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성철의 사물함] '워페어'와 '허트 로커'의 ‘급조폭발물’(IED)이란?

나는 영화 속 물건에 꽂힌다. 감독, 촬영감독, 미술감독, 아니면 배우 등 대체 왜 저 물건을 카메라 앞에 두었을까 깊은 고민에 빠진다. ‘주성철의 사물함’은 내 눈에 사뿐히 지르밟힌 영화 속 물건에 대한 기록이다.

〈워페어〉
〈워페어〉

“전투의 격렬함은 마약과도 같아서, 자주 빠져나올 수 없을 정도로 중독된다.” 2010년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작 〈허트 로커〉(2009)는 위와 같은 자막으로 시작한다. 캐틀린 비글로우 감독이 ‘뉴욕 타임즈’의 종군기자이자 이라크 특파원이며 저널리스트인 크리스 헤지스가 2002년에 쓴 논픽션 「전쟁은 우리에게 의미를 부여하는 힘」에서 영향받아 인용한 것이다. 〈허트 로커〉는 이라크에서 특수 임무를 수행하는 ‘폭발물처리팀’(EOD)의 이야기를 그린다. 작전 도중 폭발 사고로 분대장을 잃은 팀에 새로운 분대장 제임스(제레미 레너)가 부임하지만, 폭탄보다 더 위험한 단독적인 행동으로 인해 갈등을 겪게 된다.

〈허트 로커〉

〈허트 로커〉의 오프닝 자막은 최근 개봉한 A24의 전쟁영화 〈워페어〉에도 적용된다. 2006년 11월 19일 이라크 라마디 전투 직후, 미군의 이동 경로를 엄호하기 위해 적진 한복판의 2층 주택(OP1)을 점령한 네이비 씰 팀 ‘알파 원’ 소대가 예상치 못한 기습으로 고립되는 순간을 생생하게 그린다. 쏟아지는 집중 공격 속에서 중상을 입은 동료, 첫 번째 저격수 엘리엇(코스모 자비스)과 샘(조셉 퀸)을 구출해 무사히 기지로 귀환하기 위한 생사를 건 사투가 실시간 서바이벌 액션으로 쉴 틈 없이 펼쳐진다. 하지만 현장 상황은 계속 나빠지고 공군의 여러 번의 ‘위력 비행’으로 군인들의 이동을 돕는 모습, 비명을 멈추지 못하는 부상병이 ‘모르핀을 투여해 달라’고 호소하는 모습, 그리고 현장 지휘 권한이 소대장 에릭(윌 폴터)으로부터 제이크(찰스 멜튼)에게 넘어가는 모습 등 현대전의 날 것 같은 공포를 온몸으로 체감하게 된다. 〈허트 로커〉의 군인들에게 제대까지 남은 시간이 불과 38일이었다면, 〈워페어〉의 군인들 역시 귀향을 코앞에 둔 상황이었다.

〈허트 로커〉
〈허트 로커〉

이처럼 서로 닮은 두 영화 〈허트 로커〉와 〈워페어〉에는 공통된 사물이 하나 있다. 바로 ‘급조폭발물’(Improvised Explosive Device, IED)이다. 〈허트 로커〉는 이라크전을 배경으로, 당시 평소 전쟁영화에서 흔히 볼 수 없었던 폭발물처리팀 EOD의 이야기를 그렸는데, 그들이 주로 처리하는 폭발물이 IED이다. 표준화된 방식으로 제작된 것이 아니라 수급 가능한 재료와 기폭장치를 이용해 임의로 조립한, 보통 ‘사제폭탄’으로도 번역하는 급조폭발물은 일상 물품을 개조해 만들거나, 휴대폰·전자시계 같은 저가 전자제품을 기폭장치로 쓰는 등 형태가 다양해 식별이 어렵다. 〈허트 로커〉에서는 105밀리 포탄 7개로 만들어진 급조폭발물을 손으로 끄집어내는 장면은 공식 포스터에도 쓰였다. 차량 트렁크에 105밀리 포탄과 함께 동시기 주력 전차도 작살내는 155밀리 포탄이 4개나 쌓여 있는 걸 본 제임스는, 방호복을 입은 상태에서 급조폭발물을 해체해 봤자 실수할 확률만 늘어나고, 터지면 어차피 죽을 거라며 방호복을 아예 벗어버린다.

〈워페어〉
〈워페어〉

이처럼 미국-아프가니스탄 전쟁을 비롯해 이라크 전쟁 등이 발발하고 현지 게릴라들에 의해 널리 사용되면서 언론을 통해 급조폭발물이란 용어가 대중에게 익숙해졌다. 워낙 넓은 곳에 흩어져 있고 여러 가지로 숨겨두어 탐지가 힘들어서 미군에게 엄청난 피해를 줬는데, 전혀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폭발하니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그래서 실질적인 피해 외에도 심리적인 공포를 주는 데 큰 효과를 발휘한다. 그리고 ‘급조’라고 불리지만 그 퀄리티는 절대 급조가 아니다. 급조폭발물 제조에는 각 군의 제식무기로 사용하는 포탄, 항공폭탄 등도 쓰이고 있기에 작정하고 만들면 그 살상력은 장갑차나 전차 등도 박살낼 수 있을 정도다. 〈워페어〉에서도 군인들이 점령하고 있던 주택에서 빠져나오다 급조폭발물이발하여 장갑차가 그대로 쓰러져 버리며 고립되고 만다.

