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이 스토리2〉(1999)의 오프닝은 〈스타워즈〉 시리즈의 한 장면처럼 시작한다. 그리고 우디(톰 행크스)가 마치 〈극장전〉(2005)의 동수(김상경)나 〈비밀은 없다〉(2016)의 연홍(손예진)처럼 위기의 순간에 “생각하자, 생각하자” 되뇌는 대사를 읊는다. 우디 자신은 그대로인데 주인 앤디가 성장하며 점점 그를 멀리하게 된다. 누군가에게 버려진다는 사물의 슬픔을 그렇게 깨닫게 된다. 이후 3편에 이르러 앤디는 어느덧 17살이 되고 ‘나중에 앤디가 대학교에 진학하고 결혼해서 신혼여행을 떠나게 됐을 때 과연 나를 데리고 갈까’ 하는 깊은 고민에 빠진다. 2편을 거치며 성숙했다고 생각했지만 역시 그런 상상은 우디를 힘들게 한다.

〈토이 스토리〉 시리즈는 넓게 보면 우디와 버즈(팀 앨런)의 어드벤처 버디 무비다. 둘은 세상에 둘도 없는 친구이자 진정한 파트너다. 서부개척 시대의 카우보이와 우주 전사라는 극단적 대비가 그렇다. 시대적 격차로 인해 현실에서는 결코 함께 할 수 없는 두 존재가 ‘사물’의 세계에서는 가능해진다. 하지만 사실 시리즈의 핵심은 우디의 성장담이라 할 수 있다. 앤디의 새로운 선물이 도착할 때마다 자리를 뺏길까 걱정하고 버즈를 질투하던 우디가 진정한 우정을 배우는 서사가 1995년의 1편이었다면, 장난감이라는 사물의 숙명을 깨닫게 되는 우디의 서사가 바로 2편의 핵심이었다. 그처럼 버림받을지도 모른다는 원초적 두려움을 극복해나가는 과정이 바로 〈토이 스토리〉 시리즈 전체의 여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버림받을지도 모른다는 정서는 공교롭게도 〈토이 스토리 2〉 이후 시작된, 픽사 스튜디오의 또 다른 애니메이션 시리즈 〈몬스터 주식회사〉(2001)로도 이어졌다. 역시 인간 세상의 인형처럼 살아가는 몬스터들은 이사 갈 때 나를 버리고 가면 어떡하나, 생일선물로 새 공룡 인형이 생기면 나는 어떻게 되는 걸까, 고민한다. 그래서 〈토이 스토리〉 시리즈 전체에서 가장 심금을 울린 명곡을 하나 꼽으라면, 바로 〈토이 스토리 2〉에서 사라 맥라클란이 부른 ‘When She Loved Me’다. 그해 그래미 어워드 주제가 부문상을 수상했고 아카데미, 골든글로브 주제가상 후보에도 올랐다.


〈토이 스토리 2〉에서 만난 카우보이 우디와 카우걸 제시(조안 쿠삭)는 서로 묘하게 엇갈렸다. 우디는 친구들과 함께 앤디에게 돌아가고 싶어 하지만, 창고에 갇혀 살던 제시는 오랜만에 맡게 된 바깥 공기가 좋아서 자신을 떠나려는 우디를 원망한다. 다시 버림 받아 창고에 남겨지길 거부한다. 그래서 제시가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에서 “누가 나를 사랑해 줄 때, 모든 것이 아름다웠어요.”(When somebody loved me, everything was beautiful“라고 노래할 때 눈물이 차오를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이어진 〈토이 스토리 3〉(2010) 오프닝에서, 우디와 제시가 애꾸눈 포테이토 부부 강탈단의 기차 강탈을 저지할 때 얼마나 짜릿했던가. 앞서 얘기한 〈스타워즈〉 오마주를 비롯해 〈토이 스토리〉가 매번 시리즈 오프닝을 기존 익숙한 장르의 변주로 꾸밀 때, 3편의 오프닝은 보안관 우디의 원래 캐릭터에 걸맞은 웨스턴 장르여서 더욱 의미심장했다.

