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즌1이 밈을 끊임없이 이어 붙인 원초적인 재미의 집합체였다면, 시즌2는 완성도 높은 한 권의 서사다.
심사위원들이 눈을 가리고 음식을 먹는 아이코닉한 이미지, 흑수저는 1층에서 요리를 만들고 백수저가 위에서 내려다보는 ‘계급 전쟁’의 룩, 한 가지 재료로 수많은 요리를 만드는 ‘무한 요리 지옥’까지. 충격적이고 신선한 이미지들의 배열로 도파민을 폭발시켰던 〈흑백요리사: 무한 계급 전쟁〉(이하 〈흑백요리사〉) 시즌1과는 달리, 시즌2는 기시감을 어떻게 타파해 나갈 것인지 궁금했다.
시즌1로 인한 기시감, 제작진·관계자에 의한 스포일러 논란, 약화된 흑과 백의 대비까지, 프로그램의 재미를 반감시킬 요소들이 숱하게 존재했음에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흑백요리사2〉는 끝까지 정주행할 이유가 충분했다. 〈흑백요리사〉 시즌2는 ‘진정성’을 무기로 삼아 난점을 타개해 나갔다. 우승자와 파이널 진출자가 공공연하게 알려진 상황에서도 〈흑백요리사2〉는 요리사들이 자신의 커리어를 걸고 내보인 자신감과 그들이 요리에 쏟아부은 진심 어린 서사를 전면에 내세우며 시청자들을 다시 한번 몰입시켰다.
지난 16일 오후 종로구 모처에서는 넷플릭스 예능 〈흑백요리사2〉의 종영 기념 인터뷰가 진행됐다. 이날 〈흑백요리사2〉의 김학민, 김은지 PD는 씨네플레이와 만나 경연의 비하인드를 밝혔다. 아래에 인터뷰의 전문을 옮긴다.


이번 시즌에서 가장 눈에 띈 변화는 단연 ‘히든 백수저’의 등장이었습니다. ‘히든 백수저’ 룰을 구상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김은지 PD 시즌1에서 못 봤던 재미를 만들기 위해서였습니다. 시즌1이 끝나고 나서, 시청자들의 기대감이 올라가 있었던 게 너무나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그 기대감을 충족할 수 있는 구성을 떠올려 봤는데요. 〈흑백요리사〉 시즌1의 초반에 가장 도파민이 터진 부분이 바로 백수저가 1라운드를 안 한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백수저가 1라운드부터 하게 되는 반전이 있다면 이번 시즌의 1라운드가 더욱 특별해질 것 같았습니다. 또, 왜 백수저가 1라운드를 참가해야 하는지를 생각했을 때, 만약 재도전하는 백수저라면 1라운드부터 거치는 것이 시청자분들이 받아들이기에 리즈너블하겠다는 판단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히든 백수저’를 도입하게 됐습니다.
김학민 PD 또, ‘히든 백수저’가 특권처럼 보이면 안 된다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재도전이 특권이 아니라, 1라운드부터 도전을 하며 흑수저의 운명을 함께 지는 데에서 오는 무게감. 저희는 그랬을 때 어떤 그림이 펼쳐질지 궁금했습니다.

‘히든 백수저’로 출연한 최강록, 김도윤 셰프의 섭외 과정이 궁금합니다. 혹시 다른 시즌1 참가자들에게도 제안했으나 무산된 경우가 있었나요?
김학민 PD 아니요. 두 분밖에 없었습니다. 시즌1에 나오신 분 중에, 시청자들이 조금 더 보고 싶고, 기대감이 있는 분을 회의를 통해서 정했습니다. 저희가 기회를 드렸다기보다는 부탁을 드리는 입장이었고, 사실은 저희가 섭외 전, 늘 그렇듯 룰에 대해서 말씀드리지 않았습니다. ‘히든 백수저’라는 이름, 그리고 두 심사위원에게 동시에 OK를 받아야만 올라갈 수 있다는 말씀도 못 드리는 상황에서 제안했습니다.
시즌2에 대한 많은 피드백 중 하나가, 흑과 백의 경계가 모호하다는 것인데요. 그래서 ‘요리 계급 전쟁’이라는 타이틀에 걸맞지 않게, 계급 간의 대결이라는 아이덴티티는 다소 약화되었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김은지 PD 저희는 정말 훌륭하고 매력이 많은 셰프님들을 많이 모시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고요. 시즌2에는 정말 많은 셰프님들이 지원해 주셨는데, 선별하는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실력이 올라가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시즌2에서는 정말 초고수들만의 대결이 나왔던 것 같습니다.

