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목지〉 배우 김혜윤 인터뷰는 1부로부터 이어집니다.

〈살목지〉는 ‘체험형’ 공포를 테마로 삼은 영화인데요. ‘체험형’ 영화를 찍는 입장에서, 다른 현장과 차별화되는 지점이 있었나요.
처음에 미팅하고 리딩할 때 로드뷰 카메라, 360도 카메라를 보여주셨거든요. 영화가 이런 방향의 앵글로 나올 거라고 말씀해 주셨는데, 실제로 영화를 보니 그 장면들이 너무 기괴하더라고요. 제가 느꼈던 감정들을 관객분들도 느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촬영 현장이 워낙 외진 곳이다 보니까, 현장에서 많은 고생을 하셨을 것 같아요. 야간 촬영도 해야 했고요.
벌레가 정말 많았어요. 계속 뛰어다니고 긴급한 상황이 많다 보니까 땀을 많이 흘리는데, 그 땀에 자꾸 벌레들이 붙는 거예요. 벌레 퇴치제를 정말 몇 통을 썼던 것 같고요. 그리고 외진 곳이어서 화장실도 좀 불편했고. 근데 이제 다 같이 오순도순 모여 있다 보니까, 배우분들도 다들 또래고 성격이 너무 좋으셔서 웃음이 끊기지 않았거든요. 불편한 점들도 있었지만 즐겁게 촬영했던 것 같아요.

공포영화 촬영 현장에서는 으레 그런 이야기들이 있잖아요. 실제로 귀신을 목격한다거나. 이번 현장에서도 혹시 그런 일이 있으셨나요?
스태프 중 한 분이 귀신을 실제로 보셨어요. 한 스태프분이 돌탑 뒤에 숨어 계셨는데, 촬영은 진행 중이었거든요. 근데 저 멀리서 민소매만 입은 아기가 보이더래요. 소품팀 분이 '아기인가 보다' 하다가 잠깐, 여기에 민소매만 입은 아기가 있다는 게 이상하다는 생각이 드신 거예요. 그때가 좀 쌀쌀해서 다들 패딩 입는 날씨였거든요. 근데 민소매만 입고 이렇게 들썩거리면서 지나갔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러고 숙소에 돌아왔는데, 센서 등이 계속 깜빡깜빡해서 영상도 찍으셨대요. 그래서 "셋 하면 그만해라" 하고 하나 둘 셋 하니까 딱 멈췄다고 하더라고요.
귀신이랑 말이 잘 통했나 봐요.
정말 담력이 세시다는 걸 느꼈어요. 아무렇지도 않게 "아기가 따라왔나 보다" 이렇게 생각하신 게. (웃음)
공포영화 현장에서 귀신을 보면 잘 된다는 이야기가 있잖아요. 현장에서 배우들이나 제작진분들과 그런 얘기도 나눴나요?
그 일(귀신을 본 일)을 현장에서 듣다 보니까, 촬영장에 있을 때는 본인들도 그 일을 겪을까 봐 무서워했던 것 같아요. 다들 "따라오는 거 아니야?" 하면서 겁이 더 났던 것 같아요. 다 끝나고서는 "우리 귀신 봤으니까 잘 됐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했지만.

