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두가 기다려왔다. 〈마이클〉이 5월 13일 개봉과 동시에 주말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며 단숨에 백만 관객을 내다보고 있다. 마이클 잭슨(자파 잭슨)은 어린 나이에 형제들과 ‘잭슨 파이브’ 그룹의 막내로 데뷔하자마자 음악적 천재성과 스타성으로 주목받으며 스타로 발돋움한다. 하지만 아버지와의 갈등과 가족에 대한 책임감, 그리고 자신의 음악적 정체성 사이에서 깊은 고민에 빠진다. 영화 〈마이클〉은 세계적인 스타로 성장하기까지 그의 고단한 홀로서기 과정을 그려냄과 동시에 ‘I Want You Back’, ‘Thriller’, ‘Billie Jean’, ‘Bad’ 등 익숙한 히트곡들을 통해 우리를 단숨에 1980년대로 데려간다. 마이클 잭슨의 실제 조카인 자파 잭슨이 마이클을 연기했다는 것과 더불어, 최근 영화의 인기에 힘입어 화제가 된 인물이 있다. ‘마이클 잭슨의 춤 동작과 거의 똑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춤에 관한 한 그에게 무한한 영감을 제공한 사람이자 오직 ‘춤’ 하나로 영화감독이 된 사람, 바로 밥 포시다. 그처럼 이번 연재도 ‘주성철의 인물함’이다.


각진 포즈와 손끝 동작, 그리고 짧게 끊는 리듬감 등 마이클 잭슨은 밥 포시의 영화 속 춤과 동작을 철저하게 연구했고, 자기만의 스타일로 재창조했다. 그처럼 밥 포시에게 공개적으로 존경을 바치고, 영향을 인정한 것은 유명한 일이다. 영화감독이 된 배우, 영화감독이 된 가수, 더 나아가 영화감독이 된 스턴트맨도 있지만, 밥 포시는 영화감독이 된 댄서라 할 수 있다. 비록 낯선 이름일 수 있지만 〈시카고〉(2003)나 〈맘마미아〉(2008)처럼, 이른바 ‘뮤지컬 영화’라는 특별한 장르가 생명력을 얻게 된 데는 그의 역할이 컸다. 그러니까 그 어떤 독특한 경로라 할지라도 자기만의 ‘전문성’만 가지고 있다면, 그 누구라도 영화감독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사람 중 하나다.

1927년 미국 시카고에서 태어난 밥 포시는 보드빌 공연을 하는 집안의 아들이었고, 그 역시 어려서부터 보드빌 쇼에서 공연을 하기 시작했다. 일찌감치 프레데릭 위버 발레 스쿨에 입학한 그는 13살의 나이에 다른 젊은 댄서인 찰스 그레스와 함께 더 리프 브라더스(The Riff Brothers)라는 애칭으로 댄스 클럽에서 일하게 된다. 15살에는 작은 나이트클럽 등에서 사회자로 일하며 안무 일까지 시작했다. 고교 졸업 후 해군에 입대해서는 연예대로 전출돼 공연자, 안무가, 감독으로서 기술력을 습득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2차 세계대전 후 포시는 댄스팀에서 그의 첫 번째 아내 메리안 나일스를 만나고 나이트클럽, TV, 스테이지 뮤지컬 등에서 활약한다.

1950년 드디어 브로드웨이 무대에 데뷔한 그는 1952년 해럴드 랑의 수제자로 〈팔 조이〉 리바이벌 공연에서 배역을 맡게 된다. 이후 인생의 첫 번째 전환점이 된 일은 1953년 MGM 영화사와 계약, 노래를 부르기 위해 할리우드로 간 것이다. 조지 시드니의 〈키스 미 케이트〉(1953), 리차드 퀸의 〈마이 시스터 에일린〉(1955)에 안무 겸 연기자로 참여하게 되는데 이때 두 번째 아내 조안 맥크라켄을 만나게 된다. 하지만 이후 특별한 활동을 더 보이지 못하고 뉴욕으로 되돌아갔고 전설적인 브로드웨이 제작자이자 연출자인 조지 애보트를 만나 뮤지컬 〈파자마 게임〉(1957)의 댄스팀 일원으로 일하게 된다.

인생의 두 번째 전환점이라 할 만한 〈파자마 게임〉의 큰 성공과 더불어 그는 처음으로 토니상을 수상하게 된다. 다음해 〈댐 양키스!〉(1958)로 두 번째 토니상을 수상하게 되는데 이 작품을 통해 세 번째 부인 그웬 버돈과 만났고, 이후 두 사람은 종종 함께 일하며 최고의 앙상블을 유지했다. 1969년 그웬 버돈과 함께 한 뮤지컬 〈스위트 채리티〉가 영화화됐고 밥 포시는 이를 통해 영화감독으로 데뷔했다. 하지만 그다지 좋은 흥행 성적을 올리지는 못 했고 리자 미넬리, 조엘 그레이 등이 출연한 〈캬바레〉(1972)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재능 있는 영화감독으로 인정받게 된다. 영화에서 라이자 미넬리가 중절모와 검은 스타킹에 가터벨트를 메고 의자를 이용해 보여주는 공연은 강력한 흡입력을 발산하며, 이후 무수히 많은 광고와 영화에서 패러디됐다. 한편, 〈캬바레〉는 1973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코폴라의 〈대부〉(1972)에게 완승을 거둔 영화로도 유명하다. 밥 포시 감독과 라이자 미넬리에게 각각 감독상과 여우주연상 수상의 영광을 안겼고, 그 외에도 남우조연상과 음악상을 비롯 8개 부문에서 아카데미상을 수상했다. 그리하여 〈대부〉는 9개 부문에 후보로 오르고도 남우주연상(말론 브란도) 포함 3개 부문만을 수상하는데 그쳤다.

