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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찬얼의 만화책]군계일학 아닌 군서일묘 「고양이 낸시」

나는 서브컬처라면 환장한다. 영화뿐만 아니라 웹툰, 게임, 만화, 애니메이션 등 참신한 이야기나 소재, 캐릭터를 다루는 건 일단 살펴본다. 만화책으로 '덕'의 세계를 연 나는 e북으로 만화책을 보고 스마트폰으로 웹툰을 읽는 ‘애어른’이 됐다. 그치만 혼자 보면 재미가 덜하다. 같이 보면 더 재밌을 것들을 잡덕인의 시선으로 담아 [성찬얼의 만화책]을 그린다.

어떤 작품과 작가를 동일시하는 건 위험하다. 작품에 한 인간의 모든 것을 담는 것은 불가능하고 한 인간이 자신의 모든 걸 작품으로 형상화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우리는 누군가 만든 창작물에서 작가의 편린을 느끼곤 하는데, 필자는 특히 작가의 선함이 묻어나는 작품이면 마음이 가는 것을 멈출 수가 없는 편이다. 이번에 소개할 작품, 엘렌 심 작가의 「고양이 낸시」가 바로 그런 작품이라 발간한지 10년이 넘었음에도, 여전히 아끼게 된다.

「고양이 낸시」
「고양이 낸시」

엘렌 심 작가의 첫 출판 만화 「고양이 낸시」는 그가 SNS로 연재하던 내용을 엮은 책이다. 제목은 요즘 흔히 볼 수 있는 고양이 집사의 일상 얘기일 것 같은데, 아니다. 「고양이 낸시」는 쥐들 사이에서 자란 고양이 낸시와 그의 가족들 이야기다. 내용만 봐선 언뜻 상상하기 쉽지 않은데, 「고양이 낸시」의 세계는 동물들이 인간처럼 이족보행을 하며 사회를 이룬 모습이다. 쉬운 예시를 든다면 ‘디즈니적 동물 사회’라고 설명할 수 있다.

쥐들만 사는 마을, 그곳에 버려진 낸시가 발견된다. 낸시를 처음 발견한 더거(당연히 쥐다)는 낸시가 고양이인 줄 알면서도 차마 내치지 못하고 집으로 들인다. 더거는 낸시가 천적이란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숨기고 사랑으로 키운다. 더거의 아들 지미도 오빠로서 동생 낸시를 무척 아낀다. 어린 시절부터 쥐와 자란 낸시는 자신이 고양이인 줄도 모르고 ‘쥐’로서 살아간다. 더거와 아들 지미는 낸시가 고양이란 것을 알게 될까, 다른 쥐들이 차별할까 마음 졸이면서도 낸시를 위해 그 사실을 쉽게 말하지 못한다.

「고양이 낸시」 논리적이진 않지만 설득력이 있는.
「고양이 낸시」 논리적이진 않지만 설득력이 있는.

고양이와 쥐에 비유하긴 했지만, 「고양이 낸시」는 출신성분에 관한 차별을 우화적으로 다룬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엘렌 심 작가 본인도 미국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자라 미국에서 살고 있다. 작품의 의도를 구체적으로 밝힌 바 없지만, 아마도 이 작품에 다른 종에 대한 두려움이나 차별, 그런 것들이 녹아든 것도 작가 본인의 인생에 어느 정도 빚지고 있는지 모르겠다.

그런 배경을 염두에 두고 본다면, 아이러니하게도 「고양이 낸시」는 그 따뜻함이 오히려 배가되는 만화다. 어른 쥐들은 일찌감치 낸시의 정체를 눈치챈다. 그러면서도 그 다른 아이를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그 아이가 그 다름 때문에 상처를 받을까봐 걱정한다. 그 아이가 마을 전체에 위협이 되는 천적임에도 불구하고. 아무렇지 않게 다름을 받아들이는 이 만화는 다름이 곧 약점이 되고 역린이 되는 (심지어 이 만화가 나온 10년 전보다 더 심해진)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다르다는 편견이 얼마나 위해한지, 설령 그 다름이 실재하더라도 그것을 배려하는 마음이 얼마나 따뜻한지를 포근하게 전한다.

「고양이 낸시」
「고양이 낸시」

물론 이렇게 머리 아프게 차별이니 우화니 하지 않아도 「고양이 낸시」는 아름다운 작품이다. 엘렌 심 작가의 화풍부터가 그렇다. 전체적으로 두꺼운 펜선을 사용하면서도 윤곽에 살짝 여백을 두는 방식으로 복잡하지 않게 캐릭터를 보여주고, 음영 묘사를 절제한 파스텔 톤의 색감으로 온화한 이미지를 선사한다. 작가 본인부터가 고양이 집사이기 때문에(낸시는 그의 반려묘가 모티브다) 의인화한 동물에게도 특유의 귀여움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그래서 전반적으로 동적인 에너지는 적지만 매 컷 동화 같은 정적인 분위기가 독자를 사로잡는다.

「고양이 낸시」
「고양이 낸시」
「고양이 낸시」

「고양이 낸시」를 보고 마음에 든다면 그의 다음 작품 ‘환생동물학교’도 함께 보는 것을 추천한다. 네이버 웹툰에서 2017년부터 2018년까지 연재한 이 작품은 내생에 인간으로 환생하는 동물들이 자신들의 본성을 지우는, 사후세계의 학교를 배경으로 한다. 당연히 주연 캐릭터 대부분은 생전 반려동물들로 채워지는데, 이들이 삶에서 겪은 추억이나 상처 등을 인정하고 수긍하는 과정이 주로 그려진다. 여러 캐릭터의 케미스트리와 엘렌 심 작가의 그림에 미소 짓게 하는가 하면, 반려동물이 있는 집사라면 눈물이 흐르는 구간도 있는 무척 흥미로운 작품이다.

이 타이밍에 엘렌 심 작가의 작품을 소개하는 건, 한동안 잊고 있던 그의 휴재작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엘렌 심 작가는 ‘환생동물학교’ 완결 후 2022년 ‘미니어처 생활백서’를 연재하기 시작했다. 해당 웹툰은 소원을 들어준다는 젤리빈을 먹고 몸이 작아진 남고생 정은서가 소꿉친구였던 여고생 손명진에게 이 사실을 들키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렸다. 매번 동물을 내세웠던 엘렌 심 작가의 청소년 판타지 코미디 ‘미니어처 생활백서’는 2023년 4월 61화를 마지막으로 지금까지 휴재 중이다. 갑작스러운 건강 악화를 전한 엘렌 심 작가는 눈 쪽의 이상을 말하면서 ‘실명 위기까지 안 갔으면 좋겠다’는 인사말로 휴재를 전했다. 그리고 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복귀를 하지 못하고 있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라지만, 3년 넘은 무소식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가 안녕한 모습으로 돌아오길, 설령 연재 재개가 아니더라도 그의 작품처럼 따뜻한 일상에서 건강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고양이 낸시」를 비롯한 그의 작품 소개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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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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