반면 ‘요리괴물’ 이하성 셰프의 태도는 흑과 백의 대비가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파이널까지 새로운 긴장감을 만들어 냈습니다. 흑백의 구도를 살리기 위해, 특별히 참가자 요리괴물의 캐릭터를 부각하신 건지 궁금합니다.
김학민 PD 매 인터뷰 때, 이하성 셰프님께 수차례 질문을 드렸을 때 나오는 첫 번째 답변이 ‘우승할 거예요’라는 말이었습니다. 저는 그게 결코 나쁘다, 오만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으로 본인의 실력에 대한 자신감이 드러난 말, 그리고 하성 셰프님 본인 말씀대로 쫄지 않기 위해서 하는 말이기도 하고, 자신의 의지의 표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분의 실력과 경력, 그리고 자신감에 대한 리스펙트가 담겨 있는 편집이라고 봐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저희가 흑백의 구도를 맞추기 위해 설정을 가미한 것은 아니고, 저희는 ‘백백요리사’ ‘흑흑요리사’가 돼도 상관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결국은 잘하시는 분이 올라가는 게 좋은 거고요. 그래서 그런 저희의 결의를 담아 ‘All or Nothing’이라는 미션을 짠 거고요.
마지막 미션인 ‘나를 위한 요리’가 많은 시청자들에게 큰 감동을 주었는데요. 이 주제를 마지막 미션으로 정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김은지 PD 셰프님들의 본인의 이야기가 진득하게 담길 수 있을 만한 미션을 만들고 싶어요. 시즌1에 ‘인생을 요리하라’가 있었다면, 이번에는 결승전에 그런 주제를 던지고 싶었고, 회의 끝에 요리사분들이 본인을 위한 요리를 하면 어떨까 싶었습니다. 이런 주제를 던졌을 때, 100인의 요리사 중 어떤 분이 결승전에 오르셔도 그만의 스토리텔링이 충분히 나올 것 같다는 확신이 있었고요. 그래서 결승 미션이 공개됐을 때, 2층에 계신 셰프님들이 울컥하시기도 할 만큼 모든 요리사분들이 공감할 수 있는 주제였습니다.

