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미셸 공드리의 상상력과 만난 한국독립영화, '리틀 드리머즈' 감독 이광호, 배우 유희제·김세원 ①

야구를 그만두고 인생의 막다른 길에 선 백수 청년 건우(유희제)와 엄마의 죽음 후 새로운 환경과 어우러지지 못하고 방황하는 십대 소녀 미나(김세원).

야구를 그만두고 인생의 막다른 길에 선 백수 청년 건우. 엄마의 죽음 후 새로운 환경과 어우러지지 못하고 방황하는 십대 소녀 미나. 〈리틀 드러머즈〉가 조명하는 두 캐릭터는 지독한 현실에 각자의 고민을 떠안고 사는 인물들이다. 코인 세탁방에서 우연히 꿈의 안내자인 요섭을 만나 이들의 삶에도 변화가 찾아 온다.

건우와 미나는 꿈꾸는 사람들, 드리머즈(dreamers)다. 이들에게 ‘꿈’은 두 인물이 현실의 고민을 피할 수 있는 도피처이자, 또 다른 가능성을 열어 줄 기대가 가득한 ‘꿈’이기도 하다. 한 문장에 등장한 ‘꿈’은 서로 다른 꿈이다. 하나는 우리가 잠잘 때 꾸는 꿈, 또 다른 하나는 희망을 뜻한다. 한국영화 아카데미 출신의 이광호 감독은 단편 〈영화를 구하라〉(2018)부터 〈사랑의 방식〉(2019), 〈여행자〉(2019)등으로 현실의 고민을 판타지 장르로 풀어내는 데 관심을 가져 온 연출자다. 리얼리즘의 지분이 상당히 많은 한국독립영화 지형도에서 꾸준히 다른 꿈을 꾸어 온 사람이다. 장편 데뷔작 〈리틀 드리머즈〉는 감독이 그간 전개해 온 독특한 사고방식의 심화 버전이다. 마치 미셸 공드리의 상상력이 한국적인 고민과 색채를 담아낸 것 같은 작품. 본 적 없던 이 영화에 참여해 영화의 세계를 완성해 준 두 배우에게 눈길이 간다. 〈롱 리브 더 킹: 목포 영웅〉(2019) 〈카지노〉 시즌 2 등 리얼리즘 바탕의 영화에 주로 출연해 온 유희제가 청년 건우를, 〈수학영재 형주〉(2024)로 당찬 십대의 에너지를 보여준 김세원이 미나를 연기한다.



유희제 (사진=사람엔터테인먼트)
유희제 (사진=사람엔터테인먼트)

코인 세탁방을 통해서 꿈의 세계로 진입하는데요. 평소 꿈에 잘 빠져드는 사람이지 않을까 싶었는데요. 코인 세탁방에서 그런 경험이 있지 않으셨나요. (웃음)

이광호 감독 잘 모르겠어요. 오히려 이런 아이디어를 펼칠 오히려 장소를 고민하다가 코인 세탁방으로 가야겠다고 했어요. 그런데 확실히 이번 시나리오를 쓰면서 약간 계속 몽환적인 상태에서 많이 썼던 것 같아요.

꿈은 두 가지 뜻을 가지고 있는데, 이 인물들은 그 두가지 꿈의 뜻을 모두 겪는 인물들인데요.

이광호 감독 ‘꿈’을 말할 때, 잠잘 때 꾸는 꿈, 내가 희망하는 것을 뜻하는 꿈. 똑같은 단어로 쓰잖아요. 동유럽 몇개 국가를 빼고 ‘꿈’이라는 단어가 한국어 처럼 2가지 뜻을 동시에 가지고 있더라고요. 그 생각을 하니까 좀 이상한 거예요. 건우는 돈을 벌어 가족, 친구들에게 인정 받고 싶고, 미나는 틀어진 관계를 바로 잡고 싶은 꿈을 꾸는데, 각자 또 꾸는 꿈이 들어오면서 혼동되는 것들이 몽환적이더라고요.

