 수 없겠습니다. 당근 지옥에 나갔으면 떨어졌을지도 모르겠어요. 시즌1 때 ‘두부 지옥’을 경험하지 못해서 굉장히 아쉬웠기에, 이번에는 무슨 지옥이 나오건 간에 지옥은 꼭 해야 되겠다는 생각으로 참가했습니다. 이번에도 하지 못해서 아쉬움은 있습니다만, 안 해서 다행이다, 그런 생각이 듭니다.
시즌1 때의 ‘나야, 들기름’, 그리고 시즌2 때의 ‘대파의 사생활’ 등 최강록 셰프의 인상적인 어록이 항상 화제가 됩니다. 특별히 준비하시는 건가요.
저도 화면을 보면 깜짝깜짝 놀랄 때가 있습니다. ‘..을!’ 이런 것을 어떻게 준비할 수가 있겠습니까? (웃음)
‘마셰코’ 우승 후, 요리가 인생의 52%가 됐다고 말씀하신 적 있습니다. 현재, 최강록 셰프님의 삶에서 요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어느 정도인가요.
53%라고 하겠습니다.
만약 최강록 셰프가 흑수저로 참가했다면, 본인에게 어떤 닉네임을 붙여주고 싶은가요. ‘조림괴물’과 같은 닉네임일까요.
조림 카테고리가 붙지 않았을까요. ‘연쇄조림마’로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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