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혜윤의 장르적 얼굴은 어떨까? '살목지' 김혜윤①

“눈빛이랑 호흡만으로 표현하는 연기, 새로운 연기를 하고 있다고 느껴”

〈살목지〉
〈살목지〉

믿어야 할까. 보기 전까지는 믿지 말아야 할까. 〈살목지〉의 수인(김혜윤) 역시 그 기로에서 흔들린다. 믿지 않았던 비밀을 몸으로 느낀 후, 서서히 내면의 공포에 잠식되어 간다.

공포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건, 아마도 관객을 ‘설득’하는 일일 것이다. 영화가 ‘소문대로 정말로 무서운지’ 반신반의하며 극장에 들어선다. 오는 4월 8일 개봉하는 영화 〈살목지〉 속 김혜윤의 수인은 이러한 관객들의 시선을 대변하는 인물이다. 수인 역시, 살목지의 공포스러운 소문을 알고 있음에도, 이성의 끈을 잡고 있다. 눈빛과 호흡을 가다듬으며 무너지지 않으려 버틴다. 그는 팀원들을 이끄는 PD로서, 다른 사람들과 있을 때는 리더십 있는 모습을 보인다. 그러나 점차 살목지의 공포스러운 소문의 실체를 두 눈으로 확인하게 되자 더욱 깊이 무너지며 큰 파괴력을 선사한다.

영화 〈살목지〉는 신선하고 개성 있는 배우들의 라인업으로 무장했다. 김혜윤은 그야말로 ‘MZ세대’를 대표하는 배우로서, Z세대, 알파세대 ‘취향저격’인 공포영화 속 신선한 라인업의 구심점을 잡았다. 거기에 졸업작품으로 스릴러 영화를 연출할 만큼 장르물을 사랑해 온 배우는, 〈살목지〉로 새로운 장르적 얼굴을 꺼냈다. "소문대로 정말 무서운지" 반신반의하는 관객을 설득해야 하는 책무를 지닌 김혜윤은 〈살목지〉의 수인으로 그 소임을 훌륭하게 다했다. 지난 2일, 〈살목지〉 개봉 전 배우 김혜윤은 서울 종로구 모처에서 씨네플레이를 만나 〈살목지〉의 비하인드와 공포연기에 임한 소감을 털어놓았다. 아래에 그 대화의 전문을 옮긴다.


배우 김혜윤. (사진제공=(주)쇼박스)
배우 김혜윤. (사진제공=(주)쇼박스)

첫 공포영화에 도전했어요. 〈살목지〉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말해주신다면요.

시나리오가 너무 재미있었고, 물귀신이라는 소재가 참신했어요. 그리고 제가 평소에 공포영화를 너무 좋아해서요.

공포영화 안에서도 여러 장르가 있잖아요. 예를 들면 〈살목지〉처럼 점프스케어가 많은 영화도 있고, 잔인한 슬래셔물도 있어요. 그중에서도 특히 어떤 공포영화를 좋아하나요.

저는 일상생활에서 일어날 법한 공포요. 그런 공포를 제가 제일 무서워하는 것 같아요. 누구에게나 올 수 있는 공포. 〈살목지〉도 그랬어요.

그렇다면, 공포영화를 보면서 평소에 인상 깊게 본 호러 배우가 있으세요? 이른바 '호러퀸' 계보로 따지자면요.

한 분을 꼽기는 어려운데, 굳이 꼽자면 저는 염정아 선배님이요. 〈장화, 홍련〉 같은 작품에서요.

공포영화를 좋아하는 것과 공포영화 속 캐릭터를 연기하는 건 다른 일이잖아요. 쉬워 보였는데 어려웠던 연기라거나, 공포영화 배우만의 특별한 연기 포인트 같은 게 있었나요?

귀신이 아닌 입장으로서 귀신을 발견하는 타이밍, 그게 되게 계산이 필요한 거구나 하는 걸 처음 알았어요. 무서운 존재를 언제, 어떻게 발견을 해야 관객들에게 더 공포감이 오는지를 생각해야 했어요. 그리고 귀신이 진짜 힘들겠다는 생각을 제일 많이 했어요. (웃음)

자신이 나온 공포영화를 보는 건 처음이잖아요. 본인이 나온 영화를 보면서 놀라셨어요?

겉으로 티가 많이 안 나서 좀 억울한데, 저 진짜 잘 놀라거든요. 심장이 쿵 하면, 소리를 안 내고 그냥 이렇게 놀라는 타입이에요. 너무 놀라서 소리가 안 나오는 그런 거요. 그게 겉으로 나올 때 그냥 "오" 이렇게 나와서 좀 억울한데, 〈살목지〉 속 물수제비 장면이 정말 무서웠어요.

시나리오를 봤으니, 그 장면이 등장할 것을 알고 있음에도 놀란 거예요?

네. 글로는 이미지가 잘 안 와닿는데, 실제로 보니까 멀리서 소리는 계속 들리는데 물수제비가 갑자기 돌아왔을 때, 소리가 주는 공포가 되게 크더라고요. 시나리오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많이 놀랐어요.

