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찬얼의 만화책] 물에 잉크가 퍼지듯이 서서히 물드는 신분 타파 로맨스 「엠마」

나는 서브컬처라면 환장한다. 영화뿐만 아니라 웹툰, 게임, 만화, 애니메이션 등 참신한 이야기나 소재, 캐릭터를 다루는 건 일단 살펴본다. 만화책으로 '덕'의 세계를 연 나는 e북으로 만화책을 보고 스마트폰으로 웹툰을 읽는 ‘애어른’이 됐다. 그치만 혼자 보면 재미가 덜하다. 같이 보면 더 재밌을 것들을 잡덕인의 시선으로 담아 [성찬얼의 만화책]을 그린다.


문학적이다, 영화적이다, 그러면서 가장 만화적이다. 모리 카오루 작가의 데뷔작 「엠마」를 떠올리면 어떤 표현으로 전해야 가장 적합한지 생각에 빠진다. 2002년부터 2006년까지, 4년 동안 10권의 책(본편은 7권에서 완결)으로 완성된 「엠마」가 불현듯 떠오른 이유는 아마도 최근 방영 중인 모 드라마가 ‘신분 상승’을 말해서일 것이다. 가상의 대한민국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드라마를 보니 19세기 런던의 한 풍경이 떠올랐다.

「엠마」
「엠마」
「엠마」

「엠마」는 19세기 런던에서 일어난 일을 그린다. 19세기 런던, 이른바 ‘빅토리아 시대‘라고 불리는 근대사회의 정점에서 청년 윌리엄과 메이드 엠마가 사랑에 빠지는 과정을 그린다. 문제는 윌리엄은 상류층 가문의 장남이고 엠마는 한낱 메이드라는 것. 그렇다. 시대를 막론하고 로맨스물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신분을 뛰어넘은 사랑 이야기가 「엠마」의 핵심 줄거리다. 참 이렇게 뻔하디뻔한 사랑 이야기가 대수라고, 그런 생각이 들 수 있는데 「엠마」는 2006년 ‘일본 미디어 예술 100선’ 만화 부문에 이름을 올릴 정도로 수많은 독자와 관계자의 마음을 움직였다. 요컨대 「엠마」는 적어도 그저 그런 상투적인 신분상승 로맨스물과는 궤를 달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어떤 점에서 「엠마」가 그렇게 훌륭했는지 설명하자면, 먼저 이 시대와 신분제가 로맨스에 정확하게 녹아있다는 점이다. 모리 카오루는 꽂힌 것을 질릴 만큼 파고드는 마니아적인 성향이 강한데, 「엠마」 이전부터 그는 19세기 빅토리아 시대와 메이드라는 소개에 굉장히 심취해있었다. 때문에 그 시대의 변화, 메이드라는 직업군 묘사가 굉장히 탁월하다. 일본 서브컬처에서 소비되는 그런 메이드의 이미지를 넘어 고용인으로 충실하게 고용주의 생활을 책임지는 메이드의 일상은 물론이고, 귀족사회의 잔재와 자본주의 사회의 태동이 혼재한 사회에서의 모호한 위치를 적확하게 그려낸다.

「엠마」
「엠마」
「엠마」 당시 복식이나 사회상 묘사에서 작가의 일념과 덕력이 엿보인다.

이 과정에서 상류층, 전통 귀족 가문, , 인텔리전스 평민, 이국의 왕족 등 다양한 계층의 인물이 작품에서 때로는 사회를 대변하고 때로는 사회에 대항하는 이야기가 절묘하게 로맨스에 녹아들어 있다. 보통은 두 사람의 사랑을 방해하는 인물이 등장해 N각 관계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게 로맨스물이라면, 「엠마」는 그런 구성에 비중이 크지 않고 전반적으로 이 신분 차이에서 엠마와 윌리엄이 겪게 되는 사회적 편견에 중점을 둔다. 때문에 자극적인 전개가 없다는 점이 특징인데, 그 밋밋할 수 있는 지점을 다채로운 인물과 당시 사회를 옮긴 듯한 공간과 사회로 레이어를 쌓는다. 7권에서 완결이 나지만, 3권에 달하는 외전이 나올 수 있는 것도 이런 작품의 성격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엠마」
「엠마」

그리고 이런 섬세한 이야기를 완성하는 건 모리 카오루 작가의 성장이다. 사실 「엠마」의 1권과 마지막 권을 비교하면 다른 작가인가 싶을 정도로 모든 부분에서 차이가 난다. 다소 평면적인 그림체는 보다 입체적으로 변하고 정적인 연출력은 아예 문학적인 수준의 호흡으로 나아간다. 그야말로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몰두하는 작가의 성향, 그리고 한 땀 한 땀 그리는 특유의 프로페셔널함이 그림 문외한이 보기에도 감탄이 절로 날 정도다.