〈리틀 드리머즈〉
〈리틀 드리머즈〉

처음 시나리오로 접했을 때는 다소 황당한 설정일 수 있는데요. 이 판타지의 세계를 배우님들은 어떻게 받아들이셨나요.

유희제 사실은 단번에 이해하지 못했고요. (웃음) 도대체 이게 어떻게 흘러가는 건지 고민을 많이 했어요. 제가 워낙 SF 장르인 〈고요의 바다〉를 빼면 현실적인 연기를 많이 하긴 했어요. 이렇게 왔다갔다 현실과 판타지를 오가는 설정에 혼돈이 오더라고요. 그래도 완성된 영화를 보니 감독님께서 워낙 연결을 잘 해 주셨더라고요. 그 와중에 나도 나름 잘했구나 했어요. (웃음)

김세원 저는 SF 판타지물을 워낙 좋아해요. 시나리오 볼때부터 독특하고 기발한 상상력이 담긴 시나리오가 마음에 들었어요. 약간 미셸 공드리 영화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현실과 판타지를 넘나드는 장면들을 내가 연기하면 재밌겠다 싶고 도전심도 생기더라고요. 빠져들게 하는 매력이 있는 시나리오였어요.

〈리틀 드리머즈〉
〈리틀 드리머즈〉

판타지 세계를 경험하는 인물들이지만, 리얼한 현실의 고민을 가진 캐릭터들인데요. 건우와 미나를 각각 설명해 준다면요.

유희제 건우는 백수건달로 보이죠. 부상으로 야구를 그만두고 지금은 뭔가에 봉착해 있는 인물인데요. 주변에서 ‘왜 저러고 사나’ 하는거죠. 저도 건우같은 사람이 옆에 있으면 힘들 것 같아요. (웃음) 그런데 모두가 그런 시기는 한번 쯤 겪는 것 같아요. 번아웃이 오거나, 한발 나가는 것조차 어려운 시기들이 있잖아요. 그걸 어떻게 돌파하는 지 방법의 차이가 있을 뿐이죠. 일확천금을 꿈꾸는 지금이 비록 멍청한 선택일 수 있지만, 마냥 한심한 인물은 아니라고 봤어요.

〈리틀 드리머즈〉
〈리틀 드리머즈〉

다른 분야에서도 꿈을 꾸는 사람들은 그 상황을 공감할 것 같은데요.

유희제 건우에겐 야구라는 목표가 확실했던 만큼 상실감도 컸을 것 같아요. 야구인 이라는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거죠. 주변에 연기하는 친구들이 많은데요. 연기를 하다 그만두고도 꿈을 아직 놓지 못하는 친구들도 봤고요. 저도 태권도를 오래 하다 부상으로 그만두면서 좌절을 겪었는데, 그때 생각이 많이 떠올랐어요. 내가 평생 하던 걸 못하게 되면서 자존감이 무너졌을 때 그걸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거든요.

이광호 감독 사실 건우와 같은 상황을 겪는 이들이 많죠. 제 주변만 해도 촬영감독이 꿈이었는데 장비 판매, 대여를 하게 되는 경우도 봤고요. 그런데 이 과정이 어떤 성공과 실패라기 보다 모두가 겪을 수 있는 인생의 한 지점을 통과하는 것이다라고 봤어요.

김세원 미나 역시 엄마의 죽음 이후 이모와 살면서 기댈 곳이 없는 시기를 통과하는 중인데, 꿈에 엄청 사로잡혀 있는 인물이라고 봤어요. 과거에 얽매여 현재에 발 붙이고 서 있지 못하는 사람. 계속 흔들리고 희미해져 가는 인물이라고 생각했어요. 미나가 가진 키워드는 ‘외로움’ 이었어요. 이전까지 외로움이라는 감정이 그저 슬픈 것이라고만 생각 했었는데 시나리오를 보다보니 한 인물의 선택과 행동의 동기가 될 수 있겠다. 그 부분을 캐릭터로 드러내 봐야 겠다 생각했어요.

