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코스피 7000 돌파를 기념해 한국영화 〈작전〉의 명대사와 명장면을 전했다. 아무래도 한국영화 기준으로 주식을 다루고 있는 작품이 얼마 없어 〈작전〉을 얘기할 수밖에 없는데, 할리우드는 진작에 주식과 시장에 관한 다양한 영화를 제작해 전 세계에 통렬한 쾌감과 자아 성찰을 일으킨 바 있다. 오늘은 주식과 금융을 테마로 한 할리우드 영화의 명대사, 명장면을 소개한다. 미국 최대 커뮤니티라 할 수 있는 ‘레딧’(Reddit)의 이용자들이 뽑은 것을 참고로 했다.
“여러분, 중요한 건 이 탐욕은, 다르게 표현할 말이 없습니다만, 좋은 것입니다.”
〈월 스트리트〉의 고든 게코(마이클 더글라스)

1987년 영화 〈월 스트리트〉에서 고든 게코의 대사는 많은 파장을 일으켰다. 문장만 놓고 본다면 특별할 게 없다. 금융 시장에서 탐욕이 좋은 건 누구나 알 만한 사실이니까. 그러나 누구도 쉽게 말할 수 없는 말이었다. 특히 절제를 중시하는 크리스천이 많은 미국 사회에선 더더욱 그렇다. 그러나 고든 게코는 자신을 몰아내려는 주주 총회의 현장에서 이 문장을 내뱉는다. 자본주의의 핵심은 더 많은 것을 소유하려는 그 탐욕이 엔진이란 것을. 그것을 명백하게 밝힘으로써 현장에 있는 주주들에게 회사가 올바른 길로 갈 수 있도록 더욱 욕심을 내게 여론을 조성한다. 그리하여 그는 자신이 아닌 임원들에게 책임의 화살을 돌리고 위기를 벗어난다. 이 교묘한 발언은 게코라는 인물이 자신의 탐욕을 어떻게 정당화하고 실현하는지가 함축적으로 담겨있다. 거기에 마이클 더글라스의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가 더해져 굉장히 노골적인 발언에도 여전히 금융가를 대표하는 문장으로 회자된다.
“방금 무슨 짓을 했는지 알아? 미국 경제가 무너진다에 돈을 걸었어. 그 말인즉슨 우리가 옳으면 사람들은 집을 잃고 직장도 잃고, 은퇴 자금도 잃어. 연금도 잃는다고. 난 은행권이 비인간적이라서 싫어. 실업률이 1% 증가하면 4만 명이 죽는다는 거 알아?”
〈빅쇼트〉 벤 리커트(브래드 피트)

〈빅쇼트〉의 벤 리커트가 하는 대사다. 〈빅쇼트〉는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예견한 인물들을 중심으로 일련의 사태를 재구성하는데, 전직 트레이더인 벤 리커트는 일찍이 금융계를 떠난 인물이다. 그는 자신을 찾아온 찰리와 제이미를 돕게 된다. 벤의 도움으로 이 ‘대폭락’에 베팅할 수 있게 된 두 사람은 라스베이거스 한복판에서 흥에 겨워 춤을 춘다. 그 모습을 본 벤 리커트가 일갈하며 하는 대사인데, 마치 공매도로 대박을 낸 마이클 버리(영화에선 크리스찬 베일이 연기했다) 같은 꿈을 가진 이들을 꾸짖는 듯하다. 물론 갑자기 너무 교훈적인 장면이라 오히려 거부감이 든다는 관객 반응도 있었지만, 관객이 경각심을 가질 수 있는 장면을 넣은 것이야말로 끊임없이 영화의 특성을 살린 〈빅쇼트〉에 어울리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시스템이 망가졌다 느끼는 사람이 많습니다. 주식 시장의 개념은 공정한 운동장으로 머리와 운이 따른 다면 돈이 벌려야 합니다. 그러나 이제는 머리와 운도 통하지 않습니다. 대기업들이 기술과 정보에서 크게 앞서가고 재력으로 밀어붙이니 개인은 희망이 없죠. 아니, 이전까진 없었습니다. 지금은 있을지도 모르죠. 개인적으로 말씀드리자면 저는 그 주식이 좋습니다. 조만간 팔 계획은 없습니다.”
〈덤 머니〉 키스 길(폴 다노)

〈덤 머니〉는 이른바 ‘게임스톱 사태’라고 불리는 사건의 중심에 있었던 키스 길의 이야기를 그린다. 게임스톱 사태란 게임스톱 종목에 공매도를 걸어 이득을 취하려던 멜빈 캐피탈을 키스 길을 중심으로 개인 투자자들이 뭉쳐 주가 하락을 막아낸 일련의 과정을 뜻한다. 커뮤니티와 유튜브를 통해 꾸준히 게임스톱 종목 구매를 추천했던 ‘Roaring Kitty’ 키스 길(폴 다노)은 공매도 비율을 보고 이를 역이용해 주가 상승에 투자했다. 그의 꾸준함을 지켜보던 개인 투자자들은 키스 길을 따라 주식을 매수했으며, 공매도에 걸었던 기업은 예상 못한 ‘떡상’에 당황한다. 이 과정에서 미국 금융 시스템의 수많은 문제점이 드러냈는데, ‘로빈후드’를 비롯한 개인 금융 프로그램이 게임스톱 종목 거래를 막은 것이 대표적이다. 자본가의 결탁에 반발한 개인 투자자들은 매수와 집단 소송으로 대응했다. 이후 키스 길은 주가 조작 혐의로 청문회에 소집됐는데, 영화에서도 그 장면이 그려진다. 사실 키스 길이 게임스톱의 주가 폭등 때 모두 매도했다면, 그는 손쉽게 백만장자 반열에 올랐을 것이다. 그러나 종목의 가치를 지키고, 자신과 함께 자본에 대항한 개인 투자자들을 위해 그는 “팔 계획이 없습니다”라며 오히려 매수를 지속해 ‘개미가 자본가를 이긴’ 대표적 사례를 역사에 남기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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