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윗의 돌을 모르는 이가 있을까. 〈다윗〉이 다루고 있는 다윗과 골리앗 이야기는 신자가 아니어도 누구나 알 법한 굉장히 익숙한 이야기다. 성경이라는 울타리를 넘어 보편적으로 공감할 수밖에 없는 대표적인 언더독의 승리 서사인데, 〈로보트 태권브이〉(1976)를 비롯해 〈똘이 장군〉과 〈우뢰매〉 시리즈 등 무수히 많은 아동용 애니메이션과 극영화로 유명한 김청기 감독이 만든 한국 애니메이션 〈다윗과 골리앗〉(1983)도 있었다.

양치기 소년 다윗은 양들이 위험에 처하자, 돌팔매질로 양들을 늑대에게서 구하게 된다. 이때부터 다윗은 돌팔매질을 연습하기 시작한다. 어느덧 돌팔매질 고수가 된 다윗은 위험에 처한 미카를 사자에게서 구하며 실력을 더욱 키워나간다. 당시 이스라엘 민족은 하나님으로부터 선택받은 사울을 왕으로 추대하고 왕국의 영토를 넓히지만, 사울은 점점 자신의 욕심만 채운다. 이에 실망한 예언자 사무엘은 사울에게 경고하고, 이새의 다섯 아들 중 유대민족의 왕이 있을 것이라는 하나님의 계시에 따라, 어린 다윗을 사울의 궁전으로 데려간다. 때마침 이스라엘은 블레셋의 침략을 받은 상태였는데, 블레셋의 거인 골리앗은 유대인들에게 공포의 대상이었다. 이를 보다 못한 다윗은 돌팔매 하나만을 가지고 단신으로 골리앗과 대결하여 골리앗을 무찌른다.


김청기 감독은 앞서 얘기한 작품들 외에도 〈고우영의 삼국지〉(1980)도 애니메이션 연작으로 만들었고 〈공룡 백만년 똘이〉(1981)나 〈의적 임꺽정〉(1997) 등 어딘가 익숙한 이야기들을 장르와 국경을 초월해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었다. 〈다윗과 골리앗〉도 그 연장선에 있다 할 수 있는데, 바빌론에 포로로 잡혀가 말살 위기에 처한 유대인들을 구해낸 유대인 출신 왕후 에스더의 이야기를 그린 〈왕후 에스더〉(1996)도 만들었다. 그중 〈다윗과 골리앗〉은 거의 액션 애니메이션에 가깝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돌팔매질을 수련해 완성하기까지의 과정을 치밀하게 묘사한다. 늑대와 싸운 뒤 체급을 키워 사자와도 싸우게 되고, 그것은 결과적으로 거인 골리앗과의 최후 대결을 위한 빌드업이었다. 앞서 전국 수많은 어린이들에게 큰 충격을 안겼던 〈똘이장군 제3땅굴편〉(1979)에서, 최종 빌런으로 북한 김일성 수령을 붉은 돼지로 이미지화했던 것처럼, 〈다윗과 골리앗〉의 골리앗도 당시에는 거대 ‘악’을 상징하는 시그니처와도 같았다.


다윗의 돌팔매질이 거둔 승리와 영웅 서사는 스포일러라 하기엔, 너무나도 유명하다. 앞서 얘기한 김청기 감독 〈다윗의 골리앗〉의 줄거리는 이를 소재로 한 영화나 애니메이션, 그리고 TV 시리즈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다윗과 골리앗’ 콘텐츠의 핵심 줄기였다. 다윗이 거둔 승리가 클라이맥스에 배치되는 것도 변함없는 공식이었다. 그래서 최근 개봉한 필 커닝햄, 브렌트 도스 감독의 〈다윗〉이 ‘골리앗’을 떼고 그냥 〈다윗〉으로 제목을 정한 건 무척 의미심장하다. 다윗과 골리앗의 그 유명한 대결을 초반에 매듭짓고 그 이후 다윗의 삶과 이야기에 집중하겠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그 전략이 통해서였는지, 〈다윗〉은 개봉 첫 주 6천만 달러를 넘어서며 북미 박스오피스에서 역대 종교 영화 최고 오프닝 스코어를 기록했다. 한국영화 중 북미 최고 흥행 기록을 가지고 있는 〈기생충〉(2019)을 넘어선 것으로 화제가 된 장성호 감독의 한국 애니메이션 〈킹 오브 킹스〉(2025)의 오프닝 흥행 기록도 뛰어넘은 것이다.

