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식’ 하면 ‘밥’이나 ‘쌀’을 떠올리던 시절은 이제 갔다. 5월 6일, 코스피가 7천을 돌파한 이 시대는 이제 모두가 ‘쌀’과 ‘밥’이 아닌 ‘주식’을 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한때 전문가의 영역이었던 주식은 어플리케이션을 중심으로 한 디지털 금융 시스템의 등장으로 이제는 웬만한 사람들의 취미이자 부업이 되었다. 그런 시대가 왔기에 뒤늦게나마 수많은 주식영화들이 재발굴되고 재평가되고 회자되고 있다. 오늘은 코스피 7천 시대에 잊지 말아야 할 명언들을 남긴 주식 관련 한국영화 중 〈작전〉의 명대사·명장면을 같이 보자.

명실상부 한국영화 중 최고의 주식 영화라고 일컫는 〈작전〉(사실 몇 개 없긴 하다). 개봉 당시 150만 명이란 관객 수가 말해주듯, 당시엔 이런 주식에 대한 관심도 자체가 낮았다고 볼 수 있다. 그렇지만 현재 주식이 전 국민의 관심사로 떠오르면서 할리우드의 〈빅쇼트〉와 함께 가장 많이 거론되는 영화가 됐다. 영화는 ‘개인 투자’를 하고 있는 강현수(박용하)가 주식 작전 세력과 얽히면서 겪는 일을 그린다.
“대한민국에 주식만한 재테크 없죠. 개미라고 들어보셨죠? 남의 말 듣고 감으로 투자하시는 분들. 그 사람들 있는 한 대한민국 주식 시장 끄떡없어요."

영화를 여는 조민형(김무열)의 대사. 증권 브로커인 그가 고객과 통화하면서 하는 이 대사는 전문가인 그가 개인 투자자 , 즉 ‘개미’를 조롱하며 하는 말이지만, 실제로도 한국 주식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개미의 힘을 보여준 사례는 종종 있다. 얼마 전 미국-이란 전쟁의 불안정성에 기관이 판 수량을 개인 투자자가 받아내면서 주가 하락을 완화한 거래 경향도 포착됐다. 결국 이 대사는 이후 ‘개미 투자자’ 현수에게 반격당하는 자신의 앞날을 알지 못한 민형의 운명이 암시하는 것이다.
“주식을 하다 보면 맨날 듣는 소리가 있다.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마라. 욕심부리지 말고 안전하게 투자하라는 거지. 다 웃기는 소리다. 푼돈 쪼개서 언제 목돈 버나. 그럼 사다리 걷어차기란 말은 들어봤나?사다리를 차고 맨 처음 꼭대기에 오른 새끼는 항상 사다리를 걷어차서 다른 놈들이 올라올 수 있는 길을 빼앗는다. 그게 사람이다. 그게 자본주의다.”

이어지는 현수의 대사. 어떻게 보면 선량하게만 보일 수 있는 개미 투자자의 일면을 보여준다. 주식을 저축 용도로 이용하는 이도 있겠지만 근본적으로는 지금 가진 것을 더욱 불리고 싶은 마음이 앞서는 건 당연하다. 그런 욕심이 과해지면 스스로조차 망친다는 것을 알지 못한 채 매몰되기도 한다. 개미라는 부지런하고 성실한 명칭 아래에 숨겨진 자본주의적 인간의 면모를 여과 없이 담은 대사.
“과천 촌구석에 무슨 비전이 있다고 집을 덜컥 사! 이 동네 죽었다 깨어나도 안 올라요, 엄마가 부동산을 알아?”

주식과는 딱히 상관없지만, 〈작전〉에서 가장 유명한 대사 중 하나. 현수는 이렇게 말했지만, 영화 공개 후 과천은 승승장구 상승세로 거의 8배 이상 집값이 올랐다. 다만 여긴 함정이 하나 있는데, 이호재 감독은 이 대사를 웃기려고 넣었단다. 당시 과천은 이미 떠오르는 지역이었고, 현수가 그것도 모르면서 엄마를 비난하는 모습을 우스꽝스럽게 그리려던 건데 그것이 한참 지나 밈처럼 떠돌게 된 것.
“내 들어보니 주식에 조예가 깊은 거 같은데, 하시는 일이?”
“개인 투자 하고 있습니다.”
“백수시고.”

