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할리우드 한복판에 꽂힌 'K-콘텐츠'의 이정표
영화의 본령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사상 처음으로 막을 올린 'LA한국영화제'. 할리우드 중심부에서 한국 영화의 진수를 선보인다는 기획은 파격적이었으나, 현지 영화계와 관객의 반응을 끌어낼 수 있을지에 대한 일말의 회의론도 존재했다. 그러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거장 '김지운 감독'의 등판 소식은 이 모든 우려를 단숨에 불식시켰다.
'거미집'(2023), '밀정'(2016), '악마를 보았다'(2010), '달콤한 인생'(2005), '장화, 홍련'(2003) 등 한국 영화사의 굵직한 궤적을 그려온 그의 행보는 그 자체로 묵직한 메시지를 던진다. 지난 26일(현지시간) LA 하모니 골드 프리뷰 하우스에서 열린 '장화, 홍련' 관객과의 대화에 앞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그는 "타국에서 한국 문화를 알리는 첫 단추인 만큼, 1회 행사에 확실한 힘을 실어주고 싶었다"며 흔쾌히 태평양을 건넌 이유를 밝혔다.
가장 한국적인 서사가 빚어낸 '글로벌 유니버스'
현재 전 세계를 강타한 'K-콘텐츠' 신드롬의 기저에는 한국 영화의 탄탄한 토대가 자리하고 있다. '김지운 감독'은 "1990년대 후반부터 폭발적으로 쏟아진 시네마틱한 장르 영화들이 해외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았다"며, 과거의 혁신적 시도들이 축적되어 작금의 거대한 유니버스를 완성했다고 진단했다.
글로벌 타깃팅에 대한 강박은 경계했다. 그는 "영화의 드라마성과 장르적 쾌감은 만국 공통어"라며, "한강 작가의 문학, 웹툰, 영화 '기생충' 등 세계를 매료시킨 작품들은 모두 지극히 한국적인 서사를 품고 있다. 우리 고유의 이야기 자체가 지닌 폭발력을 믿는다"고 역설했다. 덧붙여 "작품의 완성도를 극한으로 끌어올릴 때, 비로소 세계인의 보편적 공감을 얻는 명작이 탄생한다"는 철학을 내비쳤다.
오스카의 선택, '아카데미' 신규 회원으로서의 시선
올해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의 신규 회원으로 위촉된 그는 향후 미국 '아카데미'(오스카) 시상식의 투표권을 행사하는 권리를 쥐게 됐다. 이에 대해 그는 "권력이나 과시의 수단이 아닌, 탁월한 작품을 발굴하는 데 일조하는 작은 기여"라며 겸손한 태도를 견지했다. 투표 기준에 대해서는 "독창적인 영화적 언어를 구축했는지가 핵심"이라며, "창작자의 혁신적 의도가 즉각적으로 와닿고, 강렬한 몰입을 선사하는 작품에 표를 던질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번 영화제를 통해 약 20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LA 관객과 조우한 '장화, 홍련'과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현지 관객에게 단 하나의 대표작을 추천해 달라는 질문에 거장은 우문현답을 내놨다.
"전 늘 대표작이 없다고 이야기해요. 바꿔 말하면 모든 영화가 제 대표작이 될 수 있는 거죠. 어떤 작품을 보더라도 '김지운 감독'만이 할 수 있는 개성과 무드가 공통으로 들어가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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