〈다윗〉의 제작 기간이 무려 10년 걸렸다. 앞서 〈유다의 사자: 부활절 대모험〉(2011)의 프로듀싱과 각본을 맡았던 필 커닝햄과 베렌트 도스가 공동 연출로 만났는데, 그 작품 이후 오직 〈다윗〉에만 매달린 것. 의복과 무기, 갑옷, 군대와 전투에 대한 기록은 물론 성경 속 주요 인물들에 대한 기록까지 세심하게 반영하고, 자료가 남아 있지 않은 부분은 고대 근동의 역사와 문화적 맥락을 바탕으로 확장했다. 저술가이자 역사학자인 더글러스 페트로비치 박사와 고대 히브리어 전문가 랍비 툴리 웨이즈 등 세계적인 전문가들의 자문이 더해지며 학술적 완성도를 높였다. 특히 영화 속 깃발, 지도, 토기 조각 등에 등장하는 모든 문자를 실제 고대 히브리어로 구현해 세밀한 디테일까지 놓치지 않으며 살아 숨 쉬는 역사적 세계를 구현해냈다. 또한 베들레헴과 엘라 골짜기 등 실제 장소를 여러 차례 답사하며 지형과 자연환경, 빛과 계절의 변화까지 기록해 비주얼에 녹여냈다. 바람 소리와 천둥소리, 자연을 가득 채우는 새들의 울음소리까지 실제 환경에서 다양한 자연음을 채집한 것도 물론이다. 전 세계 32개국에서 모인 400명의 아티스트들이 함께 완성한 글로벌 프로젝트라 할 수 있다.

마침내 다윗과 골리앗의 대결 장면에서는, 그 역사적 배경인 엘라 골짜기에서 채집한 돌을 활용했다. 놀랍게도 다윗이 던진 돌이 날아가는 순간과 충돌하는 순간까지 실제 현장에서 녹음한 사운드를 사용했다. 돌팔매질에 쓰이는 돌이 세계 어디나 무슨 차이가 있겠냐만, 실제 그 현장의 돌로 사운드를 만든 것. 게다가 애니메이션이라 그 돌을 직접 보여줄 수도 없지만, 제작진은 굳이 그렇게 했다. 그 대결을 클라이맥스로 처리하지 않는 모험에 도전했으나, 그 장면이 갖는 상징성만큼은 잊지 않으려 했던 것. 더불어 별다른 기교도 부리지 않았다. 촬영은 화려한 기교보다 이야기와 인물에 집중하는 방식을 택했다. 카메라 워킹과 조명, 화면 구성을 최대한 절제해 관객의 시선이 인물의 감정과 관계, 광활한 풍경에 자연스럽게 머물 수 있도록 과도한 연출을 지양했다. 다윗과 골리앗이 마주할 때 과도한 렌즈 효과와 인위적인 카메라 무빙을 최소화한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마치 실제 역사 속 공간에 함께 존재하는 듯한 묵직한 현실감을 완성해냈다.
* 영화 속 물건들에 대한 과도한 의미 부여 ‘주성철의 사물함’을 시작으로 떡상을 기대하는 배우 사용 설명서 ‘김지연의 보석함’, 내 마음을 움직인 영화음악 감상실 ‘추아영의 오르골’, 서브컬처 잡상인의 구매일지 ‘성찬얼의 만화책’까지 씨네플레이 기자들이 저마다의 취향과 시선으로 격주 연재를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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