〈리틀 드리머즈〉
〈리틀 드리머즈〉

세대도 성별도 고민도 다른, 접점이 없는 두 인물이 만나면서 이야기가 본격화 되는데요.

이광호 감독 사실 출발점에서는 예지몽을 꾸는 건우의 이야기였어요. 건우가 자신의 지난 시절을 만나는 건 어떨까 생각하다가 이게 좀 익숙한 구도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비슷한 경험을 가진 존재를 만나는 걸로 이야기를 확장하면서 미나를 만들었어요. 엄마를 잃은 과거의 건우처럼, 미나 역시 지금 비슷한 상황인 거죠. 이들이 공통적으로 꾸는 꿈을 구현해 보자, 서로의 꿈이 섞이면 어디로 갈까 이런 상상을 더해 나갔어요. ‘드리머’가 ‘드리머즈’가 된 거죠.

유희제 건우 역시 미나처럼 방향을 잃은, 미성숙한 인물이라고 봤어요. 어린 시절 어딘가에 멈춰 있어서 민아를 만났을 때도 어른이라기 보다 나 역시 별반 다르지 않은 사람이다 생각했어요. 둘이 처음 만나 싸울 때도 유치하게 하자. 또 미나에게 조언을 해주는 것 같지만 저 역시 뭔가 인생에 대해서 잘 모르는 사람인거죠. 40대~50대가 보더라도, 나 역시 저런 시기가 있었다 공감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어요.

〈리틀 드리머즈〉
〈리틀 드리머즈〉

반목하던 둘이 결국 가장 서로의 아픈 지점을 봐주는 역할을 해주기도 하는데요.

이광호 감독 그 부분이 이 영화의 가장 큰 동력이라고 생각 했어요. 두 사람이 서로에게 구원이자 뭔가 해결을 해 줄 수 있는 역할이 되는구나. 그 부분을 찾아가는 게 제 시나리오의 과제였던 것 같아요. 건우와 미나가 초반에 서로 부딪히는 장면은 미드 〈성난 사람들〉의 인물의 만남을 떠올렸어요. 거기서는 사회적 계층으로 부딪히는 지점이 생기는데, 우리 영화는 세대 차도 좀 있었을 것 같고요. 적당한 거리감이 있는 사람들이 오히려 가까운 사람에게 보다 뭔가 더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어요.

▶ 〈리틀 드리머즈〉 감독 이광호, 배우 유희제·김세원과의 인터뷰는 2부로 이어집니다.

영화인

[인터뷰] 미셸 공드리의 상상력과 만난 한국독립영화, '리틀 드리머즈' 감독 이광호, 배우 유희제·김세원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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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8. 26.

[인터뷰] 미셸 공드리의 상상력과 만난 한국독립영화, '리틀 드리머즈' 감독 이광호, 배우 유희제·김세원 ②

⮕ 〈리틀 드리머즈〉 감독 이광호, 배우 유희제·김세원과의 인터뷰는 1부에서 이어집니다.감독님이 이 꿈의 설계자가 되신 건데요. 꿈의 세계를 빌드업 하는데 있어서 본격적으로 아이디어를 어떻게 발전시켰나요. 레퍼런스가 있었다면요.​이광호 감독 물론 미셸 공드리의 〈수면의 과학〉을 생각했고요. 〈인셉션〉 같은 꿈을 소재로 한 영화도 떠올리긴 했죠. 하지만 최대한 이번 영화는 레퍼런스 없이 가려고 했어요. 꿈은 정말 랜덤하잖아요. 갑자기 친구들이 나타났다가 내가 거인이 되어 있기도 하는 게 꿈의 세계죠. 그걸 구현해 보고 싶었어요.

[인터뷰] 미셸 공드리의 상상력과 만난 한국독립영화, '리틀 드리머즈' 감독 이광호, 배우 유희제·김세원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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