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코너 연재를 준비하는 시점부터 떠올렸던 만화가 있다. 다만 일전에도 다룬 바가 있어 잠시 묻어두고 있었는데, 이게 웬걸. 최근 네이버 웹툰에 이 만화가 입점하고야 말았다. 이렇게 좋은 타이밍에 영업하지 않는다면 덕후의 본분을 다하지 못하는 것. 그리하여 이번에 소개할 작품은 타카마츠 미사키의 「스킵과 로퍼」다.

「스킵과 로퍼」는 2018년부터 현재까지 연재 중인 고등학교 학원물이다. 작품의 골자는 총무성 관료가 되겠다는 꿈을 안고 도쿄 고등학교에 수석 입학한 시골 소녀 이와쿠라 미츠미가 잘생기고 다정하지만 만사를 대충 대하는 헐렁이 시마 소스케를 비롯해 여러 친구를 만나며 겪는 일을 그린다. YNK미디어를 통해 10권까지 정식 발간됐고, e북으로는 12권까지 공개됐다. P.A.WORKS에서 제작한 TV 애니메이션이 2023년에 방영됐으며 현재 시즌 2를 제작 중이다.
학원물이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쏟아지는 일본만화계지만, 「스킵과 로퍼」는 다른 작품과 비견할 수 없는 매력을 가졌다. 사실 학원물이란 개념은 좀 광범위하다. 소재보다 학교라는 '배경'을 가리키는 말이기에 대부분의 학원물은 학교 배경의 다른 장르를 포괄하는 경우가 많다. 학생들의 연애나 동아리 활동을 통한 스포츠나. 「스킵과 로퍼」는 그런 면에서 굉장히 정석적인 학원물에 가깝다. 미츠미의 입학을 시작으로 친구들과 인연을 맺고 학기를 보내며 어떤 일들을 맞이하는지에 초점을 두고 있다. 그래서 학창 시절을 지나고 있는, 지나온 독자들에게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한다. 장르로 구분하자면 미츠미와 시마의 사랑을 그리는 순정만화라고도 볼 수 있지만 필자가 거듭 '학원물'이란 표현을 쓰는 이유는 이런 것이다.


이 학교생활을 든든하게 채우는 건 캐릭터들의 앙상블이다. 「스킵과 로퍼」의 가장 큰 장점이라면, 각 인물의 결점과 그럼에도 사랑스러운 면을 돋보이게 그린다는 것이다. 미츠미와 시마를 비롯해 등장인물은 모두 각자의 단점을 가지고 있다. 때로는 그것이 겉으로 드러나기도, 속으로만 삼키기도 한다. 작품은 그들의 내면과 행동 모두 세심하게 짚어내며 그 한계를 보듬으려 한다. 인물들 역시 어떤 순간들을 마주하며 조금씩 더 나은 모습이 되려고 애쓰기에, 그들의 단점은 곧 그들의 매력을 보여줄 단초가 되기도 한다.
사실 학창 시절의 본인을 돌아봤을 때, 무조건 만족하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대부분은 서툴렀던 자신을 떠올릴 것이다. 그래서 「스킵과 로퍼」 속 친구들이 자신을 돌아보고 주위와 발맞추려 노력하는 모습은 독자들에게 각자만의 감흥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열등감에 사로잡혔던 소녀가 조금씩 자신을 긍정하려 애쓸 때, 그저 여자라면 좋아하던 소년이 진짜 사랑을 발견할 때, 성장물의 묘미와 독자의 추억을 건드리는 순간의 교집합이 「스킵과 로퍼」의 매력이다.

그리고 그 중심은 미츠미라는 캐릭터가 가진 마력이 있다. 공부를 잘한다고 뻔뻔스럽게 총무성 관료가 되겠다는 포부를 펼치는 미츠미는 처음엔 다소 맹한 인물처럼 그려진다. 그러나 매회 시간이 지날수록 이 아이의 엉뚱함과 당당함, 모든 것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대면하는 그 자세는 극 중 시마와 친구들뿐만 아니라 독자들의 마음까지 흔든다. “난 말야 시마군, 다소 거창하게 넘어질 때가 많은 인간이지만, 그만큼 엄청나게 잘 일어나거든!”이란 말을 하는 미츠미는 ‘자존감’이란 단어에 잘 어울리는, 그것을 가장 정확하게 묘사한 캐릭터라고 단언한다. 흔히들 '있는 것만으로도 반짝반짝 빛나는' 유의 인물을 가장 실감나게 전하지 않았을까 싶다.

평범한 듯 단단한 미츠미와 겉보기엔 완벽하지만 홀로 어린 시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시마. 두 사람과 함께 츠바메니시 고등학교에서 새로운 학창 시절을 보내길 추천한다. 애니메이션 버전은 라프텔, 티빙, 웨이브, 왓챠, 심지어 넷플릭스에도 입점해있으니 겨울을 잊을 작은 온기가 필요하다면 꼭 관람해보시라. (이전에도 쓴 바 있으나 오프닝만이라도 꼭 한 번 봐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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