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원은 어디에 있으며, 과연 우리는 그걸 찾을 수 있을까. 최근 개봉작 중 가장 압도적인 ‘사물’은 단연 〈시라트〉의 검은 직육면체 스피커다. 그 거대한 스피커를 더 크게 만들어 나란히 붙여서, 저 멀리 빛이 들어오게끔 표현한 포스터가 영화의 주제를 함축하고 있다. 영화의 오프닝 자막으로도 설명되는 시라트(Sirat)는 이슬람교에서 지옥 위를 지나 천국으로 향하는 좁은 다리이자, 머리카락보다 가늘고 칼날보다 날카로운 다리를 말한다. 그 다리를 건너야 천국에 갈 수 있다는 종교적·철학적 은유를 주인공 부자(父子)의 힘든 여정에 비유하고 있다. 올해 가장 형이상학적이면서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로드무비라고나 할까.

모로코 사막 한가운데, 테크노 음악이 울려 퍼지는 레이브 파티가 열린다. 거대한 스피커 앞에서 춤을 추는 사람들 사이로, 아버지 루이스(세르지 로페즈)와 아들 에스테반(브루노 누녜즈)은 실종된 딸을 찾기 위해 전단을 돌리며 딸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을 찾는다. 딸이 그 레이브 파티를 찾아다녔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권력에 의해 그 사막을 강제적으로 떠나야 하는 상황이 되는데, 아버지와 아들은 다른 곳에서 벌어지는 레이브 파티로 향하는 일행을 따라나서며 그 행렬을 이탈한다. 그 일행의 거대한 트럭이나 버스와 달리 작은 승합차에 불과한 루이스 부자의 차는 강을 건너고 사막을 가로지르기에는 한없이 힘들다. 그래도 딸을 찾겠다는 일념 하나로 그들과 함께 한다.


이후 영화는 완전히 예상 밖의 진행을 보여준다. 딸을 찾는 과정에서 어두운 진실과 마주하는 서사를 떠올리던 가운데, 음악이 점점 커지고 비트가 최고조에 이르는 순간, 지뢰가 터진다. 말 그대로 진짜 지뢰가 터지며 음악이 울려 퍼지는 사막은 힘겹게 시라트를 찾아야 하는 생사의 경계로 돌변한다. 시라트를 탁월하게 이미지화하며 사건을 설명하기보다 압도적인 인더스트리얼 테크노와 다크 앰비언트 사운드를 통해 감정을 전달하는 〈시라트〉는 러닝타임의 대부분을 이동하는 장면에 할애하는데, 딱 한 번 ‘정착’했다고 느끼는 순간 인물들을 시험에 들게 한다.

사막과 산맥, 그 풍경과 소리의 충돌 속에서 검은 스피커는 마치 스탠리 큐브릭의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1968)에 등장하는 모노리스(Monolith)를 떠올리게 한다. 스탠리 큐브릭과 함께 시나리오를 쓴 아서 C. 클라크의 단편 소설 「보초병」(Sentinel)에서 모티브를 얻은 모노리스는 ‘하나의, 또는 고립된 바위’라는 그리스어에서 유래했으며, 〈시라트〉의 스피커처럼 길고 검은 직육면체 형태를 띠고 있다. 모노리스는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에서 인류 진화의 결정적 순간마다 나타나 지적 도약을 이끄는 이정표 역할을 한다. 이후 수많은 영화에서 ‘정체불명의 거대하고 신성하고 검은 사각형의 무언가’가 등장할 때마다 종종 모노리스에 비유하긴 하지만, 〈시라트〉에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이슬람 성지인 메카의 카바(Kaaba) 신전까지 영화 속 자료 영상으로 등장시켜 보다 직접적인 연결고리를 만들어내고 있다. 카바 신전의 거대한 검은 돌 카바는 하늘에서 내려온 흰 돌이 인간의 죄와 접촉해 검은색으로 변했다고 전해지며, 무슬림은 성지순례 때 흰 순례복을 입고 그 카바 주위를 7번 돌고 검은 돌에 손을 대거나 입을 맞춘다. 한 존재를 향해 일방적으로 열광하고 숭배하는 형상을 띤다는 점에서 카바와 〈시라트〉의 스피커는 형태적 유사성 이상으로 상징적 의미까지 공유한다.

무엇보다 거대하고 매끄러운 검은 직육면체라는 점에서 모노리스와 카바와 스피커는 신성하고 절대적인 존재의 시각화라 할 수 있다. 실제로 스탠리 큐브릭은 모노리스를 통해 인간이 초월적 존재를 마주했을 때 느끼는 공포와 경외감을 표현하고자 했는데, 원래 「보초병」(Sentinel)에 등장하는 모노리스가 투명한 결정체로 묘사된 것을 영화 속 모습처럼 바꿨다는 점에서, 카바와 모노리스를 비교하는 것은 굉장한 합리적 추론이다. 제작 초기, 투명한 모습으로 모노리스를 제작하고자 했으나 스튜디오 조명이 반사되어 그 신비로움이 희석된다는 생각에 위압적인 검은색 직육면체로 설계한 것. 카바와 더불어 모노리스를 영국 솔즈베리 평원에 있는 원형 거석군 스톤헨지와 비교하는 시선도 많은데, 어쨌건 스탠리 큐브릭은 이에 대해 따로 언급한 적은 없다.



〈시라트〉가 시각적으로 더욱 놀랍고 탁월하다는 생각이 든 것은,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의 또 다른 캐릭터인 인공지능 컴퓨터 할(HAL)까지 등장시켜 모노리스에 겹쳐 놓았다는 점이다. 큰 스피커에서 중앙의 둥근 돔 모양을 더스트 캡(Dust Cap)이라 부르는데, 〈시라트〉에서는 그걸 마치 인물들을 내려다보는 신의 시선처럼 만들었다. 그걸 보자마자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에서 붉은 원형의 이미지와 사운드로만 존재하는 인공지능, 영화역사상 최초로 인간에게 말대꾸하고 지시를 거부했던 할이 떠올랐다. 승무원들이 할을 우주선에서 분리하자는 대화를 나누자, 이들의 입 모양을 읽어 대화 내용을 전부 알아차린 할은 반란을 일으켜 승무원들을 살해했다. 동면 중인 승무원들의 생명유지 장치를 꺼 버리고, 모듈을 교체하러 간 승무원을 우주 공간에 나가떨어지게 했다. 마치 AI 시대의 불길한 미래를 예언이라도 하는 것처럼, 인간의 지시에 “I’m afraid I can’t do that.”(유감이지만 그럴 수 없습니다)라고 답하는, 무려 1968년 영화의 명대사는 그렇게 만들어졌다. 스피커의 더스트 캡 아래로 아버지 루이스가 서 있고, 수많은 사람들이 떨어지는 포스터 이미지를 보면서,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의 모노리스와 할이 〈시라트〉에서 만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야말로 온몸에 소름이 돋는 놀라운 상상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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