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걱정이 많았다. 이 영화까지 망하면 정말 손쓸 도리가 없지 않은가. 2013년부터 이제 무려 7년째인 DCEU(디씨 확장 유니버스, DC Extended Universe)에 내세울 만한 흥행작이 하나도 없었다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시리즈가 유지되고 있었다는 것조차 신기할 지경이었으니.

작금의 현실에 통탄을 금치 못했던 일부 영화팬들은 이런 말을 남기기도 했다. 차라리 없었던 걸로 치고 그냥 다 백지화하면 모른 척 해 줄 테니까, 10년이나 20년 후쯤 리부트를 하자고. 눈물이 앞을 가렸다.

혼자가 나을지도 몰라

그런 현실 속에서는 참으로 다행인 일이었다. 다방면으로 문제가 많았던 DCEU의 이 작품, <아쿠아맨>의 토마토까지 썩어 버리면 이젠 정말 손쓸 도리가 없는 지경이었기 때문에. 하지만 정말 다행히도 <아쿠아맨>은 흥행에 성공해 현재 글로벌 흥행수익 10억 달러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왜냐하면 메라가 예쁘기 때문에

흥행 성공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보고 나온 관객들은 상반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어떤 영화든 평가는 갈리는 법이지만, <아쿠아맨>의 경우 호불호가 상당히 갈리는 편이다. 거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해야 할 일은 많으니, 정답은 간결하게

<아쿠아맨>이 DCEU에서 해야 할 역할은 너무도 많았다. 기본적으로 흥행에 성공해 미래를 점칠 수 있는 가능성이나마 가져가는 것은 물론이고, 혼란스러운 상태였던 DCEU 세계관을 정리하고 견인하는 것에다가 <아쿠아맨> 솔로무비로서 본연의 역할인 캐릭터 근원과 영웅담에 대한 적절한 설명까지.

해야 할 일이 많을수록 정답은 직관적인 법이다. 제임스 완은 이 까다로운 영화를 만드는 데 있어 '무난'하고 '안전'한 선택지를 골랐다. 이 선택지는 때로는 진부하게 느껴질 수 있다는 걸 모를 리 없었을 텐데도.

인간의 능력을 넘어서는 메타휴먼이 정의를 위해 싸우는 히어로로서 각성하고, 진정한 영웅이 되기 위한 과제를 해결해 나가는 영웅신화를 서브컬쳐스럽게 풀어낸 것이 바로 히어로 코믹스라고 할 수 있고, 이를 영상으로 옮긴 것이 바로 히어로무비다. 그렇기에 이 영웅담을 겪으며 영웅이 되어 가는 캐릭터의 고민과 고뇌를 어떻게 다루느냐, 그리고 이 사건들이 어떻게 연결되는가가 중요한 부분이 된다.

<아쿠아맨>은 이제까지 MCU에서조차 다룬 적 없는 심해를 배경으로 한 히어로무비였다. 영상미는 충분히 기대할 만 했고, 영화는 관객이 기대한 바닷속 CG를 충분히 재현해 줬다. 주인공인 아쿠아맨뿐만 아니라 히로인 메라 공주 역시 화려한 모습과 물을 다루는 능력으로 볼만한 액션씬을 선사했으며, 심해에서 펼쳐지는 전투는 장관이었다.

대신 스토리는 예측 가능한 선을 넘어서지 않는다. 팬들의 예측을 매번 깨부수는 쪽(이를테면 가망이 없는 부분이라던가)도 문제라면 문제겠지만, <아쿠아맨>의 경우 관객이 기대할 법한 장면과 기대할 법한 스토리가 익숙한 순서로 전개된다. 수많은 캐릭터가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며 긴밀하게 연결된다는 점은 나쁘지 않다. 하지만 캐릭터 하나하나를 들여다보면 아쉬움이 남는다.

전반적으로 논리가 무너진다기보다는 굳이 설명하지 않고 건너뛴 부분이 상당히 많다는 느낌인데, 예를 들면 아서 커리의 어린 시절이라던가, 벌코와의 만남과 그간 어머니에 대한 죄책감 등이다. 아서가 바다의 수호자 아쿠아맨이 되어가는 성장의 과정도 그렇다. 또 아서 커리가 아틀란티스의 진정한 왕이 되기 위한 시험을 통과하는 영웅담의 과정에서 그의 내면 묘사가 크게 없다는 점도 아쉽다.

개인적으로는 너무 서둘러 등장시켰던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 <저스티스 리그>의 전적 때문에 아쿠아맨이라는 캐릭터의 솔로무비로서 아서 커리가 영웅 아쿠아맨으로, 아틀란티스의 왕으로 제대로 성장해 가는 과정을 그리기엔 여유가 없었던 것 아닌가 싶기도 하다.

왜냐하면 메라를 더 보여줘야 하기 때문에


DC 원작 영화들이 앞으로 가야할 길

히어로무비가 흥행에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은 사실 매우 높은 편이다.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가진 코믹스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는 점과 더불어, 천문학적 액수의 제작비를 바탕으로 한 화려한 액션과 CG를 담보로 하기에 일반 관객에게는 ‘눈뽕’에 버금가는 영상미와 파워풀하게 때려부수는 재미를 줄 수 있으며 코믹스 팬들에게는 ‘살아 숨쉬는 내 최애캐!’를 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는 기회를 주기 때문이다.

DC 원작의 영화들은 이런 ‘영상미’ 면에서 지금까지 꽤 좋은 성과를 내 왔다. 방대한 스케일로 화려하게 때려부수는 화면만 따지고 보면 <맨 오브 스틸>부터 <저스티스 리그>까지 일관적으로 영상 면에서는 꽤 볼만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히어로무비라고 한다면 그저 액션무비에서 끝나서는 안 된다.

DCEU는 실사화 히어로무비에 기대할 수 있는 비주얼과 액션은 꽤 괜찮은 편이었다고 할 수 있지만, (데드풀의 말을 빌리자면)지나치게 어두운 분위기와 본래 캐릭터의 특징을 잃어버린 채 혼란스러워진 캐릭터성, 소모성으로 사라져 버리는 빌런 등이 단점으로 거론되곤 했다. 스토리 진행상의 개연성 등은 말할 것도 없다.

<아쿠아맨>은 DCEU의 히어로무비가 아직 죽지 않았다는 걸 다행히도 확인시켜 줬다. 2019년부터 예정된 라인업과 더불어 제작 관련 이야기가 돌고 있는 작품들이 아직도 DC에는 꽤 많이 기다리고 있다.

이중에는 DC 실사화 영화 하면 나오는 슬픈 그 영화 <그린 랜턴>의 리부트인 <그린 랜턴 군단>도 있고, 가볍고 코믹한 분위기의 트레일러로 관심을 모은 <샤잠!>도 있다. <아쿠아맨> 이전 최대 흥행작이었던 <원더우먼>의 속편, <원더우먼 1984> 역시 내년 개봉 예정이다.

<샤잠!>

솔직히 아직 걱정되는 부분은 산더미다. 마블에서 퇴출된 감독 제임스 건을 굳이굳이 데려간 <수어사이드 스쿼드 2>라던가 감독 하차에 각본 교체에 말이 많았던 배트맨 솔로무비라던지. 하지만 적어도 지금까지의 흥행기록을 능가하는 영화를 만들어냈고, 그렇다면 이제 조금은 더 기대해 봐도 좋지 않을까.


희재 / PNN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