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최저점을 찍은 '토이 스토리 4'가 내겐 인상적인 속편이었던 이유

〈토이 스토리 4〉
〈토이 스토리 4〉

7년 만에, 우리의 장난감 친구들이 극장에 돌아온다.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간판 프랜차이즈이자 3D 애니메이션의 대표 주자 〈토이 스토리〉가 6월 17일 개봉한다. 과거 2편에서 3편까지 11년, 3편에서 4편까지 9년, 그리고 이번엔 7년이 걸린 〈토이 스토리〉 시리즈는 이제 기대만큼 기우도 적잖게 사고 있는 분위기다.

그럴 만하다. 그런 분위기는 4편이 발표됐을 때도 비슷했다. 픽사의 대표작이니 기대가 높았지만, 그만큼 ‘굳이?’라는 반응도 만만찮았다. 이유는 두 가지였다. 첫째, 〈토이 스토리 3〉의 엔딩이 완벽했기 때문이고 둘째, 당시만 해도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는 여전히 좋은 오리지널을 만드는 회사의 이미지였기에 굳이 속편에 집착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이야 속편이 훨씬 좋은 성적을 거두며 픽사 내부 방침이 ‘속편 개발’로 바뀌었다지만.

〈토이 스토리 4〉
〈토이 스토리 4〉

그렇게 9년 만에 돌아온 〈토이 스토리 4〉는 반응이 좋았다. 흥행도 10억 달러를 돌파했다. 그런데 지금 평가를 돌아보면 다소 미적지근했던 것이 사실이다. 만족하는 분위기였지만 단점을 더 크게 보는 사람도 있었다. 그것은 아마도 ‘역대 최고의 삼부작’이란 극찬이 붙을 만큼 3편이 깔끔하게 끝난 탓이 컸다. 주연 캐릭터의 비중을 적절하게 배합하면서도 우디와 앤디의 서사에 마침표를 찍었는데, 이렇게 우디 만을 내세운 이야기는 사족이었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4편은 기획부터 도전적이었다 실제로 나온 작품 또한 굉장히 급진적이다. 일단 그동안 시리즈를 이끌었던 장난감들은 이야기의 곁다리로 물러난다. 3편까지 팀처럼 보였던 장난감 친구들 대신 우디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재편한다. 우디도 주인공이긴 하지만 처지가 좋지 않아 거의 뒷방 늙은이 신세로 그려진다. 그런 그가 우연찮게 골동품점에서 잃었던 친구, 혹은 연인인 보를 마주치게 되고 끝내는 주인 보니에게 돌아가지 않고 테마공원에 남는다. 이 설정은 실제 시간의 공백에 맞춰 누군가의 장난감이 새로운 주인을 만나 다시금 활력을 얻는다는 결말로 맺은 3편과는 확연히 다르다.

장난감 일행의 이야기로 시리즈를 봐온 관객 입장에선 4편이 영 마뜩잖다. 우디의 선택이 시리즈의 근간을 흔들어 버린 셈이다. 보니를 떠날 만큼 보가 소중한가? 동료를 떠날 만큼 보가 소중한가? 그렇게 물었을 때 ‘글쎄’ 하고 대답할 수밖에 없으니까.

〈토이 스토리 4〉
〈토이 스토리 4〉

반대로 필자(와 비슷한 취향의 관객)는 그런 점이 〈토이 스토리 4〉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이 영화는 더 이상 장난감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장난감이란 분명한 목적이 있다. 누군가가 가지고 노는 물건이니까, 그 소유주가 곧 장난감의 존재 의미다. 비록 〈토이 스토리〉 세계에서 장난감이 의식이 있고 행동할 수 있는 존재이나, 그럼에도 결국엔 ‘앤디’나 ‘보니’에게 종속된 존재일 뿐이다. 실제로 이전 영화에선 앤디에게 사랑받기 위해, 혹은 앤디에게 돌아가기 위해 펼쳐진 모험이 담겼다. 4편 역시 우디가 보니에게 사랑을 얻지 못하자 심리적 위축감에 시달리기도 하고.

그러나 4편은 이 종속을 끊어냈다. 오로지 우디는 나의 행복, 나의 즐거움을 위해서 모든 것을 버린다. 무엇보다 장난감이란, 누군가의 소유물로서 존재했던 자신을 끊어낸다. 〈토이 스토리 4〉는 인류 역사상 가장 급진적인 사상을 내세운 니체의 철학을 읽을 수 있다. 비록 전공은 아니라서 니체 철학을 상세하게 해설할 순 없지만, 니체가 ‘위험한 철학자’라고 평가받는 이유를 우디의 선택에서 볼 수 있다. 니체 철학의 핵심 ‘위버멘쉬’(Übermensch)는 그간의 모든 규칙과 규율을 끊어내고 마침내 스스로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인간상을 말한다. 니체는 평생 인간에게 주어진 도덕, 규율, 사명 등의 것들을 끊어내고 살아가는 것이야말로 인간의 위대한 목표라고 말했고, 그 급진적인 생각이 그를 ‘위험한 철학자’로 만들었다. 누군가의 장난감으로 평생을 살아온 우디가 그 모든 관계에 얽매이지 않고 새로운 삶을 선택한 건, 니체가 말하는 위버멘쉬와도 맞닿아있다.

사실 〈토이 스토리 4〉를 볼 당시 필자는 니체를 알지 못했다. 그럼에도 우디의 선택이 자신의 과거를 전복하고 본질을 완전히 뒤바꾸는 결단이란 것은 쉽게 파악할 수 있었다. 제작진의 스토리텔링이 능숙하다는 것은 물론이고, 1~3편에서 우디와 앤디의 절절한 서사를 알기에 그 저변에 갈릴 변화를 읽어낼 수 있었다.

〈토이 스토리 4〉
〈토이 스토리 4〉

그렇기에 필자에게 〈토이 스토리 4〉는 무척 인상적인 속편이었다. 이전의 서사를 역전하는 서사이면서 동시에 그 서사를 존재하기에 공감할 수 있는, 이율배반적 요소가 그럴싸하게 녹아들어 있으니까. 그래서 5편의 예고편이 공개됐을 때 도리어 실망했다는 고백을 덧붙인다. 물론 우디가 친구들에게 잠시 돌아오는 것이지만, 그래도 전편의 결말에서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는 느낌이었으니까.

물론 이렇게 말하지만 필자는 언제나 그랬듯 픽사 팬보이로서 올해 그 어느 영화 못지않게 〈토이 스토리 5〉를 기대하고 있다. 이렇게 필자의 마음을 전할 수 있는 것도 마치 앤디가 있었기에 우디가 결심할 수 있었듯 이 시리즈 전체를 사랑한 시간이 있기 때문이다. 과연 5편은 어떤 이야기로 우디, 버즈, 제시, 장난감 친구들의 변화를 포착할까.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6월 17일 개봉일을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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