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서브컬처라면 환장한다. 영화뿐만 아니라 웹툰, 게임, 만화, 애니메이션 등 참신한 이야기나 소재, 캐릭터를 다루는 건 일단 살펴본다. 만화책으로 '덕'의 세계를 연 나는 e북으로 만화책을 보고 스마트폰으로 웹툰을 읽는 ‘애어른’이 됐다. 그치만 혼자 보면 재미가 덜하다. 같이 보면 더 재밌을 것들을 잡덕인의 시선으로 담아 [성찬얼의 만화책]을 그린다.
이번주는 잠시 외도(?)를 해서 만화가 아닌 분야의 작품을 소개하려 한다. 그렇지만 ‘만화’에 영향을 받은 ‘애니메이션’에 가까운 작품이니 만화를 좋아하는 사람도 충분히 즐길 만한 작품이란 건 장담할 수 있다. 2025년 발매한 게임 ‘디스패치’다. ‘디스패치’, 한국인이라면 제목을 듣고 곧바로 연예계를 떠올릴 테지만, 이 게임은 슈퍼히어로를 적재적소에 파견(디스패치)하는 요원의 이야기를 다룬다. 게임이라곤 하지만 스토리 전반이 컷신으로 구성한 스타일의 이른바 ‘인터랙티브 무비‘라고 봐도 무방하다.

‘디스패치’의 세계는 슈퍼히어로가 활동하고, 그 슈퍼히어로를 관리하는 기관이 존재하는 세계를 배경으로 한다. 물론 슈퍼히어로라고 정말 모두가 ‘슈퍼’한 것은 아니다. 주인공 로버트 로버트슨 3세는 할아버지, 아버지에 이어 ‘메카맨’이란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다. 평범한 인간이지만 메카닉을 타고 히어로 활동을 하던 그는 자신의 아버지를 죽인 빌런 ‘슈라우드’를 습격했다가 역습을 당해 메카닉이 파손되고 만다. 복수를 하지 못한 채 은퇴하려던 그에게 히어로를 관리·파견하는 기관 SDN(Superhero Dispatch Network)에게서 한 팀의 파견 요원을 해준다면 메카를 수리해주겠다는 제안이 온다. 다만 그가 맡을 Z팀이 빌런 출신들이란 점이 문제일 뿐.

이런 스토리를 바탕으로 〈디스패치〉는 애니메이션 컷신을 보여준 후, 로버트가 돼 파견 임무를 수행하는 파트를 플레이시킨다. 그리고 다시 애니메이션 컷신으로 이어지는 총 8개 챕터로 구성됐다. 슈퍼히어로 장르로서 ‘디스패치’는 확실히 영화보다 코믹북 감성에 뿌리를 두고 있다. 우당탕탕 성장스토리를 다루고 있지만 등장인물이 전부 범죄자들과 한바탕하는, 혹은 빌런 출신 히어로이기 때문에 입담이 걸걸하다. 실제로 청소년 불가 판정을 받은 작품답게 툭하면 F워드나 성적 농담들이 난무한다. 서로 죽일 듯이 미워하는 것처럼 보여도 서구권 특유의 쿨한 화법들을 보면 누가 봐도 코믹북 시절 히어로물에서 영향을 받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래서인지 플레이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수어사이드 스쿼드’나 ‘더 보이즈’ 같은 성인을 겨냥한 슈퍼히어로물이 연상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고 완전히 만화책이나 애니메이션처럼 보는 것에서 그치는 건 또 아니다. 결국 이 Z팀을 다독이고 키워야 하는 로버트의 입장에 몰입하다 보면 어쩐지 쓸모없는 것만 같았던 팀원들이 점점 애정이 갈 수밖에 없다. ‘디스패치’는 스토리를 전개하는 컷신 사이사이에 로버트의 업무, 즉 히어로를 파견하는 임무를 플레이어에게 맡긴다. 들어온 신고의 유형에 따라 알맞은 히어로를 파견해야 의뢰를 완수할 수 있기 때문에 플레이어는 팀원들의 능력치나 장단점을 파악해야 하고, 그러다가 점점 이 캐릭터들에게 애착이 생기는 순간을 느낄 것이다. 파견을 정확하게 보내 의뢰를 완수하면 또 팀원의 능력치를 향상시키는 성장 요소가 있어 더욱 애정이 갈 수밖에 없다.

또 마음에 드는 건 ‘빌런 출신 히어로’라는 설정 덕분에 Z팀 캐릭터들이 개성 넘친다는 것이다. 남성 10명의 힘을 가졌지만 대신 신장이 1m로 줄어든 펀치업, 화려한 무대의상 같은 패션으로 인플루언서로 활동하는 프리즘, 진흙과 공사장 잔해 속에서 태어난 귀염둥이(?) 골렘까지 어디선가 본 듯한 것들을 살짝 비틀어서 개성으로 승화시킨 제작진의 센스가 돋보인다.

또 기본 골자가 인터랙티브 게임이기 때문에 스토리에 어느 정도 플레이어 본인의 색깔이 들어가는 재미가 있다. 모든 선택지가 스토리를 개변하는 수준으로 설계되는 건 아니지만, 각 인물들의 상호작용이 소소하게 바뀌는 부분이 소소한 재미를 더한다. 실제로 이야기의 큰 줄기를 바꾸는 선택지도 꽤 존재하기 때문에 끝을 보고도 다시 ‘디스패치’의 세계로 돌아가고픈 마음이 생긴다. 다만 발매한지 시간이 꽤 지난 지금까지도 컷신 스킵이 지원하지 않는, 이런 인터랙티브 게임치고는 꽤 큰 단점이 남아있긴 하다.
‘디스패치’는 PC, 플레이스테이션, 닌텐도 스위치, 엑스박스 등 전 플랫폼에 발매됐다. 남들과는 다른 색다른 슈퍼히어로 장르를 즐기고 싶다면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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