그럼 본인은 어떠세요? 귀신을 믿으시나요. 평소에 그런 소문에 잘 휩쓸리는 편인가요. 영화 속엔 귀신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인물도 있고, 공포를 오히려 좇는 인물도 있잖아요. 굳이 따지자면 자신은 어느 쪽에 가깝다고 생각해요?
제가 워낙 크게 잘 놀라지 않으니까, 감독님께서는 제가 정말 수인이 같다고 하셨어요. 저도 쭉 생각해 봤을 때 수인이랑 제일 비슷한 것 같아요. 속은 무서운데 아닌 척하는 거요. 그리고 이상할 순 있지만, 미스터리한 아이를 봤다는 스태프 분이 계신 것처럼, 저도 뭔가를 보고 싶은 거예요. 그 형체를요.
그 부분은 〈살목지〉에서 장다아 배우가 연기한 세정이 같네요.
맞아요. 그래서 무언가를 진짜 보고 싶어서, 촬영 쉬는 중일 때 산속을 뚫어져라 쳐다본다거나 했어요. 그러니까, 뭔가 따라붙을까봐 무섭긴 한데, 뭔가를 발견해보고 싶긴 한 거예요. 그래서 쭉 봤는데, 아무것도 찾지 못했습니다. (웃음) 마음속은 세정이처럼 귀신을 찾고 싶지만, 실제로 놀라는 건 수인이에 가까운, 세정이랑 수인이 믹스인 것 같아요.

〈살목지〉 후반부의 수중 장면도 인상적이었어요. 이종원 배우와 함께 수중 촬영을 할 때는 어땠나요.
실제로 제가 물을 굉장히 좋아해서, 수중 촬영을 준비할 때 약간의 자신감이 있었거든요. 이전 작품들에서도 수중 촬영 경험이 있었고요. 근데 살목지 수중 촬영은 공포영화다 보니까 엄청 어둡고, 소품들도 무서운 것들이 물 안에 많고, 정말 검은 물처럼 보이는 환경이었거든요. 갑자기 겁이 너무 나기 시작하는 거예요. 그런데 (이)종원 오빠가 너무 능숙하고 침착하게 하는 거예요. 오빠를 보고 안정을 얻어서 저도 잘 촬영했던 것 같아요.
〈선재 업고 튀어〉 때도 수중 촬영이 있었잖아요. 이번에 노하우가 더 생기셨나요?
한 발짝 더 친해진 것 같아요, 수중 촬영이랑. 종원 오빠를 보고 안정감을 얻고 나서 침착해졌거든요. 호흡도 점점 길어지고, 물속에서 참을 수 있는 시간도 늘어나고요.
함께 호흡한 이종원 배우의 기태 역과 수인은 전 연인이라는 설정이잖아요. 이종원 배우랑 실제로도 서로 전남친·전여친처럼 투닥투닥했다고 하던데요.
전 연인이라는 설정이라서, 감독님께서도 수인이가 기태에게는 좀 퉁명스럽고 틱틱대는 말투였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어요. 그리고 실제로도 투닥투닥한 건, 그게 이종원 오빠의 매력인 것 같은데, 처음 봤을 때도 원래 알던 사이처럼 친근하고 편했어요. 오빠가 촬영 중간에 합류했는데, 처음부터 이 현장에 계속 있던 사람 같은 그런 매력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빠르게 친해지고 가까워지다 보니까 그런 장난도 많이 하고, 다행히 전남친·전여친처럼 더 잘 보였던 것 같아요.

95년생 신인인 이상민 감독의 첫 장편 영화잖아요. MZ 감독의 MZ 맞춤형 영화가 탄생한 것 같아요. 또래 감독과 배우들과 호흡하면서 새로웠던 점이 있을 것 같아요.
배우들도, 감독님도 다들 저희 또래다 보니까, 저희끼리의 친한 관계가 많이 드러난 것 같아요. 무대 인사 때 관계자분께서 감독님이 이렇게 중간에 끼시는 경우는 많이 없다고 하더라고요. 근데 저희는 그냥 랜덤으로 뒤섞여 들어갔거든요. (웃음) 그런 점이 또래 감독님과 이 영화의 분위기를 잘 보여주지 않나 싶었어요. 촬영장에서는 준비도 많이 해오시고, 또래라는 생각이 크게 없었는데, 사석에서 밥 먹거나 개인적인 얘기할 때 정말 또래구나, 느낄 수 있었어요. (웃음) 또래 친구들이랑 하는 대화의 소재들로 주로 얘기를 많이 하다 보니까요.
앞서 공포영화를 좋아한다고 말씀하셨잖아요. 실제로, 본인이 연출한 졸업작품 역시 스릴러 영화였기도 하고요. 이렇게 공포영화나 스릴러 등의 장르영화를 좋아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곰곰이 생각해 봤을 때, 해소되는 것에 쾌감을 느끼는 것 같아요. 스릴러도 공포도 긴장감과 궁금증으로 영화가 시작하고, 그걸로 계속 이끌어 가잖아요. 저 정체는 뭘까, 저 범인은 누굴까, 이 긴장감을 갖고 가다가 결말을 봤을 때 해소되는 그 쾌감이요.

