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서브컬처라면 환장한다. 영화뿐만 아니라 웹툰, 게임, 만화, 애니메이션 등 참신한 이야기나 소재, 캐릭터를 다루는 건 일단 살펴본다. 만화책으로 '덕'의 세계를 연 나는 e북으로 만화책을 보고 스마트폰으로 웹툰을 읽는 ‘애어른’이 됐다. 그치만 혼자 보면 재미가 덜하다. 같이 보면 더 재밌을 것들을 잡덕인의 시선으로 담아 [성찬얼의 만화책]을 그린다.
귀여움이 세상을 구한다. 아니, 솔직히 세상은 구하지 못할지 모른다. 하지만 보는 사람의 심성과 마음의 안정을 보장하는 건 귀여운 게 최고다. 느닷없이 귀여움 타령을 하는 이유는 하나다. 이 작품이 너무나도 귀엽기 때문이다. 배세혁, 유은 작가의 ‘호랑이 들어와요’다.

배세혁 작가가 글을 맡고 유은 작가가 그린 ‘호랑이 들어와요’는 네이버 웹툰에서 2020년~2024년에 연재한 작품이다. 아무래도 같은 플랫폼에서 같은 동물을 모티프로 한 ‘호랑이형님’(이상규 작)과 헷갈리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장르나 분위기나 전혀 다른 작품이다. ‘호랑이 들어와요’는 조선시대의 어느 날 한 부부의 집에 호랑이의 귀와 꼬리가 있는 아이 호야와 랑아가 나타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호랑이 들어와요’는 조선 시대를 넘어 지역에 따라 밀레니엄 전까지도 많이 쓰였던 “호랑이가 물어간다”는 관용어를 재치 있게 뒤집은 모양새다. 깜빡하고 문을 열어두고 잔 부부 앞에 호랑이(같은 아이)가 나타나지만 둘을 물어가는 것이 아니고, 도리어 그들이 그 아이를 키우게 되는 모습이니까. 자녀가 생기지 않아 고민이던 부부였기에 겉모습이 좀 특이한 호야와 랑아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며 판타지와 일상적인 육아물의 절묘한 만남을 성사시킨다. 물론 육아물처럼 시작하지만 그렇게 소박하기만 한 내용은 아니다. 그냥 아이도 아니고 호랑이도 아닌 호야와 랑아처럼, 작품에서 점점 독특한 인물들이 하나둘씩 등장하고, 그에 따라 작품은 다양한 서사를 다룬다.
그럼에도 가장 중요한 건 이 작품이 담아내는 귀여움이다. 백호를 연상시키는 호야와 시베리아 호랑이를 닮은 랑아는 그 외형도 귀엽지만 아이 특유의 귀여움이 물씬 묻어난다. 그래도 언니라고 어른스럽게 구는 호야가 (아이 시점에서) 위급한 상황이 될 때마다 보이는 순진한 모습이나 아직 말조차 제대로 떼지 못해서 발음이 새는 랑아의 대사는 읽는 사람의 얼굴에 아빠엄마 미소를 짓게 한다. 인터넷에서 한 번쯤 봤을 법한 ‘무쌩겨써~’라는 명대사를 던지는 아이가 바로 랑아이다.

그렇다고 귀여움 하나로만 4년을 버틴 작품은 아니다. ‘호랑이 들어와요’는 호야와 랑아의 정체를 비롯해서 구미호와 도깨비, 신령의 힘을 받은 담비 등이 이야기에 합류하면서 다양한 인물들로 앙상블 코미디를 조성한다. 또 캐릭터마다 서사를 통해 단순한 코미디나 육아물이 겪는 소재 반복을 줄이고 다채로운 감정을 이끌어낸다.


전반적으로 왁자지껄한 시트콤 같은 느낌으로 큰 갈등이 없다는 것도 작품의 장점 중 하나다. 등장하는 캐릭터가 대체로 성격이 순하고, 어딘가 순박한 점이 있어 웃음만 추구하는 자극적인 코미디가 아니라 흔히 말하는 아빠엄마 미소 같은 잔잔하지만 흐뭇한 미소를 짓게 한다. 또 조선시대 배경으로 한복의 간결한 미학을 잘 담아내기도 했다. 대체로 사극이라면 궁이 배경이라거나 양반 계층 혹은 무인을 주인공이라거나 해서 화려한 한복을 그리는 경우가 많은데 ‘호랑이 들어와요’는 산속에 사는 평범한 백성 부부가 주인공이라서 일반 백성들이 입던 의복으로서의 한복이 캐릭터 디자인에서 부각된 편.

구체적이지 않아도 적당히 녹여낸 조선의 문화와 격정적이지 않은 스토리, 그러면서도 비인간 캐릭터들이 아우러지기 때문인지 현대적으로 풀어낸 전래동화나 설화 같다는 느낌을 준다. 화기애애하지만 요란하지 않은, 담백하면서도 진한 웃음을 안겨주는 웹툰이기에 귀여움에 사족을 못쓰는 독자라면 특히 꼭 권하고 싶다. ‘호랑이 들어와요’는 웹툰 말고도 라프텔에서 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됐다. 2024년 7월 공개된 애니메이션은 총 7화로 초반부 전개를 담았으며 라프텔과 티빙에서 시청할 수 있다. 현재 올해 공개를 목표로 시즌 2도 제작 중이니 시즌 2 공개 전 원작이나 애니메이션을 정주행해보면 어떨까.
+ 혹시라도 귀여운 호랑이를 더 보고 싶다면 고추참치 작가의 ‘호랑신랑뎐’도 추천한다. 모종의 이유로 호랑이의 모습으로 태어난 지범과 그런 그와 결혼한 연화 부부의 이야기다. 고추참치 작가의 수묵화 스타일 먹물 그림체와 호랑이로 태어나 남의 눈치를 보며 살아온 지범의 모습에서 ‘짱크짱귀’(짱 크니까 짱 귀엽다) 매력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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