〈마스터 셰프 코리아 2〉, 〈흑백요리사〉 시즌1, 그리고 시즌2까지, 세 번의 경연에 참가한 최강록 셰프가 마지막 미션에서 승리를 거두고 우승자가 됐습니다. 세 번의 경연 참가 경험과 스토리가 있는 최강록 셰프가 더욱 유리한 위치에 있었다고 생각하시나요.
김은지 PD 결승 미션이 결단코 스토리텔링에 따라 누구의 스토리가 더 감동적인지를 보는 미션은 아니고요. 심사위원들이 모든 미션은 맛으로 평가하십니다.
김학민 PD 저는 최강록 셰프님이 오히려 불리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싱어게인 - 무명가수전〉이라는 오디션 프로그램을 연출했던 입장에서, 일반적으로 오디션 경험자는 재도전에서 불리한 축에 속합니다. 왜냐하면 모든 것을 이미 내보였기에, 더욱 새로운 것이 없으니까요.
시즌1에 대한 시청자들의 많은 피드백을 시즌2에 반영한 것으로 보입니다. 예를 들면, 시즌1에서 가장 많은 비판을 받았던 팀전에서의 방출 룰 등과 같은 요소가 이번에는 없어진 것처럼요. 시즌1의 피드백 중 ‘이건 반드시 고쳐야 한다’라고 판단한 지점이 있었나요.
김학민 PD 질문에 답이 있습니다. 시즌1 이후 저의 개인적인 금기어는 ‘방출’이었습니다. 시즌1 때 많은 질타를 받아서, 이번만큼은 방출과 같은 룰은 없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시청자들이 우리 프로그램에 기대하는 룩은 방출이나 ‘레스토랑 미션’이 아니고, 정말 요리만으로 승부를 겨루는 모습이라는 것을 명확히 알게 됐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조금 더 요리에 포커스를 맞추고 승부를 봐야겠다는 생각으로 임했습니다.
김은지 PD 이번 시즌을 보신 시청자분들이 ‘제작진이 피드백을 잘 반영했다’, ‘성장이 가능한 제작진이구나’라는 말씀을 해주셔서 너무 뿌듯했습니다. 그 와중, 우리의 크나큰 편집 실수가 생겨서 정말 많이 자책하고 뼈아팠습니다. 시즌3에서는 그런 어이없는 실수가 일어나지 않도록 바로잡는 것이 첫 번째로 개선할 점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흑백요리사2〉 방영 전 온라인상에 우승자 스포일러가 돌았고, 제작진의 편집 실수로 인해 파이널 진출자가 공개되는 등 이번 시즌에는 다양한 스포일러 논란이 있었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김학민 PD 출연자 계약서, 스태프 계약서에는 스포일러 방지 조항과 위약금이 있습니다. 유출 경위를 파악하고 있는 상황이고요. 시즌3에서는 시청에 방해가 되는 스포일러가 업계에서는 어떤 시스템적으로 더 보완이 돼야 하는지는 지금 고민 중에 있습니다. 또한 제작진에 의한 스포일러는 저희가 분명히 책임감을 느끼고 있고, 그 부분은 또 죄송하다고 또 시청자분들께 분명히 말씀을 드려야 할 것 같고요. 명백히 실수에 의해서 일어난 일인 것이고 저희의 잘못인 거죠. 그 부분에 대해서는 시청자들이 질타를 하신다면 그거는 저희가 받아들여야 할 몫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왜냐하면 저희가 그 수많은 과정을 거쳤음에도 그 컷을 결국 발견하지 못했으니까요. 다만 그것과 별개로 어떤 의도를 가지고 시청을 방해하는 형태의 스포일러는 분명히 지양해야 될 부분이라고 생각을 하고요.

또 이번 시즌에서는 이전 시즌에 비해 더욱 많은 참가자들에게 분량을 배분하려 한 듯한 흔적이 보였습니다.
김학민 PD 사실 시즌2의 러닝타임이 시즌1보다 훨씬 늘어났습니다. 시즌1의 한 회 러닝타임은 평균적으로 60~70분대였고, 시즌2는 80~90분대로 많이 늘렸던 상황입니다. 제작진 입장에서는 이렇게 러닝타임을 늘리다 보면 지겨워질 수 있고, 흐름이 끊기거나 재미 없어질 수 있음에도 ‘시즌1처럼 재미있다’ ‘시즌1보다 재미있다’라는 반응을 듣는 게 저희의 목표였거든요. 사실 저희 입장에서는 엄청난 도전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시즌1과 달리, 본 방송에 나가지 않은 비하인드까지 유튜브에 공개하려고 노력을 했고, 그 부분은 조금 귀엽게 봐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제작이 확정된 〈흑백요리사〉 시즌3은 시즌1, 2와는 달리 식당 대항전으로 치러질 예정인데요. 시즌3에서 심사위원 구성이나 포맷이 변화하나요?
김은지 PD 공개된 내용 외에 모든 구성은 미정입니다. 새로운 재미, 진화된 재미를 보여드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고요. 시즌3에서는 이야기를 확장하고 싶다는 생각, 그리고 좀 더 다양한 세대의 요리사분들을 함께 소개할 수 있는 장을 만들고자 식당끼리의 대결을 테마로 삼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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