사업가를 빙자한 주가조작의 주도자 황종구(박희순)와 현수의 대화. 항상 누군가가 “나 투자 좀 잘 하는 것 같은데 전업 투자자 해볼까?”라고 물을 때마다 답변으로 올라오는 내용이기도 하다. 뿐만 아니라 유튜버 같은 프리랜서 직업으로 패러디 되기도 한다. 현수의 대답에 1초의 빈틈도 없이 “백수시고”라고 받아치는 종구의 센스가 장면의 별미.
“결국 밑천 차이 아닙니까?”
“뭐?”
“똑같이 1%씩 먹어도, 백 만원이면 만 원이고, 백억이면 1억인데. 부자들하고 개미들하고 애초에 게임이 됩니까?”
“오케이, 바로 그거야. 아무리 발악을 해도 되는 놈만 되는 게 세상이야.”

한 번쯤 주식으로 큰 이득을 본 사람이라면, 해봤을 법한 생각이다. 나는 이걸로 이만큼 벌었는데, 더 많이 산 사람은 얼마나 벌었을까? 특히 월급을 조금씩 부어서 간신히 이득을 본 투자자라면 기쁨과 함께 투자 시드의 아쉬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런 마음을 일찌감치 털어내는 것이 안정적인 투자의 지름길이지만, 결국 현수는 그 마음을 이기지 못한 채 종구의 작전에 함께 하게 된다.
“쌀 때 사서 비쌀 때 판다, 거래의 기본 아니겠어?”

다이어트계의 “적게 먹고 더 운동한다”와 같이 ‘누가 그걸 몰라서 못하느냐’를 담당하는 주식계의 명언이다. 보통 피터 린치, 워렌 버핏 등 투자의 대가들과 함께 사용되는 문장인데, 요즘엔 이것을 패러디한 아래와 같은 짤이 돌고 있다.

“이번 작전 끝나면, 광신도 몇 떨어지겠습니다?”
“나야 뭐 추천만 하는 사람이고, 결정은 자기네들이 하는 거죠.”

투자전문가 김승범(권형준)의 대사. 자신을 믿는 소액 투자자들을 이용해 작전을 펼치려는 종구 일당의 계획에 한몫하고 만다. 물론 주식은 ‘증권투자는 본인의 판단과 책임으로’ 하는 것이지만, 모두가 전문가일 순 없으니 전문가의 도움을 원할 수밖에 없다. 전문가로서 자신에게 걸린 신뢰를 저버리면서 ‘한탕’하려는 김승범의 모습은 자본주의의 얼굴을 고스란히 내비친다.
“하지만 언젠가는 부러지죠. 왠줄 알아요? 항상 모든 걸 거니까. 열 번을 이겨도 한 번만 지면 다 잃죠.”

작전의 자금을 담당하고 있는 유서연(김민정)의 대사. 서연이 현수에게 이 말을 하는 것은 사실 주식 얘기라기보다 이 ‘작전’에 관한 얘기이기도 하다. 종구에게 붙잡힌 탓에 끼어들게 된 현수지만 그런 그가 민형과 갈등각까지 세우는 것을 보고 지나치게 이 판에 빠져들게 될까 조언하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투자의 귀재인 서연이니 현수의 진가는 이런 작전에 어울리지 않는 걸 봤을 것이다.
“하따 아십니까? 바닥 친 주식은 반드시 다시 오른다고 믿는 바보심리. 그러면 바닥 쳤구나 하면서 따라오는 놈이 꼭 있습니다. 그러니까 설거지가 작전의 꽃 아닙니까. 바닥인 줄 알고 사는 놈들, 지하실 구경하게 될 겁니다.”

‘〈작전〉의 꽃‘과 같은 대사. 작전이 꼬이면서 종구가 SOS를 친 우 박사(신형종)가 하는 대사인데, 주식하다가 하한가를 맞아본 사람이라면 유독 뼈아프게 들릴 대사이다. 이 대사는 하한가를 맞은 당사자가 자조적으로 할 수 있는 말이지만, 다른 사람이 당사자에게 이런 말을 하면 큰 싸움으로 이어질 수 있으니 주의. 인터넷에선 이 장면과 함께 아래 〈유희왕 듀얼몬스터즈 GX〉의 장면이 세트로 자주 사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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