「엠마」
「엠마」
「엠마」 움직임, 표정 등 대사 없이도 섬세한 묘사가 일품.

이렇게 작화의 완성도가 높아지면서 「엠마」는 한층 더 풍부해지는데, 각 장면에서 인물의 심리 묘사는 표정이나 행동만으로도 드러내기 때문이다. 서두에서 ‘문학적’, ‘영화적’이란 표현을 쓴 이유가 그것이다. 별다른 대사가 없이 서로 눈빛을 주고받는, 표정이 변하는 과정을 모리 카오루 작가는 그림 안에 세밀하게 담아내고 컷 연출을 더해 독자마저 심장이 요동치게 한다.

「엠마」 문학의 서정성, 영화의 슬로 모션, 만화의 프레이밍이 절묘하게 배합됐다.
「엠마」 문학의 서정성, 영화의 슬로 모션, 만화의 프레이밍이 절묘하게 배합됐다.

영화 〈헤어질 결심〉엔 이런 대사가 나온다. “슬픔이 파도처럼 덮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물에 잉크가 퍼지듯이 서서히 물드는 사람도 있는 거야”. 여기서 슬픔을 사랑으로 바꾼다면, 이 문장만큼 「엠마」를 정확하게 표현하는 것도 없으리라. 둘의 사랑은 여느 신분상승 로맨스처럼 세상을 전복이라도 할 듯 격정적이지 않다. 그러나 수면 위에 잔잔히 퍼지는 파문처럼, 고요한 가운데서 조금씩 퍼져가며 마침내 신분을 떠나 진정한 사랑의 동반자로 거듭난다. 장담컨대 요즘 로맨스물의 뜨거운 사랑, 뭔가 주인공 두 사람만 불타오르는 듯한 애정에 물렸다면 「엠마」로 한 번 디톡스를 해보길 권한다.

영화 속 물건들에 대한 과도한 의미 부여 ‘주성철의 사물함’을 시작으로 떡상을 기대하는 배우 사용 설명서 ‘김지연의 보석함’, 내 마음을 움직인 영화음악 감상실 ‘추아영의 오르골’, 서브컬처 잡상인의 구매일지 ‘성찬얼의 만화책’까지 씨네플레이 기자들이 저마다의 취향과 시선으로 격주 연재를 시작합니다.

영화인

더보이즈 9인, 소속사 상대 전속계약 정지 가처분 승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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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4. 24.

더보이즈 9인, 소속사 상대 전속계약 정지 가처분 승소…"적법한 해지 확인"

그룹 더보이즈 멤버 10명 중 9인이 소속사 원헌드레드레이블을 상대로 낸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에서 승소하며 독자적인 행보에 나설 수 있게 됐다.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인용 24일 더보이즈 9인(상연, 제이콥, 영훈, 현재, 주연, 케빈, 큐, 선우, 에릭)의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율촌 김문희 변호사는 전날 법원이 아티스트의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는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법원은 소속사가 정산금 지급 의무를 위반하고 정산 자료 제공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으며, 매니지먼트 지원 및 보호 등 핵심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며 "소속사의 귀책으로 당사자 간 신뢰 관계가 회복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파탄에 이르렀음을 인정받아 전속계약이 적법하게 해지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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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4. 24.

"전생 체험→PC방" 아이브, 새 자체 콘텐츠 '앜아이브' 오늘(24일) 첫선…글로벌 열기 잇는다

그룹 아이브 가 친근하고 유쾌한 매력을 담은 새로운 자체 콘텐츠 '앜아이브'를 론칭하며 글로벌 팬들과의 소통을 확장한다. '앜아이브' 콘셉트 및 첫 공개 소속사 스타쉽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아이브(안유진, 가을, 레이, 장원영, 리즈, 이서)는 24일 오후 7시 30분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새 자체 콘텐츠 '앜아이브(ARCH·IVE)' 첫 에피소드를 공개한다. '앜아이브'는 시청자들의 '앜ㅋㅋㅋㅋㅋ' 하는 유쾌한 웃음을 자아내는 밥친구 콘셉트이자, 아이브의 다채로운 모습을 차곡차곡 모아 아카이브 형식으로 기록하겠다는 중의적인 의미를 담아 기획됐다. 기존에 탄탄한 기획력과 예능감을 뽐냈던 '1. 2. 3 IVE' 시리즈와는 또 다르게, 보다 멤버들의 일상에 밀착된 설정으로 차별화된 매력을 선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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