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필버그가 자전적 이야기를 꺼내든 〈파벨만스〉 이후 4년 만에 공개한 〈디스클로저 데이〉는 그가 오랜만에 SF영화라는 점에서 기대를 모았다. 특히 그가 과거 외계인이 등장하는 SF 걸작 〈미지와의 조우〉, 〈이티〉를 만들었기에 〈디스클로저 데이〉는 ‘스필버그의 외계인 삼부작’의 마지막편이라는 호칭을 진작에 얻었다. 그 베일에 싸인 〈디스클로저 데이〉를 6월 9일 언론배급시사회로 만난 후기를 전한다.
영화는 다니엘(조쉬 오코너)이 모종의 거래를 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WARDEX(워덱스)라는 집단과 거래를 하려던 그는 자신이 탈취한 ‘장비’로 상황을 역전하고 도주한다. 캔자스시티의 기상캐스터 마가렛(에밀리 블런트)은 어느 날 갑자기 초월적인 직관과 통찰이 생기고 방송 도중 기이한 소리를 낸 후 쓰러진다. 자신을 찾아온 FBI가 사실은 FBI가 아닌 것을 직관적으로 알게 된 마가렛은 그대로 도망친다. 두 사람은 연락책인 휴고(콜맨 도밍고)의 도움을 받으며 만나게 된다.


〈디스클로저 데이〉는 이야기 전개부터 심상치 않다. 다니엘은 이미 위기를 겪으면서 영화를 여는 반면, 마가렛은 갑자기 일어난 변화를 기점 삼아 이야기를 전개한다. 선형적이지만 평면적이지 않은 투 트랙 전개는 어느 순간 두 사람의 접점이 생기면서 하나의 이야기로 재구성돼 영화를 이끈다. 사실 말은 두 인물이 중심이지만 여기엔 그 둘을 쫓는 워덱스의 국장 노아(콜린 퍼스)까지 끼어있으니 거의 첩보전을 떠올리는 다층적 구조다.
그러나 다방향으로 전개한다고 템포가 빠른 것은 아니다. 다니엘은 본인 때문에 얼떨결에 휘말린 제인(이브 휴슨)과, 마가렛은 연인 잭슨(와이엇 러셀)을 비롯해 주변 인물과 상황을 주고받으니 영화의 호흡은 오히려 장르물치고 느긋하다. 그러다 워덱스가 들이닥칠 때면 긴장감을 한껏 끌어올려 분위기를 환기하는 방식으로 밀도를 채운다.
전개 양식만 독특한 게 아니다. 외계인을 은폐하는 세력에 맞서는 소규모 집단, 이 클리셰 같은 스토리라인은 마가렛의 서사가 끼어들며 새로운 향취를 낸다. 여기에서 알 권리와 세계의 평화, 진실과 믿음이 중요하게 다뤄진다. 과연 인간은 인간 외의 존재를 받아들일 수 있을까. 인간 사회를 오랫동안 지탱한 믿음은 새로운 존재에게 향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세상은 어떻게 될까.
한마디로 〈디스클로저 데이〉는 음모론, SF, 외계인 등으로 간단히 치부할 수 있는 영화가 아니다. 스티븐 스필버그는 오랜 파트너 데이비드 코엡과 함께 이 이야기로 현재의 사회, 세계, 인간을 되돌아보고자 한다. 스필버그는 〈디스클로저 데이〉의 세계 또한 ‘3차 세계대전’의 전조가 보인다고 설정했는데, 아마도 그가 보는 현재 미국과 세계의 위기를 영화에 녹이려는 의도가 다분하다. 또 제인은 과거 수녀원에서 생활한 종교인으로 설정해, 외계인이란 존재가 불러올 ‘믿음’의 문제를 직접적으로 언급한다. 그런가 하면 영화에서 ‘공감은 진화 척도’, ‘믿음은 인간의 본질적 욕구’ 등 직접적인 대사를 통해 외계인의 존재 여부를 그저 흥미 여하로 격하시키지 않고 그 본질적 파장을 묻게 한다.

문제는 그 균형이다. 〈디스클로저 데이〉를 ‘외계인’ 혹은 ‘SF’ 한쪽에 관심을 두고 본다면 만족할 수 있겠지만 ‘외계인 SF’라고 기대한다면 싱겁게 느낄지 모르겠다. 이 이야기는 스필버그가 과거 만든 〈미지와의 조우〉의 리바이벌이라고 봐도 좋을 만큼 외계인이 전면에 등장하지 않는다. 때문에 규모가 큰 액션, 신비한 생명체가 만들 스펙터클을 기대해선 안된다. 반면 평소에도 음모론이나 특정 문제에 관해 고찰하길 즐긴다면 이 영화만큼 강렬한 여운을 주는 작품도 찾기 어려울 것이다.
이야기의 밀도가 기대만큼 높지 않은 것도 아쉬운 점이다. 앞서 말한 대로 다양한 인물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영화는 다소 산만하게 보이기도 한다. 특히 (다니엘의) 위기-(마가렛의) 발단이 교차하는 초반부는 지속적으로 흥미를 돋우지만 그 흥미가 해소되기까지의 호흡이 과하게 느긋하게 느껴진다. 한편으론 스필버그 감독의 오랜 파트너 존 윌리엄스의 음악이 여전히 훌륭한 완성도를 과시하지만, 특유의 오케스트라 사운드가 의문스러운 영화 분위기와는 다소 맞지 않는다는 느낌도 든다.

그렇다. 〈디스클로저 데이〉는 상업영화적 볼거리를 갖추고 있지만 쉽게 볼 영화는 아니다. 영화는 끊임없이 미스터리를 제시하며 긴장감을 이어간다. 배우들은 이름값하는 명연기로 관객들을 몰입시킨다. 스필버그 감독의 노하우가 돋보이는 액션 장면도 펼쳐진다. 그러나 그 중심에는 형이상학적 질문이 있다. 이것을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다면 〈디스클로저 데이〉는 전무후무한 진수성찬일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허풍선이로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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