이제 30대가 되셨어요. 달라진 게 있다면요.
저는 언니들이 "20대랑 30대 다르다"고 하셨을 때, 19살과 20살도 크게 안 달랐는데 29살이랑 30살이 그렇게 크게 다를까 싶었거든요. 근데 가장 큰 건 몸으로 왔어요. 감기에 걸려도 빨리 안 낫더라고요. 옛날 같으면 베개 자국 같은 게 몇 분 지나면 없어졌는데, 지금은 몇 시간이 걸리고. (웃음) 신체적으로 변화가 가장 큰 것 같아요, 29와 30은.
배우로서는 오히려 스펙트럼이 넓어지는 시기이기도 하잖아요.
저는 한 작품 한 작품 할 때마다 다음 작품에는 더 깊이 있어지고 성숙해졌으면 좋겠다는 게 제 바람이거든요. 제 미래의 모습이 너무 기대되기도 하고요. 나중에 10년 뒤에 돌아봤을 때 차곡차곡 성장했구나 느낄 수 있게, 매 작품마다 배우고 시도하려고 하는 것 같아요.
그럼 지금 와서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돌아보면 어때요?
그때 생겼던 노하우들이 지금 많이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예전부터 저는 촬영장에서 어떤 컨디션이어야 연기하기에 편할까, 이런 걸 항상 찾으려고 했었거든요. 너무 편한 컨디션이면 제가 잠이 온다거나, 집처럼 너무 편해지더라고요. 적당한 긴장감을 가지고, 적당한 컨디션이어야 집중이 잘 된다고 느꼈어요. 한 작품 한 작품 할 때마다 그런 부분들을 배워가고 있는 것 같아요.
그렇다면 본인만의 작품 선택 기준이 있으신가요? 시간이 흐르며 달라진 작품 선택 기준도 있을 것 같아요.
과거에는 새로운 모습을 많이 보여드려야겠다는 게 가장 컸고요. 현재로서는 시나리오가 굉장히 재미있고, 비슷한 맥락이긴 한데 제가 갖고 있는 다른 매력을 보여드리려고 하는 것 같아요.

〈살목지〉가 4월 8일 개봉해요. 〈살목지〉를 관객들이 어떻게 봐주길 원하세요?
제작발표회에서, 감독님과 배우분들이 “관객이 같이 만들어나가는 영화가 공포영화인 것 같다”라는 말씀을 해 주셨는데, 저도 그 말에 너무 동의하고, 공포영화는 그런 재미가 있는 것 같아요. 10대 때, 공포영화를 여러 명이서 보러 갔었거든요. 친구들과 같이 가서 소리 지르면서 보고, 나와서 서로의 놀란 모습들을 보면서 깔깔거리며 웃었던 좋은 기억이 있어요. 극장에서 사실 다른 관객분들하고 감정을 소통할 일이 없는데, 같이 보는 관객분들의 반응으로부터 오는 시너지가 있다고 생각해요.
마지막으로, 〈살목지〉의 공포지수를 10점 만점으로 매기자면요.
9.5점이요. 왜 0.5점을 뺐냐면요. 10점 만점으로 하면, 너무 무서워하시는 분들이 안 오실 수 있으니까, 그 0.5점을 믿고라도 무서워하시는 분들도 와주셨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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