〈시빌 워: 분열의 시대〉
〈시빌 워: 분열의 시대〉

극단적 분열로 역사상 최악의 내전이 벌어진 미국을 그린, 전쟁영화이자 대체역사물이었던 〈시빌 워: 분열의 시대〉(2024)를 연출한 앨릭스 갈런드 감독이 〈워페어〉에서는 진짜 전쟁의 민낯을 포착한다. 〈시빌 워: 분열의 시대〉에 군사 자문 역할로 참여한 레이 멘도사가 공동 연출로 이름을 올렸는데, 그는 실제로 16년을 복무한 네이비실 대원이자 영화의 모티브가 된 실화의 현장에 있었던 사람이다. 영화 속 통신병 레이(디파라오 운아타이)가 바로 레이 멘도사다. 그만큼 실화와 현장에 충실한 〈워페어〉에는 회상도 내레이션도 음악도 없다. 처음과 끝에 놓인 두 곡을 빼면 스코어는 한 소절도 흐르지 않는다. 대신 핸드헬드카메라 2대가 5분에서 15분에 이르는 롱테이크로, 놀랍게도 런던 근교에 거리째 지어올린 세트를 유령처럼 배회한다. 주요 배우들은 3주간 훈련을 받았고, 촬영 중 무전 대사를 실제 회선으로 주고받았다.

〈워페어〉
〈워페어〉

〈워페어〉에서 사방을 경계하며 끝까지 임무를 이어가는 대원들의 날 선 긴장감과 전장을 뒤덮은 먼지, 금방이라도 포성이 터질 듯한 일촉즉발의 공기는 실제 작전 현장을 목격하는 듯한 숨 막히는 압박감을 고스란히 전한다. 〈허트 로커〉도 영화를 본다기보다는 실제로 폭발물처리팀 곁에서 그들을 지켜보는 다큐멘터리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역시나 그 흔한 배경음악조차 쓰이지 않았다. 두 영화 모두 이라크전에 대한 사실적인 묘사가 인상적이다. 화려한 액션을 그리는 것보다, 과연 전쟁이란 무엇인지 섬세하면서도 리얼하게 묘사하고 있다.

〈워페어〉
〈워페어〉

특히 〈워페어〉는 본격적인 교전 상황이 펼쳐지기 전까지는 침묵의 영화라고 해도 될 정도로 아무런 일이 벌어지지 않으며 긴장감을 쌓아간다. 그냥 가만히 앉아 있거나 창틀의 먼지를 닦기도 한다. 전쟁영화라고 하면 내내 움직이고 사건이 끊이지 않을 것만 같은데, 그렇지 않은 순간도 많다. 하지만 한편으로 지금껏 접한 전쟁영화 중 가장 고통스러운 비명을 내내 들었던 영화다. 그런데 영화에는 군인들이 걷다가 그런 부상자의 다리를 실수로 건드려서 더 아프게 만드는 장면이 무려 두 번이나 등장한다. 마치 긴박한 현장에서 충분히 벌어질 수 있는 일이라는 것처럼 그저 무심히, 하지만 그래서 더 공포스럽게 묘사한다. 그 모두가 〈허트 로커〉의 오프닝 자막처럼 ‘마약과도 같은 전쟁에 중독된’ 모습일 테다. 더불어 점령된 저택의 현지인 가족의 모습을 통해, 영화는 묵직한 반전(反戰)의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그런데 현실은 더 점입가경이다. 〈워페어〉가 2025년 북미 지역에서 개봉했을 때는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이 한창이던 때였고, 국내 개봉한 지금은 여전히 그 전쟁이 끝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올해 2월 발발한 미국 이란 전쟁까지 더해졌다. 이런 현실이야말로 ‘리얼’이다.

영화 속 물건들에 대한 과도한 의미 부여 ‘주성철의 사물함’을 시작으로 떡상을 기대하는 배우 사용 설명서 ‘김지연의 보석함’, 내 마음을 움직인 영화음악 감상실 ‘추아영의 오르골’, 서브컬처 잡상인의 구매일지 ‘성찬얼의 만화책’까지 씨네플레이 기자들이 저마다의 취향과 시선으로 격주 연재를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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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8.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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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강·김소현 '하얀 스캔들' 재회…5년 만에 시작된 가짜 연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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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8. 25.

송강·김소현 '하얀 스캔들' 재회…5년 만에 시작된 가짜 연애

재벌 3세와 매니저의 은밀한 거래, 베일 벗은 캐스팅 라인업배우 '송강'과 '김소현'이 안방극장에 치명적인 위장 로맨스를 선보인다. 두 사람은 MBC 새 금토드라마 '하얀 스캔들'을 통해 5년 만에 연기 호흡을 맞추며 대중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25일 MBC가 제작을 공식화한 '하얀 스캔들'은 동명의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그룹의 후계자가 되기를 거부하는 재벌 3세 톱배우와 불의의 사건으로 추락한 아역 스타 출신 매니저가 세상을 속이기 위해 '가짜 연애'를 시작하며 벌어지는 아찔한 서사를 밀도 있게 그린다. 극 중 '송강'은 카메라 안에서는 완벽한 톱스타지만, 카메라 밖에서는 차가운 재벌 3세로 살아가는 '단이혁' 역을 맡아 입체적인 캐릭터를 구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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