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찬얼의 만화책] '원피스'와 동갑내기 추리만화…아니, 이과만화를 보시라 「Q.E.D. 증명종료」

학산문화사 출판 「Q.E.D. 증명종료」
학산문화사 출판 「Q.E.D. iff 증명종료」
학산문화사 출판 「Q.E.D. 증명종료」(왼), 「Q.E.D. iff 증명종료」

​문제. 1997년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연재 중인 만화는? 여기서 정답 버튼을 누르고 자신 있게 “원피스!”라고 외칠 순 있다. 그런데 사실 그런 만화가 한 편 더 있다면, 믿을 수 있는가. 바로 추리 만화 「Q.E.D. 증명종료」 시리즈다. 물론 단적으로 비교하기엔 주간 연재와 월간 연재, 장르의 차이가 있지만, 어쨌든 그렇게 30년 가까이 연재를 하고 있는 만화라는 점에서 「Q.E.D. 증명종료」 시리즈(이하 「Q.E.D.」)는 여느 만화 못지않은 재미를 보장한다.

「Q.E.D.」는 미즈하라 가나가 다니는 고등학교에 15살의 나이로 MIT를 졸업한 천재 소년 토마 소가 전학을 오면서 시작한다. 토마는 필요하지 않다면 움직이지 않고, 인간관계에서도 서툰 전형적인 천재. 그런 그가 생각보다 행동이 먼저인 가나와 가까워지면서 각종 사건을 해결하게 된다. 라틴어로 증명 종료를 뜻하는 수학 용어 ‘Quod Erat Demonstrandum’에서 따온 약자처럼 토마와 가나가 여러 사건을 명쾌하게 해결하는 에피소드가 이어진다. 흔히 추리 만화라고 하면 「소년탐정 김전일」, 「명탐정 코난」처럼 살인사건 위주의 구성을 떠올리기 쉽지만, 「Q.E.D.」는 살인사건뿐만 아니라 미제 사건, 학교 괴담, 기억에 의존한 미스터리 등 다양한 사건을 다루며 흥미를 유지한다.

「Q.E.D.」 모르는 사람도 한 번쯤은 인터넷에서 봤을 토마 소의 명대사.
「Q.E.D.」 모르는 사람도 한 번쯤은 인터넷에서 봤을 토마 소의 명대사.

1부에 해당하는 「Q.E.D. 증명종료」, 2부에 해당하는 「Q.E.D. iff 증명종료」, 지난해부터 연재 중인 3부 「Q.E.D. UNIV 증명종료」까지 총 80여 권에 달하는 대하(?) 만화를 자신 있게 추천할 수 있는 이유는 이 만화의 간단한 구성 덕분이다. 「Q.E.D.」가 시리즈 내내 유지하고 있는 기조가 있다면 '모든 사건은 한 권 내에 마무리한다'는 것이다. 「Q.E.D.」 단행본은 권당 사건 2편을, 아주 드물게 하나의 사건을 다루곤 한다. 더불어 「Q.E.D.」는 사실상 메인 스토리라는 것이 없다. 토마와 가나의 관계, 토마의 과거 등 스토리가 진전하는 부분이 없는 건 아니나, 만화 속 사건이 그것을 중심축으로 벌어지는 경우가 적다. 주변 인물들도 꾸준히 얼굴을 비추지만, 그들의 전사를 모른다고 해서 사건을 이해 못 하는 경우도 거의 없다. 그렇기에 적당히 보다가 휴덕하기도, 어느 정도 연재가 진행됐을 때 다시 돌아오기도 손쉬운 편이다.

독자들이 압도적인 분량에 먼저 도망칠까 봐 작품의 외적인 특징을 먼저 언급했는데, 「Q.E.D.」는 본연의 재미도 훌륭하다. 그중 핵심적인 포인트는 바로 수학과 과학 등 온갖 전문 분야를 접목해 사건에 녹여냈다는 점이다. ’희대의 천재’가 주인공이라서 일반적인 상식과 문화, 철학은 기본이고 과학이나 수학을 기반으로 한 사건이 자주 그려진다. 예를 들어 한 부랑자가 보여준 트릭은 푸앵카레 추측과 관련이 있다거나, 카오스 이론을 토대로 인물의 관계를 해석한다거나 하는 점이다. 이론 자체를 이해하긴 쉽지 않아도 사건이나 인물에 빗대 설명하기 때문에 마냥 어렵지 않게(수포자인 필자가 장담한다) 작품의 특색으로 잘 살린 편. 물론 만화가가 공부하여 작품에 옮기는 만큼, 그리고 연재한 지 오래된 만큼 100% 맞다고 생각하면 안 되지만 적어도 정황 증거나 심리적 묘사로만 사건을 풀어내지 않아 차별화하는 포인트다.

「Q.E.D.」 만화에 나오는 장면.
「Q.E.D.」 만화에 나오는 장면.

이런 사건의 다양성은 곧 인물의 다채로움과도 연결된다. 사건의 동기가 보통 복수나 비밀 은폐로 귀결되는 살인사건과 달리 각종 사건을 다루는 「Q.E.D.」는 등장인물의 면면마저 다양하다. 때문에 이런 인간 군상을 보는 것도 「Q.E.D. 증명종료」만의 묘미. 겉만 인간이지, 로봇 같았던 토마의 인간적인 면이 조금씩 드러나고 가나 역시 단순 솔직한 행동파에서 점점 지적 수준이 높아지는 등 주요 등장인물의 변화를 지켜보는 것도 쏠쏠하다.

「Q.E.D.」
「Q.E.D.」
서로 의도하지 않고 플러팅을 하는 가나와 토마의 연애사도 맛도리다.​

물론 단점이 없는 작품은 아니다. 「Q.E.D.」의 단점이라면 만화적 허용이 많다는 것이다. 아무리 천재라도 국가 기관을 상대할 정도로 압도적인 토마의 지능, 처음엔 그저 단순 솔직 행동파였는데 극의 전개를 위해 어느새 유학파급의 교양을 보여주는 가나 등은 팬들도 ‘이건 좀…’하고 지적하는 수준이다. 특히 연재가 장기화되면서 과장이 점점 심해져 독자에 따라 진입장벽이 될 수 있다. 사실 이런 만화적 허용은 카토 모토히로 작가의 특징이긴 하지만. 장기 연재를 지켜본 입장에서 화풍이 점점 단순화된 것도 아쉬운 점 중 하나다. 앞서 말한 대로 이론 설명의 오류도 관련 지식이 풍부한 독자에겐 거슬릴 수 있다.

수학과 과학을 내세운 「Q.E.D.」지만 인간과 세상에 대한 고찰이 곳곳에 묻어난다.
수학과 과학을 내세운 「Q.E.D.」지만 인간과 세상에 대한 고찰이 곳곳에 묻어난다.
「Q.E.D.」
「Q.E.D.」

그럼에도 요즘 이런 추운 날씨에 집에서 소소하게 즐길 거리를 찾고 있다면, 이 70여 권의 추리만화만한 것은 없다고 장담할 수 있다. 때로는 권선징악의 쾌감을, 때로는 세상사 인간사의 아이러니의 씁쓸함을, 그러면서도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Q.E.D.」를 꼭 한 번 만나보길 바란다.

​*덧붙이자면 이 시리즈는 실사 드라마가 있으나 혹평을 받았으므로 꼭 원작 만화로 만나길 바란다. 혹시 수학과 과학이 싫다면 카토 모토히로의 다른 작품 「C.M.B. 박물관 사건목록」을 추천한다. 이쪽은 고고학과 자연사학을 기반으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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