그렇다, 〈토이 스토리〉의 주인공 ‘우디’라는 이름은 웨스턴 장르에서 왔다. 흑인 최초로 서부극의 건맨 배우였던 우디 스트로드다. 서부극의 주인공으로 당당하게 흑인 캐릭터를 내세운 쿠엔틴 타란티노의 〈장고: 분노의 추적자〉(2012)의 장고(제이미 폭스)와 〈헤이트풀8〉(2018)의 마커스 워렌(사무엘 L 잭슨)을 보고 있으면, 문득 웨스턴 장르의 흑인 건맨이 누굴까 궁금해지는데, 바로 우디 스트로드라는 배우가 있었던 것. 90년대 들어 흑인 건맨들이 대규모로 출연해 화제가 된 마리오 반 피블스의 〈파시〉(1993)가 시작하면, 마치 다큐멘터리의 한 장면처럼 한 흑인 노인이 나와 “역사란 우스운 것”이라고 말한다. 덧붙여 “과거 카우보이들의 3분의 1이 흑인이었어. 노예 해방이 이뤄지자 모두 서부로 몰려갔는데 LA 정착민 중 반수 이상이 흑인들이었지. 하지만 그런 역사는 숨겨져 있어”라며 탄식한다. 그 노인으로 출연한 배우가 바로 우디 스트로드다. 마리오 반 피블스가 흑인 카우보이가 주인공인 〈파시〉를 만들며 우디 스트로드에게 바치는 오마주였다.


1914년생으로 미식축구 선수 출신의 우디 스트로드는, 〈들백합〉(1964)으로 흑인 최초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수상자인 시드니 포이티어(1927년생)와 함께 한 시대를 풍미했던 흑인 배우다. 스탠리 큐브릭의 〈스팔타커스〉(1960)에서 그물에 삼지창을 들고 스팔타커스(커크 더글라스)와 싸우다 이겼음에도, 차마 그를 죽이지 못하고 왕에게 달려들다 의로운 죽음을 맞았던 ‘드라바’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후 존 포드와 수많은 영화를 찍었는데, 존 포드의 〈리버티 발란스를 쏜 사나이〉(1962)에서 주인공 존 웨인의 일을 도와주는 역할로 나와 리 마빈 일당에게 부상당한 제임스 스튜어트를 부축해 날랐다. 이후 액션영화에서 비중 있는 역할들을 꿰찼는데, 리차드 브룩스의 〈4인의 프로페셔널〉(1966)에는 활쏘기에 능한 전사였고, 〈살라코〉(1968)에서는 숀 코너리와 호흡을 맞췄으며, 세르지오 레오네의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더 웨스트〉(1968)에는 찰스 브론슨을 처치하기 위해 보내진 도입부의 세 건맨 중 하나였다.

한참 세월이 흘러 〈퀵 앤 데드〉에도 카메오 출연했다. 역시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버팔로 대대〉라는 제목으로 개봉했던 존 포드의 〈러틀리지 상사〉(Sergeant Rutledge, 1960)다. 백인 소녀를 강간하고 살인했다는 누명을 쓰고 재판을 받는 미 기병대의 흑인 군인 러틀리지 상사를 연기하며 인종주의에 대한 비판을 담아냈다. 흥미로운 것은 국내에 〈서부의 불청객〉이라는 제목으로 출시된 〈케오마〉(1976)에서 오리지널 장고인 프랑코 네로와 함께 출연했다는 점이다. 물론 그의 옛 노예 ‘조지’로 나오긴 했지만, 그와 함께 악당들을 처치해 나가는 장면들의 쾌감은 상당했다. 안타깝게도 그는 〈파시〉 카메오 출연한 다음 해인 1994년에 세상을 떠났는데, 아마도 〈장고: 분노의 추적자〉가 만들어질 때쯤인 100세까지 살아있었다면, 쿠엔틴 타란티노는 분명히 우디 스트로드와 프랑크 네로를 다시 한 쇼트에 담았을 것이다. 그랬다면 오래전 오리지널 〈장고〉 시리즈의 ‘원조 장고’였던 프랑크 네로가 〈장고: 분노의 추적자〉에 홀로 카메오 출연했을 때 그 쓸쓸함도 덜하지 않았을까.
영화 속 물건들에 대한 과도한 의미 부여 ‘주성철의 사물함’을 시작으로 떡상을 기대하는 배우 사용 설명서 ‘김지연의 보석함’, 내 마음을 움직인 영화음악 감상실 ‘추아영의 오르골’, 서브컬처 잡상인의 구매일지 ‘성찬얼의 만화책’까지 씨네플레이 기자들이 저마다의 취향과 시선으로 격주 연재를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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