언론배급시사회 때, 다른 배우들이 소리를 지르면서 영화를 관람하시더라고요. 옆에서 다른 배우들이 놀라는 모습을 보면서 더욱 놀라셨을 것 같아요.

초반에는 정말 저도 다른 배우들이 놀라는 모습을 보면서 놀랐는데요. 사실 한두 번이 아니거든요. (웃음) 계속 소리를 지르셨고, 그 모습이 웃겨서 저도 웃음이 나왔어요. 시사회 때를 포함해서, 다 같이 여러 번 영화를 봤는데, 너무 같은 포인트에서 계속 똑같이 놀라니까, 그러려니 했어요. 정말 같은 포인트에서 놀라시더라고요.

누가 제일 많이 놀라시던가요.

배우 줄에서 계속 소리가 나긴 했는데, 제 옆에 (윤)재찬이랑 (김)영성 선배님이 앉아계셨거든요. 바로 옆에 있어서 그런지, 그 둘의 소리가 너무 크게 들렸어요. (웃음)

〈살목지〉
〈살목지〉

그럼 다시 〈살목지〉를 선택한 이유로 돌아와 볼게요. 〈살목지〉만의 공포가, 특히 어떤 부분에서 매력적으로 다가왔나요.

시나리오를 보면서도 그랬고, 영화를 다 보고 나서도 느꼈는데, ‘끝날 때까지 끝나지 않은’ 뭔가가 있는 느낌이잖아요. 내가 믿는 게 다 현실이 아닐 수도 있겠다, 그렇게 계속 그 자리로 돌아가는 그런 공포감이 매력적이었어요.

수인이라는 인물은 PD로, 살목지의 기이한 소문을 알고 있음에도 팀원들을 이끌고 살목지로 향하는 책임감 있는 인물이에요. 처음에 어떻게 수인이라는 인물에 접근했는지 궁금해요.

수인은 지쳐 있고, 삶에 찌들어 있는 느낌을 원하셔서, 그런 방향으로 잡았어요. 그리고 교식 선배에 대한 죄책감 때문에, 찌들어 있다고 설정하신 것 같아요. 그래서 수인은 첫 장면부터 생기가 없고, 모든 일을 힘들어하죠.

수많은 드라마에서 보여줬듯, 김혜윤 배우는 대사나 행동으로 감정을 전달하는 데에 강점이 있는 배우잖아요. 그런데 이번에는 수인 캐릭터로, 아예 이전에 해온 연기와 반대의 연기를 선보였어요.

맞아요. 새로운 연기를 하고 있다고 느꼈어요. 눈빛이랑 호흡만으로 긴장감과 놀람, 다급함을 표현해야 하다 보니까, 처음 해보는 연기였어요. 긴급한 상황이나 놀라야 하는 상황에서도 수인이는 평정심을 계속 가져야 하는 성격이라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절제하는 데 중점을 뒀는데요. 어려웠던 부분이 실제 상황이 긴급하고, 이 친구도 긴급하다고 느끼는데 말로는 남들을 진정시켜야 될 때였어요. 팀원들에게 말로는 "침착해"라고 하는데 수인이 역시 침착해지지 못한 상태예요. 남들한테는 "빨리 여기서 탈출하자"라고 하면서도 속으로는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되지'라고 혼란해하는 그런 연기를 하려고 했고요. 그래서 겉으로는 차분해 보이지만, 눈빛이나 호흡이 진정이 안 되는 상태로 보이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살목지〉
〈살목지〉

수인이는 표면적으로는 이성의 끈을 꽉 쥐고 있는 인물이잖아요. 수인은 언제, 어떤 장면에서 처음으로 살목지의 공포를 실감했다고 생각하세요?

사실, 수인이는 원래부터 물에 대한 공포가 있는 친구예요. 수인이라는 캐릭터의 전사는 물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는 친구라는 점을 감독님께서 말씀해 주셨어요. 교식 선배(김준한)의 대사 중에, 슬쩍 그 사실이 나오기도 하고요. 그래서 수인이는 처음 살목지에 딱 도착했을 때부터 물을 보고 공포감을 느끼는 장면이 있어요.

말씀을 들어보면, 감독님께서 세세하게 디렉팅을 한 것 같은데요. 그중에서도 혜윤 배우의 의견으로 연기 방향을 변화시킨 장면이 있었을까요.

감독님 머릿속에 수인이라는 인물, 살목지라는 공간이 확실하게 자리잡혀 있었지만, 그 안에서도 자유롭게 의견 내고 같이 대화하는 시간이 많았어요. 제가 의견을 특히 많이 나눴던 부분은 후반부인데요. 후반부로 갈수록 긴급하고 다급한 상황이 많아지다 보니 저도 자꾸 같이 흥분하게 된 거예요. 근데 모니터를 봤을 때 수인이가 너무 흥분하면 PD로서의 중심을 잃을 것 같아서, 감독님과 많이 얘기를 나눴어요.

▶〈살목지〉 배우 김혜윤 인터뷰는 2부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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