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 극장가는 치이카와 열풍이다. 9월 30일 개봉한 〈극장판 치이카와: 인어 섬의 비밀〉은 10월 14일까지 총 141만 명을 동원하며 빠르게 흥행세를 타고 있다. 치이카와를 그저 캐릭터 상품으로만 알았던 필자에겐 〈극장판 치이카와: 인어 섬의 비밀〉(이하 〈극장판 치이카와〉)은 사실 그렇게까지 간절하게 기다린 기대작이 아닌데, 궁금증이 동한 건 일본에서의 밈 때문이었다. '극장판 치이카와 관람 전과 후'를 같이 올리면서 무언가 엄청난 것을 본 듯한 모습의 사람들이 여간 궁금증을 자극하는 것이 아니다.

그리하여 치이카와를 잘 알지 못하는 ‘치알못’ 기자가 직접 〈극장판 치이카와〉를 보고 왔다. 원작자이자 각본 작업을 한 나가노가 직접 “치이카와를 몰라도 볼 수 있는” 작품이라고 공언한 것처럼 기존의 〈치이카와〉를 전혀 몰라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작품이었다. 그래서 치알못의 눈으로 본 〈극장판 치이카와〉의 관람 포인트를 전한다. 최대한 스포일러를 제외하고 서술하겠지만, ‘어떤 분위기’인지 정도는 빼놓을 수가 없으므로 그 점을 알아주시길 바란다.
“〈극장판 치이키와〉는 ‘뮤지컬’이다”

이번 〈극장판 치이카와〉가 개봉하면서 한국에선 특이한 무대가 한 번 공개됐는데, 시리즈의 주역 치이카와, 하치와레, 우사기가 음악방송 〈엠 카운트다운〉(M Countdown)에서 스페셜 스테이지를 선보인 거였다. 당시 치알못이자 〈극장판 치이카와〉를 보기 전인 기자는 그냥 인기가 많아서 준비한 행사라고 생각했는데, 영화를 보니 〈엠 카운트다운〉 무대를 준비한 이유가 보였다. 〈극장판 치이카와〉는 뮤지컬, 적어도 ‘뮤직 드라마’라고 불러도 손색없을 정도로 음악이 중요한 영화였다.

물론 일반적인 뮤지컬 영화의 용법과는 다르다. 노래를 통해 서사가 전개된다거나 인물의 중요한 심리가 표현되는 것은 아니니까. 그렇지만 〈극장판 치이카와〉는 영화 속 캐릭터들이 부르는 노래로 작품의 분위기를 조성하고 전체적인 복선을 설계하는 방식이 무척 훌륭하다. 영화 속 등장인물 세이렌의 특징을 살려 노래로 긴장감을 유발하는 것은 물론이고 일본 여러 작품에서 ‘졸업식 노래’로 자주 나오는 ’오늘날은 이제 안녕’(今日の日はさようなら)으로 이중적인 감정을 발생시킨다. 거기에 합창곡, 히트곡, 심지어 힙합(!)까지 아우르는 삽입곡의 장르 역시 놓치면 안 될 포인트다.
“〈극장판 치이카와〉는 ‘무성영화’다”

솔직히 이건 뻥튀기를 좀 했다. 진짜 무성영화처럼 대사가 문장으로 보여지고 그런 건 아니다. 그래도 이 영화를 주도하는 인물들 중 자신만의 언어를 사용하는 존재들이 많아서 꼭 무성영화 같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먼저 주인공 삼인방 치이카와, 하치와레, 우사기 중 말을 할 줄 아는 건 하치와레다. 치이카와나 우사기의 말은 정확히 의미를 알 수 없는데, 이를 하치와레가 꼭 해설을 해주듯 전해주곤 한다. 두 사람 외에도 세 사람을 돕는 안내 섬주민 역시 말에 가까운 대사는 많지 않다.


또 무성영화가 연상됐던 건 깔끔하지만 굉장히 정확한 액션의 방향성 때문이다. 〈극장판 치이카와〉는 작화가 복잡하고 화려하진 않지만, 극중 필요한 액션의 스케일이나 진행 방향은 꽤 명확하게 담겨있다. 쫓기는 과정에서의 종횡을 오가며 표현한 속도감이나 연출은 분명 단순하지만 그 액션이 깔끔하게 담겼던 무성영화의 그것들을 떠올리게 한다. 특히 섬아저씨(시마지로)가 보여주는 액션의 호쾌함(?)마저도 단순하면서 우직한 점이 인상적이다.
※아래 내용은 전체적인 전개를 암시하는 내용이 있으므로 약간의 스포일러라도 피하고 싶다면 넘기시길 바란다.

“〈극장판 치이카와〉는 ‘그리스 비극’이다”
먼저 개봉한 일본에서의 반응대로 〈극장판 치이카와〉는 마냥 명랑한 모험극이 아니다. 이야기는 두 가지 세력의 대립에서 시작하는데, 세이렌은 마을 주민들이 인어 하나를 잡아먹었으며, 그 ‘범인’이 밝혀질 때까지 마을 주민들을 먹겠다고 한다. 마을 주민들은 그런 세이렌을 막을 수가 없어서 “보상금 100배”라는 허위 문구로 사람들을 끌어들였다. 그렇게 비양심적일 수밖에 없을 정도로 세이렌은 마을 주민들을 집요하게 공격하고 있다.
영화는 몇 차례의 위기 끝에 이 사건의 경위를 밝힌다. 그리고 그것은 어느 누구도 쉽게 비난할 수 없는, 각자가 감당할 수 있는 감정적 한계의 차이가 만든 비극인 것이 드러난다. 예로부터 비극은, 아리스토텔레스가 일찍이 「시학」에서 분석한 것처럼, 개인의 성격적 결함(하마르티아)으로 인해 일어지는 필연적 결과라고 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극장판 치이카와〉의 사건도 한 사람이 스스로를, 주변을 돌아볼 수 있었다면 이렇게까지 치달을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치알못 필자가 듣기로, 〈치이카와〉 세계관은 사실상 다크 판타지라고 들었는데 이번 〈극장판 치이카와〉 단 한 편만으로도 그 세계관을 조금이나마 맛볼 수 있었다.



댓글 (0)
댓글 작성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이 필요합니다.
로그인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