밥 포시가 영화감독으로서, 뮤지컬 안무가로서 최고의 재능을 뽐낸 〈올 댓 재즈〉(1979)는 1980년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브로드웨이의 인기 무대연출가 조 기디언(로이 샤이더)은 뛰어난 재능을 지녔지만 과로와 흡연, 습관성 음주로 몸을 혹사하고 기행을 일삼으며 주변 사람들의 걱정을 산다. 그럼에도 일에 미쳐 있는 사람이라 급기야 새로운 작품을 무대에 올리려 준비하던 중 병원에 입원하게 된다. 심장병 진단을 받고 수술을 받으면서도 그는 중단된 무대 작업과 영화를 완성하려는 집념뿐이다. 그가 환각 속의 자신과 자문자답하는 도중 그가 겪어온 인생, 구상하고 있는 작품의 편린들이 현란하게 영상위로 펼쳐진다.

〈올 댓 재즈〉의 주제는 ‘한 예술가의 초상’이라 할 수 있다. 조 기디언은 바로 감독 밥 포시의 분신이다. 그가 안무하는 춤은 건강의 위협 속에서 사회 통념적으로 수용하기 힘든 관능으로 나아가며, 그와 오랫동안 작업했던 그의 아내와 동료들도 그 파격적인 안무에 혀를 내두른다. 그는 인습을 초월하고 그 초월하려는 에너지로 자신의 육체를 죽음에 몰아넣는다. 불치병에 걸렸는데도 그의 육체와 정신은 쉴 틈이 없다. 그는 무대에서 춤을 추며 에너지를 다 소진하고 죽어가기를 원하는 것이다. 그에게 가장 가치 있는 삶은 무대 위의 쇼다.


〈올 댓 재즈〉는 ‘밥 포시의 〈8 1/2〉’이라 할 수 있다. 조는 자신의 예술적 야망과 소시민적 일상과는 거리가 먼 뮤지컬 업계의 고되고 유혹적인 삶 속에서 서서히 지쳐간다. 페데리코 펠리니의 〈8 1/2〉(1963)처럼 영화는 현재와 과거와 환상을 수시로 오간다. 주인공은 자기 삶을 하루라도 빨리 단축하려는 것처럼 육체를 학대한다. 그런 가운데 수시로 자신에게 나타나는 요정의 환상을 본다. 제시카 랭이 바로 그가 환상으로 보게 되는 천사 역으로 나온다. 이처럼 환상 장면도 그렇지만 영화 속에서 치밀하게 연출되는 각 다채로운 뮤지컬 장면들도 백미다. 밥 포시는 그 누구도 흉내 내기 힘든 안무와 연출을 영화 화면으로 담아낸다.


하지만 쇼가 계속되리라는 바람은 이내 현실의 벽에 부딪히고 만다. 그의 입원이 장기화됨에 따라 제작자는 흥행의 손익을 계산해 본다. 만약 조가 죽어 쇼가 진행되지 못하면 보상금 50만 달러가 고스란히 그들 손에 떨어진다는 결론이 나오자, 비정하게도 공연 추진을 보류하는 것. 그리고 그것은 조의 건강을 더욱 악화시킨다. 예술가의 재능과 영혼도 결국 비즈니스 세계의 생리와 동떨어져 있지 않다는 엄혹한 현실은 그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인 것이다. 〈올 댓 재즈〉 속 천사는 〈마이클〉에서 마이클 잭슨이 즐거울 때나 슬플 때나 수시로 보았던 피터팬의 환상과 닮았으며, 〈올 댓 재즈〉 속 비즈니스 세계의 비정한 이면은 〈마이클〉에서 아버지의 강요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참여했던 ‘빅토리 투어’를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마이클〉은 ‘Bad’한 결정이라 욕먹을지라도 홀로 서고자 한다. 〈마이클〉은 그 위대한 신화의 서막이다.
영화 속 물건들에 대한 과도한 의미 부여 ‘주성철의 사물함’을 시작으로 떡상을 기대하는 배우 사용 설명서 ‘김지연의 보석함’, 내 마음을 움직인 영화음악 감상실 ‘추아영의 오르골’, 서브컬처 잡상인의 구매일지 ‘성찬얼의 만화책’까지 씨네플레이 기자들이 저마다의 취향과 시선으로 격주 연재를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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